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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하루 10시간 게임하는 아들, 이게 병 아니면 뭔가요"

2018. 2. 2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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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지난 1월 대구의료원 한 병실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게임중독으로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 중이던 A(19) 군이 낸 불이었다. A 군은 화재 경보가 울리면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문이 열리자 환자복 차림으로 택시를 타고 동구의 자택으로 달아났다. 경찰에 따르면 1시간여 만에 붙잡힌 A 군은 집 부근 PC방에서 게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5년 경기도 광주시에서 B(17) 군이 누나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붙잡힌 B 군은 "내가 찌른 것은 맞는데 왜 찔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B군은 범행 직전 컴퓨터로 내용이 잔인한 인터넷 게임과 관련된 동영상을 3시간여 동안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게임중독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게임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 세계 20억 명이 즐기는 문화콘텐츠가 질병인가"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WHO "게임중독 질병으로 분류해야"

작년 12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5월로 예정된 제11차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에 앞서 '게임장애'(gaming disorder)를 개별코드로 넣을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공식화한다는 방침이다.

WHO는 게임중독을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 행위의 패턴'으로 정의했다.

초안에 따르면 증상이 심각하고 다른 조건이 충족된다면 게임을 즐긴 기간이 짧더라도 진단 대상이 될 수도 있다.

WHO가 게임중독을 ICD에 포함하면 ICD를 기초로 만드는 한국질병분류코드(KCD)에도 게임장애가 등재될 가능성이 커진다.

◇게임중독이 질병?…게임업계 "20억 명 즐기는 문화콘텐츠"

게임중독 질병 분류 추진을 둘러싼 논란은 뜨겁다. 국내 게임업계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반발이 큰 상태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등 관련 협회 8곳은 19일 '비과학적인 게임 질병화 시도에 반대하며 ICD-11 개정안 관련 내용 철회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협회는 "전 세계에서 온라인,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약 20억 명에 달한다"며 "이런 정의와 진단기준으로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콘텐츠를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상식적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28명의 학자 그룹은 WHO의 방침이 과학적 뒷받침이 결여돼 있고 투명성이 없다며 반대 공개서한을 보냈다.

요엘 빌리외 룩셈부르크대학교 임상심리학 교수는 '게임 과몰입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국제 심포지엄에서 "게임 과몰입에 대한 타당성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행위중독에 대한 정의가 증가하는 현상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매일 퇴근 후 게임을 즐긴다는 한 모(28) 씨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하루 1~2시간씩 게임을 한다"며 "게임은 이미 여가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여전히 마약, 도박과 같은 사회 문제로 인식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2016년보다 6.2% 증가한 11조5천703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들이 하루 10시간씩 게임해요"…게임중독 치료 필요

하지만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게임이용률과 중독 현상의 심각성을 고려해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서울 왕십리에 사는 김 모(53) 씨는 "고3인 아들이 하루에 게임을 10시간씩 한다"며 "화도 내보고 타일러도 봤는데, 아예 방 안에서 나오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이게 병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7'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 고학년(4∼6학년)의 91.1%, 중학생의 82.5%, 고등학생의 64.2%가 게임을 하고 전체의 2.5%가 게임과몰입 상태였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곽상도 의원(자유한국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게임과몰입 상담 건수는 2016년 3천873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3년 전과 비교해 2.5배 증가한 수치다.

앞서 2016년 2월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에 대한 질병 코드를 부여해 관리하겠다는 논지의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인터넷 중독자 중에는 분명 치료가 필요한 대상이 있다"며 "연구개발 과정을 통해 적합성을 따져 중독 증상을 예방하고 치료를 해 나가려는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6년에는 게임중독을 질병의 한 종류로 봐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최정석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인터넷 게임중독이 '뇌파 기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정신의학회지(Translational Psychiatr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게임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아이들이 망가지고 가정이 붕괴되는 사례가 많다"며 "보통 게임중독을 정신과치료로 대응하고 있는데 결국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되면 관련 연구와 치료방법 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인포그래픽=이한나 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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