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터뷰] 소년재판 떠나는 천종호 "아이들, 울면서 문자보내"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8. 2. 2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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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재판 평생한다 선서했는데 속상
- 약속 어길 수 없어 퇴직도 검토
- 아이들, "이제 우리편은요?"
- 소외된 분야 전문법관제 도입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천종호(판사)

'호통판사', '소년범의 대부' 이렇게 불리는 천종호 판사를 여러분, 잘 아실 겁니다. 부산 가정법원에서 8년 동안 소년재판만을 전담해 왔고요, 갈 곳 없는 소년범들을 모아서 그룹홈을 시작했던 분이기도 하죠. 작년 국정감사 때는 '소년보호 재판을 퇴직 때까지 계속하고 싶습니다.' 이런 선언을 해서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던 거 기억합니다. 그런데요, 천종호 판사가 최근에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답니다. 어제 이 뉴스가 알려진 뒤에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오를 만큼 뜨거운 관심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많이들 궁금해하셨다는 얘기죠. 그래서 저희가 섭외를 했습니다. 천종호 판사, 직접 만나보죠. 천종호 판사님, 안녕하세요.

◆ 천종호> 안녕하십니까? 천종호 판사입니다.

◇ 김현정> 아니, 어디 가시는 거예요?

◆ 천종호> 부산지방법원으로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 김현정> 부산가정법원에서 부산지방법원으로?

◆ 천종호> 예, 실질적으로 당분간 소년보호재판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인사발령을 언제 받으셨습니까?

◆ 천종호> 10일 전에 받았는데요. 10일 간 거의 밤잠을 설쳐가면서 8년 동안 죽자고 이 일을 해 왔는데 왜 이렇게 됐는가, 어떻게 하면 또 이 문제를 타개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사실 저는 어제 그 기사를 처음 보고 깜짝 놀랐던 건 소년재판 평생하고 싶으시다더니 천 판사님도 결국 다른 분야 해보고 싶었던 건가, 대형 사건 하려고 가시는 건가 처음에는 이 생각했었거든요. 자진하신 건 줄 알았어요. 그건 아니에요?

◆ 천종호> 제 명예가 달려 있는 문제입니다. 평생 소년재판만 하다가 퇴직하겠다고 작년에 국정감사 때 국민의 대표와 국민의 앞에서 증인으로 선서를 하고 다짐까지 했는데 느닷없이 일반 재판부로 간다고 한다면 사정을 모르는 국민들께서는 저를 거짓말쟁이 내지 위선자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거짓말쟁이로까지 생각하시겠습니까마는 어쨌든 오해의 소지는 있어 보이더라고요, 어제는.

◆ 천종호> 인사발령이 나고 나서 몇 분이 저한테 축하한다 이런 말씀을 하셨을 때 제가 가슴 너무 아팠습니다.

◇ 김현정> 사실 소년재판부는 법원 내에서도 소외된 곳, 그런 곳으로 알려져 있었던 거죠?

◆ 천종호> 소년부 재판이 대한민국 재판절차에서 가장 후진적이었습니다.

◇ 김현정> 후진적.

◆ 천종호> 가난한 아이들이 재판을 받다 보니까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거죠.

◇ 김현정> 그렇죠.

◆ 천종호>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을 수준을 높여야 된다는 생각 하에 이 일을 해 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인사발령을 받고 나니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고.

◇ 김현정>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

◆ 천종호> 삶의 기쁨이 한순간에 통째로 사라진 기분이었습니다.

◇ 김현정> 보통은 전화라도 주는 게 관례인데 그것조차도 하지 않은 건 왜죠?

◆ 천종호> 그건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인사발령문을 접하고 담당 판사님하고 짧게 통화를 했습니다.

◇ 김현정> 그랬더니요.

◆ 천종호> 그런데 인사원칙이라고만 하시기에 한 번 더 서운함을 느꼈던 거죠.

◇ 김현정> 인사원칙이다. 사실 원칙이 있기는 있어요. 정기인사에 의해서 한 3-4년 정도마다 자리를 옮겨다니고, 전문법관 제도가 있기는 있잖아요.

◆ 천종호> 있는데 기간이 끝나면 가야 되는 것은 맞습니다.

◇ 김현정> 그것도 한 4년이 최대한도 맞습니까? 전문법관제도?

◆ 천종호> 서울은 6년 정도 되고요. 지방은 4년 정도 됩니다.

◇ 김현정> 4년 정도. 그러면 지금 8년째 하고 있는 것은 그 부분에 있어서 전문성을 인정해서 이례적으로 8년까지는 허가를 해 줬던 거네요.

◆ 천종호>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제가 소년재판을 하지 않는 시점에서는 국민들에게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퇴직을 하겠다는 저의 강한 신념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 의미셨군요, 그 선언이.

◆ 천종호> 예, 그래서 2년 전에 선배 판사님께서 저에게 승진을 대비해서 다른 재판하면서 경력관리하면 어떻겠냐고 했을 때 저는 계속 이 일을 할 겁니다 했고요, 작년에 또 다른 분이 다른 공직으로 가보는 게 어떻겠냐 권고를 하셨는데 거절했습니다.

◇ 김현정> 다른 공직이라 함은 어떤 제안을 받으셨던 거예요?

◆ 천종호> 그거는 말씀드리기가 좀...

