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철수위기]⑱ 희망퇴직 신청 저조..과거 불이익 당한 학습효과

김참 기자 2018. 2. 2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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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을 들어보면 회사 압박이 상당하네요. 현재 직원들 대부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부평공장에서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는 모습./ 김참 기자

한국GM이 밝힌 희망퇴직 시한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기간에 군산공장 직원들은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위로금도 받지 못하고 자칫 정리해고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GM본사가 군산공장 폐쇄를 철회할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한국GM 관계자도 “희망퇴직 시한이 지나면 또다시 이와 같은 조건의 희망퇴직 패키지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희망퇴직 대상에는 군산공장 이외에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직원들도 해당된다. 다만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직원의 경우 공장 폐쇄가 아니라는 점에서 군산공장 근로자들과는 처지가 다르다.

한국GM은 지난 13일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3억7500만 달러(약 4000억원)를 인건비 관련 지출액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라 희망퇴직자들은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위로금으로 연봉의 2년치에서 3년치를 받게 된다. 대상자는 다음달 31일에 회사를 떠나게 된다.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근로자들은 현재 희망퇴직 신청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 신청이 저조한 이유는 다음달 2일까지 신청 시한이 아직 남은데다, 직원들 사정도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직원의 경우에는 3년치 연봉을 위로금을 받게 되면, 회사에 다니는 것보다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정년이 많이 남은 직원들은 희망퇴직보다는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이 낫다. 또 회사가 아직 임단협과 관련해 제시안을 내놓지 않은 것도 직원들이 희망퇴직 신청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대다수 임직원은 노사 교섭이 재개 이후 회사의 제시안을 보고 희망퇴직을 신청할지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회사에 남아 있는것 보다 회사를 나가는 것이 유리한지를 따져보고 희망퇴직을 신청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직원들도 회사 제시안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눈치다. 현재 회사는 임금동결과 성과급 지급 중단, 여기에 과도한 복리후생 비용에도 손을 볼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GM은 학자금과 주유비 지원을 비롯해 장기근속 선물, 출퇴근 버스 지원, 연차수당, 임직원 차량 구입비 등의 복리후생 항목에서 비용을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회사의 목표는 명확하다.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희망퇴직으로 약 2000억원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다른 공장의 희망퇴직 신청자와 복리후생비 축소로 총 5000억원을 절감할 수 기대하고 있다.

다만 노사 교섭이 중단된 상태라 회사는 제시안조차 내지 못했다. 현재 노조는 교섭장 테이블에 앉기보다는 장외 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노조는 현재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군산공장 폐쇄 관련 대응 방안과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구성 등 강경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직원들은 공장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희망퇴직 여부라도 선택할 수 있지만, 군산공장 직원들은 선택권조차 없다.

그럼데도 군산공장 직원들이 희망퇴직 신청을 주저하는 이유는 과거 희망퇴직자가 불이익을 받은 것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2000년 11월 대우차가 최종부도 처리되자 GM이 인수자로 나섰다.

그러나 GM은 창원공장과 군산공장만 인수하고 부평공장은 제외했다. 부평공장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GM은 전 직원이 2교대로 근무할 만큼의 생산량, GM의 평균보다 높은 품질, 노사 평화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추후 인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부평공장은 GM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1750명의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GM은 2006년 이들을 모두 복직시켰다. 하지만 정리해고에 앞서 미리 권고사직을 받고 회사를 나간 직원들은 복직되지 못했다. 희망퇴직자는 자발적으로 나간 사람들이므로 회사가 복직시킬 의무가 없다는 것이 당시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한국GM 관계자는 “당시에는 회사가 법정관리 상태로 지금과 같은 위로금을 주지도 못했고, 대부분 정리해고를 했다”며 “이번에는 희망퇴직자에게 상당한 금액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이 그때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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