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우리 정부의 일본산 수산품 수입규제조치에 대해, WTO가 ‘협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3년간 이어진 분쟁에서 WTO가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부는 즉각 상소한다는 방침이다.
WTO는 22일 오후 4시(제네바 시간) 우리 정부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조치에 대해 일본이 제소한 분쟁에 대한 패널 판정 보고서를 전체 회원국에 공개 회람했다.
일본 원전사고에 따른 우리 정부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조치에 대해 WTO 패널은 “일본산 식품에 대해 차별적이며, 필요 이상으로 무역 제한적이고, 정보공표 등 투명성에서 미흡하다”고 보고 “WTO 협정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국민 건강 보호와 안전을 위해 상소를 제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판정으로 현행 수입규제조치는 해제되지 않으며 어떤 경우라도 방사능 오염 식품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지 않도록 안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모든 식품 수입 때 방사능 검사를 의무화하고, 일부 품목은 수입 금지했다. 이후 2013년 9월 도쿄전력이 원전 오염수 유출 사실을 발표했다. 정부는 임시특별 조치를 시행했다. 후쿠시마 주변 8개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 금지하고 일본산 식품에서 세슘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다른 핵종 검사증명서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5월 우리 측 조치 중 일부 조항이 WTO협정 위반이라며 제소했다.
일본 정부가 문제 삼은 조치는 8개현의 28종 수산물 수입 금지, 세슘 미량 검출 시 스트론튬 등 17개 기타 핵종 검사증명서 추가 요구 2가지다. WTO 위생 및 식품위생(SPS) 협정의 ① 차별성(제2.3조) ② 무역제한성(제5.6조) ③ 투명성(제7조 및 부속서2) ④ 검사절차(제8조 및 부속서3)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우루과이(의장)ㆍ튀니지ㆍ프랑스, 싱가포르로 구성된 WTO패널은 2년간의 심의 끝에 일본 주장 4개 중 3개를 모두 들어줬다. 일본산과 다른 국가산 식품이 모두 유사하게 낮은 오염 위험을 보이나, 일본산 식품에만 수입금지 및 기타핵종 추가 검사 조치를 취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또 세슘 기준 검사 조치만으로도 한국이 적정 보호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수입금지 및 기타 핵종 추가검사를 요구하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무역제한이라고 봤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본 원전 상황 지속, 국민 먹거리 안전의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이번 WTO 패널 판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른 상소를 제기하여 이를 다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패널 판정 결과와 상관없이 기존 수입규제조치는 상소 등 WTO 분쟁해결절차 종료 이전까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상소를 철저히 준비하고, 수입 및 유통단계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통해 어떠한 경우라도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일이 없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