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한·일전보다 뜨겁다, 외나무다리의 두 여인

강릉/임경업 기자 입력 2018. 2. 23. 03:08 수정 2018. 2. 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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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오늘 女컬링 준결승.. 너무 다른 양팀 캡틴, 김은정과 후지사와
- '농부의 딸' 김은정
여고때 놀이삼아 스톤·빗자루 잡아.. 안경 속 눈빛·리더십에 팬들 환호
- '컬링 집안' 후지사와
부친 선수출신.. 5세 때 컬링 시작.. 청순 외모로 日서 하뉴 못잖은 인기

한국 컬링 여자 대표팀은 예선 9경기에서 8승1패를 하며 전체 1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세계 1위 캐나다를 비롯해 스위스(2위), OAR(러시아·3위), 영국(4위) 등 강호를 줄줄이 격파했다. 세계 8위 한국은 세계 6위 일본에 유일한 패배를 당했다. 5대7 역전패였다. 일본은 예선 4위(5승4패)를 했다. 아시아 최강 자리를 다퉈왔던 두 팀은 23일 오후 8시 5분 강릉컬링센터에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은 김은정(28), 일본은 후지사와 사쓰키(27)가 이끈다. 스킵(주장)인 이들은 팀원들을 이끌며 전략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스킵의 성(姓)을 따서 팀 이름을 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은 '팀 킴', 일본은 '팀 후지사와'다.

(왼쪽 사진)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스킵 김은정이 동료들에게 콜을 외치는 모습. 김은정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지만, 스마트폰도 쓰지 않을 정도로 대회에 집중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일본의 후지사와 사쓰키가 스톤을 던지고 나서 동료에게 소리치는 모습. 홋카이도 출신인 후지사와는 자국 피겨 스타 아사다 마오, 배우 박보영 등을 닮은 외모로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정재근 기자·AP 연합뉴스

양국의 스킵은 올림픽 데뷔 무대인 평창에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김은정은 안경 너머로 하우스(과녁판)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빛, 냉철한 카리스마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동료 김영미에게 스위핑(sweeping·비질) 등을 지시할 때 소리치는 "영미, 영미!"는 유행어가 됐다.

일본 팬들도 후지사와의 매력에 빠져 있다. 컬링 선수들은 10엔드 경기 중 5엔드가 끝나면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는데, 청순한 외모의 후지사와가 딸기나 바나나를 먹는 모습이 귀엽다며 열광한다. 지난 17일 NHK가 일본과 OAR(러시아) 전을 중계하다 휴식 시간에 남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하뉴 유즈루의 인터뷰를 전하자 시청자들이 '간식 타임을 왜 끊느냐'며 항의했다고 한다. 후지사와는 국내에서도 여배우 박보영을 닮은 외모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둘은 컬링으로 유명한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김은정은 국가대표 여럿을 배출한 경상북도 의성군, 후지사와는 일본의 '컬링 시티'로 불리는 홋카이도 기타미시(市) 출신이다. 의성은 인구 5만여명, 기타미시는 12만여명이다.

'팀 킴'은 5명 중 4명이 의성여고 출신이라 경북 사투리를 쓴다. 일본팀은 멤버 5명이 모두 홋카이도 태생이라 컬링 경기장에선 홋카이도 사투리가 표준어다.

후지사와는 5세 때 컬링에 입문했다. 아버지는 컬링 선수였다. 1998 나가노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대표 후보 최종 명단까지 들었지만 뽑히지는 못했다. 후지사와는 아버지 덕분에 컬링 조기 교육을 받았다. 벼와 마늘 농사를 짓는 집에서 자란 김은정은 의성여고 1학년 시절 놀이 삼아 스톤과 빗자루를 잡았다.

김은정과 후지사와는 국제무대에서 자주 만났다. 처음엔 팀 후지사와가 우세했다. 2012년 월드컬링투어(국제실업팀대회) 결승에선 팀 킴을 꺾고 국제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해에만 국가대표 자격으로 네 번 싸워 세 번을 이겼다. 2016년엔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까지 차지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작년엔 팀 킴이 팀 후지사와를 네 번 만나 모두 이겼다. 통산 상대 전적(국가 대항전 기준)에선 팀 킴이 6승(팀 후지사와 5승)으로 앞선다. 김민정 여자팀 감독은 "일본과 많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며 "일본은 히팅(hitting)을 잘한다"고 했다. 히팅은 상대 스톤을 때려(hit) 하우스 밖으로 보내는 투구를 말한다. 한국은 초반 포석과 정확한 샷이 강점으로 꼽힌다. 후지사와는 "한·일전에 대한 의욕이 넘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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