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양견' 되파는 '신종 펫샵'..관리 사각지대

2018. 2. 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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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2살 푸들 '파양비' 50만원에 인수..5만원 받고 분양
'보호소에서 안락사'보다 낫지만, 파양 조장 우려도

[한겨레]

파양된 강아지들이 펫샵의 개인 방에 머물고 있다.

“4㎏의 2살짜리 푸들이에요. 사정이 생겨 못 키우게 됐습니다.”

지난 21일 ‘애니멀피플’은 파양하려는 반려동물을 거두어주는 ㄱ펫샵을 찾아 전화 문의를 해보았다. 이곳은 전국에 체인점을 여러개 두고 있다. 상담직원은 40만~50만원의 파양비용을 내라고 했다. 나이가 어리고 질병이나 장애가 없고 크기가 작을수록 비용은 싸다고 했다. 그럴수록 입양을 잘 갈 수 있기 때문에 펫샵에서 관리하는 비용이 적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추가했다. 또 파양되는 강아지들이 대부분 성견이기 때문에 새끼강아지처럼 바로 입양 가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직원은 강아지를 데리고 펫샵에 나올 때는 강아지의 진료기록이나 잘 먹는 사료를 가져오라고 했다. 파양계약서도 작성한다고 했다. 기자가 좋은 집으로 가는지 알고 싶다며 입양 갈 때 새 보호자의 정보를 알려줄 수 있냐고 묻자, 펫샵 쪽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거부했다. 대신 강아지가 잘 지내고 있는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푸들의 새 보호자가 되는 데는 분양비 명목으로 5만원이 들었다. 직원은 “구매비용은 최대 10만원이다. 입양 순위가 떨어지는 아이들은 무료로도 드린다”고 말했다. 또 “아픈 아이나 입양하려는 사람이 적어 입양가기 어려운 아이가 입양갈 때는 펫샵에서 이런저런 지원을 해드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 직접 방문한 ㄱ펫샵에는 피부병이 있는 13살 몰티즈부터 5~6살 된 대형견까지 다양한 개들이 파양되어 머물고 있었다. 이 펫샵은 지하에 애견카페 겸 강아지 면담실을 만들어두었는데, 8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이렇게 입소된 강아지들은 입양 가기 전까지 펫샵의 다른 개들과 같은 환경에서 지낸다. 이 펫샵의 환경이 열악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처럼 파양되는 반려동물을 돈을 받고 거둔 후 새 보호자를 만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연결해주는 ‘신종 펫샵’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79마리가 떼죽음을 당해 충격을 주었던 충청남도 천안의 펫샵도 같은 방식의 영업을 하는 곳이었다.

일반 펫샵을 운영하다 2년 전부터 재입양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시작한 이 펫샵의 대표 ㄴ씨는 “전국에 이런 펫샵이 얼마나 있는지는 우리도 모른다. 정부가 해야 하는 걸 민간이 하는 거다. 일본에서는 이미 자리매김한 사업이다. 영리기업이기 때문에 비용을 안 받을 수 없다”며 “육아나 출산, 이사나 이민 등 여러 이유로 반려동물을 맡기는 이들이 주로 찾는다. 지난 토요일에만 80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일반 펫샵처럼 새끼 강아지도 판매하고 있다.
펫샵의 한 층은 애견카페 겸 동물 면담실로 운영 중이다. 입장료를 받고 완제품 상태의 음식을 팔기 때문에 서비스업으로 등록했다.
피부병이 있는 12살 강아지(오른쪽)가 파양돼 펫샵에 있다.

이 사업은 한편으로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동물 사육을 포기하려는 보호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에 낸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서 외국처럼 일정 비용을 내면 파양된 반려동물을 보호소에서 위탁 관리해주는 ‘반려동물 인수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도입을 두고 파양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다. 동물을 돈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점도 우려됐다. 2014년 서울시가 만든 ‘2020 동물복지계획’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보호자의 사망, 요양원 입소같이 긴급구조가 필요한 동물만을 대상으로 한다. 노창식 서울시 동물보호과 팀장은 “일반 파양견을 유료로 인수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까.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라고 본다”고 말했다.

ㄴ씨는 ㄱ펫샵이 유기동물 발생을 막는다는 긍정적 부분을 강조했다. 유기동물이 보호소를 가면 10~20일 안에 안락사를 당하고 있는데 펫샵에서는 죽을 때까지 보호한다고 했다. 이유야 어쨌든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는데, 유기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돈을 받고 연결해주는 것이 사회적으로 낫지 않냐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신종 펫샵의 영업행위에 적용할 법은 없다는 것이다. ㄴ씨도 인정했다. 현재 동물보호법으로는 ‘동물판매업’의 경우 지자체에 등록해야만 한다. 하지만 여기서 동물판매업은 동물을 ‘구매해서’ 판매하는 경우다. 이처럼 ‘돈을 받고’ 동물을 데려오는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복지과 이명아 주무관은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다.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야지만 법 적용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래서 동물이 학대 상황에 놓여있거나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해도 보호받지 못한다. 업주의 양심에 맡겨야만 한다.

동물보호단체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돈을 주고 매매하는 펫샵이 유지되는 이상 이런 ‘신종’ 펫샵의 출현은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정책팀장은 “신종 판매 형태인데 펫샵이 없는 나라에서는 이런 영업이 아예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동물보호나 관리를 업주에게만 맡기다 보니 천안 사례 같은 일이 또 나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관리라도 시작해야 한다 “고 말했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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