<북리뷰>'權力의 함정'에 무너진 일인자들

김인구 기자 2018. 2. 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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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에 무책임하게 묵인돼왔던 성폭력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촉발된 '미투(Me Too)'는 연극, 문학 등 문화예술계 전 분야로 퍼지고 있다.

이밀과 당고조, 당태종에 이어 저자는 스스로 황후에서 황제가 된 무측천(武則天), 양귀비에 빠져 나랏일을 그르쳤던 당현종(이융기), 반란을 일으킨 무장인 안녹산, 그리고 환관 등 부흥과 전환, 쇠락의 역사를 반복했던 당나라의 권력자들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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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태종

권력, 인간을 말하다 / 리정 지음, 강란·유주안 옮김 / 제3의 공간

7세기부터 300년간 번성한 唐

당고조·당태종 등 절대자들

탄생과 몰락 과정 세밀히 추적

최고에 오르면 권력에 압도당해

아무리 뛰어나도 영원할수 없어

권력과 인간 ‘근본적 관계’ 밝혀

사회 전반에 무책임하게 묵인돼왔던 성폭력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촉발된 ‘미투(Me Too)’는 연극, 문학 등 문화예술계 전 분야로 퍼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은 가해자(남성)와 피해자(여성) 사이의 성폭력으로 비치고 있으나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남녀 간 성 불평등이 아닌, 거부할 수 없는 권력관계가 깔렸음을 알 수 있다. 권력이 인간을 억압하고 길들이고 변화시킨 것이다.

책은 바로 그 권력과 권력에 지배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를 대표하는 사상가인 저자는 7세기부터 약 300년간 번성했던 당(唐·618∼907)의 절대 권력자들의 탄생과 몰락 과정을 추적해 권력과 인간의 근본적인 관계를 파헤친다.

당나라는 중국 역사상 한(漢)나라에 이어 대륙을 두 번째로 통일한 국가였다. 당에서 발달한 문물과 제도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이런 영향력은 뛰어난 지략과 총명함을 겸비한 리더(황제)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리 빼어난 황제라 해도 부침(浮沈)이 끊이지 않았고, 더군다나 영원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권력을 등에 업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으나 어느 순간, 권력에 압도당해 나락으로 떨어졌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권력의 술책에 당한 자뿐 아니라 권력의 속성을 간파해 최후의 승리를 얻은 자도 함께 보여주며 권력의 양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수(隋)나라 말기 이밀은 예언을 활용하는 도참(圖讖)으로 여론을 장악하는 정치술을 발휘했다. 몰락해가는 수나라에 대항해 새로운 왕조 건설을 꿈꿨다. 그러나 새롭게 건설된 당나라의 주인이 된 이는 이연(당고조)이었다. 이밀은 도참으로 여론을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주변에 믿을 만한 참모가 없었다. 저자는 “조조에 맞서 오나라를 세운 손권에겐 노숙 같은 뛰어난 인재가 있었지만 이밀에겐 노숙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권력에서 예언과 유언비어는 한 끗 차이였던 셈이다.

당고조 뒤를 이어 2대 황제에 오른 이세민(당태종)은 권력의 본질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인물이다. 당태종의 통치 시절, 나라는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그러나 후계자를 정해야 하는 시점부터 다시 혼란에 빠졌다. 당태종의 큰아들 이승건과 둘째 아들 이태가 후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권력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 자리는 당태종의 아들 중 가장 유약했던 이치의 차지가 됐다. 형들이 권력의 술책에 지배당하는 동안 이치는 ‘어부지리’ 승리를 챙긴 셈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오로지 강구함에 의해 황제를 계승한다면 권력 투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기에 당태종은 이치를 통해 세속을 초월하는 권력의 합법적 기반을 정착시키려 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도덕조차도 권력을 쟁취한 사람에 의해 얼마든지 호도될 수 있다. ‘덕이 있어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겼기에 결과적으로 ‘덕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은 ‘국가’에서 “정의는 강자의 이익에 지나지 않는다”고 간파했다.

이밀과 당고조, 당태종에 이어 저자는 스스로 황후에서 황제가 된 무측천(武則天), 양귀비에 빠져 나랏일을 그르쳤던 당현종(이융기), 반란을 일으킨 무장인 안녹산, 그리고 환관 등 부흥과 전환, 쇠락의 역사를 반복했던 당나라의 권력자들을 더듬는다.

저자는 “역사의 반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며 “사상적으로 정치적 업적에 의존하는 유가 이데올로기를 바꾸고, 권력적으로 법치를 통해 권력을 제도의 테두리 안에 가둬야 하며, 제도적으로 관료제의 결점을 없애고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52쪽, 1만6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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