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걸리던 법령확인, AI변호사가 단숨에 해결
[동아일보]
법률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한 토종기업 인텔리콘 사무실(서울 강남구 논현로)에서 국내 최초로 법률 AI를 실무에 도입하는 로펌 대륙아주의 김형우 변호사가 ‘AI 변호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국내 10대 로펌 중 하나인 대륙아주의 김형우 변호사는 “국민연금법에 이혼 부부가 어떻게 연금 수령액을 나눠야 하는지 나와 있다”며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인데 AI가 빠짐없이 찾아냈다”고 말했다.
최근 대륙아주는 유렉스를 포함한 인텔리콘의 AI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에도 ‘AI 변호사’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대륙아주는 27일 인텔리콘과 협약식을 열어 법률 AI 활용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법률 AI 도입을 총괄해온 김 변호사는 “재판에 나서는 변호사들이 가장 두려운 것은 수임 사건과 관련해 ‘미처 내가 찾지 못한 법이나 규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인데 AI 변호사는 그런 두려움을 없애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텔리콘은 2009년 임영익 대표가 세운 ‘AI 변호사’ 전문 기업이다. 뇌과학자인 임 대표는 법률 AI의 시장 가능성을 보고 2000년대 중반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2009년 직접 사법시험에 응시해 합격 후 변호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인텔리콘은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으로 세계 법률 AI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이 대회는 로이터 통신이 속한 톰슨로이터그룹이 후원하는 세계 최대 법률 AI 경연 무대다.
글로벌 기업들도 AI 변호사 개발에 적극적이다. 미국 IBM의 ‘로스(Ross)’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로스는 판례 위주로 정보를 제공한다. 반면 인텔리콘은 법률과 판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한다. 법 조항에 근거해 판결을 내리는 대륙법 체계를 택한 한국에 적합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변호사 업계의 설명이다.
인텔리콘은 한국에 있는 모든 법이 어떻게 연결됐는지 나타낸 ‘리걸 맵(legal map)’도 완성했다. 기자가 화면을 터치하자 상위 법과 하위 법이 계속해서 표시됐다.
법률 AI의 핵심은 일상 언어로 말하거나 입력해도 법률 용어로 이해해 법률 정보를 제공하는 ‘자연어 처리 기술’이다. ‘나는 선생님인데 우리 반 학생이 심한 폭행을 당해 실명했다. 나는 어떤 책임을 질까’라고 물으면 AI는 관련 법령을 빠르게 찾는다. 간단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학교 내 행위에 대한 법률이 따로 있고 교직원 신분을 규정한 법률이 따로 있다. 자연어 처리 기술과 더불어 법률 AI의 또 다른 핵심은 ‘법률 Q&A 머신’ 기술이다. 임 대표는 “법률 Q&A 머신 기술은 공정거래법이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등 특정 법률에 대해 상담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챗봇 기술을 활용해 의뢰인에게 추가 질문을 던져 가장 적합한 법적 해결책을 내놓는 식이다.
대륙아주는 현재 변호사 업무의 70% 정도를 AI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수임한 사건과 관련된 법령을 찾는데 3, 4일씩 걸리던 기간이 단 몇 분으로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변호사를 선임한 고객들은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대륙아주 시뮬레이션 결과 30% 정도의 비용 절감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 AI는 향후 로펌뿐 아니라 은행, 기업에 법률 AI 시스템을 깔아주는 것과 같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무엇보다 법률 시장에서 AI 활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정명근 대륙아주 변호사는 “우리가 하지 않으면 해외 로펌들이 AI를 무기로 국내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오히려 한국 업체들이 법률 AI 기술을 고도화한다면 해외 진출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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