◇ 김현정>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어떤 공직 자리?

◆ 천종호>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좀 더 꿈을 펼칠 수 있는 자리였는데.

◇ 김현정> 그것도 거절하셨어요.

◆ 천종호> 국민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했고요, 저는 인사발령에 대해서는, 내용에 대해서는 불복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좀 더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배려해 주셨으면 어떨까 하는 그런 마음이 컸었습니다.

◇ 김현정> 저는 순환근무하는 주된 이유를 이해는 합니다. 향판을 막기 위해서. 자꾸 돌리는 건데 그래도 근무 지역을 바꾸더라도 전문성 살려주는 방법은 있잖아요. 그러니까 부산가정법원이 아니라 울산이라든지 광주라든지 서울이라든지. 옮기되 소년재판은 계속하게 하는 방법, 이런 방법을 택할 수는 없었던 건가요.

◆ 천종호> 전문분야를 도입하는 문제에 있어서는요, 퇴직한 이후에 변호사 활동에서 도움이 되는 분야도 많거든요.

◇ 김현정> 변호사 하면서.

◆ 천종호> 예, 예. 그런 분야가 아닌 소년재판부라든지 그 다음에 아동보호재판부라든지 가정보호재판부라든지 이런 재판 분야는 변호사 업무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시면 되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뭔가 큰 사건 맡아서 변호사 한다고 해도 큰 수임료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쭉 천종호 판사님 말씀을 들으면서 국민과 했던 약속인데 이걸 못 지킨 그 명예에 대한 부분, 거짓말을 한 것이 된 부분에 대해서 계속 가슴아파하는 것이 느껴지는데 아니, 그럼 혹시 퇴직을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그 고민까지 열흘 동안 하고 계시는 거 거예요?

◆ 천종호> 인사발령난 첫날에 밤을 새면서 퇴직하겠다고. 왜냐하면 국민들과 약속을 지켜야 되니까. 그래서 1년 간 휴직이라도, 육아휴직이라도 할까. 육아휴직서는 사실 썼습니다.

◇ 김현정> 육아휴직서는 써서 품고 계세요?

◆ 천종호> 그런데 지금 저희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 김현정> 벌어야 된다.

◆ 천종호> 어머니, 병든 장모님 제가 모시고 있는데... 가난한 형제들 생각하니까 1년이라도 버텨보자, 10일간 결론이 난 거죠.

◇ 김현정> 지금 들으시는 분들이 그럼 천종호 판사님은 왜 그렇게 소년범에 집중하시는가, 왜 이렇게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으신가 궁금하실 거예요. 왜입니까, 왜?

◆ 천종호> 저는 태생적으로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너무 좋아했고 아이들 괴롭히는 사람들이 제일 싫었고요. 아이들이 미래의 주역이라면 좀 더 나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년보호재판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면 아동학대 문제를 거론하려고 누차 말씀드리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셨고요.

◆ 천종호> 다만 앞으로 이런 전문분야에 대해서 천착하고 있는 분들, 화려한 분야가 아닌, 소외된 분야에서 길을 가고 있는 분들에 대해서 조금 더 배려를 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 하는.

◇ 김현정> 그렇죠.

◆ 천종호> 그런 아쉬운 마음이 있는 거죠.

◇ 김현정> 전문법관제를 지금보다 좀 더 강화해줬으면 좋겠다... 한 1, 2년 있다가 다시 돌아오실 수도 있는 거죠? 이 소년재판으로.

◆ 천종호> 그게 참 제가, 뭐라고 장담을...

◇ 김현정> 장담할 수가 없죠.

◆ 천종호> 장담할 수가 없죠.

◇ 김현정> 그것도 장담할 수가 없는. 알겠습니다. 아마 들으시는 분들도 많이 아쉬워하실 것 같고. 특히 천종호 판사의 판결을 받았었던 그 비행청소년들. 혹시 아이들 반응 좀 들어보셨어요?

◆ 천종호> 제가 천10호입니다, 별명이.

◇ 김현정> 하도 많이 내려서. 제일 강력한 처분이 10호 처분인데. 그걸 제일 많이 내린 분이 천종호 판사님이세요.

◆ 천종호> 그런데 10호 처분을 내리기 때문에 아이들이 제가 소년 재판을 떠난다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 편은 없다. 이런 문자를 전해줬거든요.

◇ 김현정> 문자를, 아이들이. 우리 편 어디 가시는 거예요, 이렇게.

◆ 천종호> 이 아이들에 대해서는 범죄자라는 혐오감과 청소년이라는 최악의 조합이 이루어져 있어서 사회 누구도 이 아이들을 대면하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자기들 재판하는 판사라는 사람이 자기들 입장에 서서 전국을 쫓아다니고 처우개선을 위해서 노력을 한다는 걸 아이들이 어느 정도 압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번 인사발령을 보고 오히려 자기 편이 사라졌다는 허탈함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천 판사님, 기운 좀 내셔야 할 것 같고요. 기운 내시고. 아까 말씀하신 대로 제도에 보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해 보는 계기가 이번에 됐으면 좋겠고요. 영원한 법정의 아버지로 기억이 되실 겁니다. 여기까지 말씀을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천종호> 예,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갑작스러운 발령 소식이 어제 전해지면서 하루 종일 뜨거웠죠.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판사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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