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선배 vs 박보영 닮은꼴 .. 한·일전, 스킵 손끝에 달렸다

박린 입력 2018. 2. 23. 01:39 수정 2018. 2. 2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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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컬링 오늘 운명의 준결승
한국 vs 일본 스킵 대결
‘카리스마 안경선배’ 김은정(28) 대 ‘박보영 닮은꼴’ 후지사와 사쓰키(27).

23일 오후 8시5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 여자컬링 한국과 일본의 4강전은 양 팀 스킵(주장)의 손에 승부가 달렸다. 컬링에서 스킵은 매 엔드 7, 8번 샷으로 승부를 결정해야 한다. 야구로 치면 매 이닝 마무리 투수로 나서는 셈이다.

평창올림픽에서 ‘신데렐라’로 떠오른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세계 8위)은 세계 1~5위 팀을 모두 쓸어버리면서 10팀 중 1위(8승1패)로 4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예선에서 유일한 1패를 안긴 일본(세계 6위)과 결승 길목에서 만나게 됐다. 일본은 5승4패를 기록, 턱걸이로 간신히 4강에 올랐다.
22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컬링 선수들의 훈련에서 한국의 주장 김은정(오른쪽)과 일본의 주장 후지사와 사츠키가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23일 준결승전을 벌인다. [강릉=연합뉴스]

둘 다 매 엔드 7·8번 승부 샷 책임져

한국은 지난 15일 예선 2차전에서 일본에 5-7로 역전패했다. 5-4로 앞선 9엔드에 김은정의 8번째 샷이 하우스를 지나치며 스틸을 당했다.

22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한국 여자컬링 국가대표 훈련에서 주장 김은정의 눈동자에 컬링장이 보인다. 한국은 23일 일본과 준결승전을 벌인다.[강릉=연합뉴스]
김은정은 일본전 패배를 좋은 약으로 삼아 한국의 파죽의 7연승을 이끌었다.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쓴 김은정은 2시간30분이 넘는 경기 내내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한 엔드에 4점을 따고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까랑까랑한 경상도 사투리로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영미~기다려~~”는 이제 전 국민의 유행어가 됐다.
배우 정우성이 21일 인스타그램에 김은정과 관련한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 [정우성 인스타그램]
팬들은 그에게 ‘카리스마 안경선배’란 별명을 붙여줬다. 배우 정우성도 21일 인스타그램에 ‘안경선배의 마법의 주문’이란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 대한민국이 김은정의 매력에 흠뻑 빠진 셈이다.
일본의 한 매체는 ’후지사와 사쓰키(오른쪽)가 한국의 여배우 박보영을 닮았다고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사진 네이버 브이앱ㆍ연합뉴스]
반면 일본의 후지사와는 경기에서 실수를 해도 생글생글 웃는다. ‘팀 후지사와’는 2016년 세계선수권에서 매 경기 웃음을 잃지 않는 밝은 모습으로 일본 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해피 재팬’ ‘스마일 재팬’이란 별명도 이때 나왔다. 지난 15일 일본-한국전 후 후지사와가 한국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국내 네티즌들은 후지사와가 인기 배우 박보영(28)을 닮았다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22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컬링 선수들의 훈련에서 한국의 주장 김은정(뒤)이 훈련을 마치고 짐을 정리하는 동안 일본의 주장 후지사와 사츠키가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23일 준결승전을 벌인다. [강릉=연합뉴스]
샷 성공률 78% vs 73%, 김은정 앞서

컬링 경력은 후지사와가 김은정보다 한참 선배다. 그는 1991년 일본 홋카이도 아바시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물론 오빠와 언니도 모두 컬링 선수 출신인 말 그대로 ‘컬링 가족’이다. 후지사와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6세 때 컬링을 시작했다.

그는 현재 일본 로코 솔라레 기타미 소속이다. 팀 동료가 출산으로 운동을 그만둔 뒤 스킵을 맡고 있다. 그의 직업은 회사원. 홋카이도 지역 작은 회사에서 사무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별명은 ‘삿짱’, 사쓰키를 줄여 부르는 애칭이다.
그렇다고 승부욕이 약한 건 아니다. 후지사와의 좌우명이 그의 성격을 말해준다. ‘당신이 싸우는 한 실패가 아니다. 당신이 포기했을 때가 실패다.’
2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스킵 김은정(왼쪽)이 스톤을 딜리버리 하며 김영미에게 스위핑을 요청하고 있다.[강릉=연합뉴스]
김은정은 2007년 의성여고 동창인 김영미(27)의 손에 이끌려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선수 시절 초기엔 상대의 심리전에 말려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했으면 스킵은 동료에게 맡기고 7, 8번 샷만 던지기도 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는 자신의 실수로 팀이 탈락하자 컬링을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는 맏언니란 책임감으로 여기까지 왔다. 빙판 밖에서 김은정은 무척 명랑한 편이다. 남자팀과 번외 경기에서는 “오빠야들이 내 스톤을 다 때려 뿌쉈네”라고 말하며 까르르 웃는다.

21일 오후 2018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12차전 대한민국과 덴마크의 경기. 덴마크를 9-3으로 꺾은 한국 김은정이 팬들을 향해 미소짓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김, 손톱 하나 차이 공간까지 계산

한국 언론은 후지사와, 일본 언론은 김은정에게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21일 “김은정의 트레이드 마크는 안경이다. 작전 지시를 할 때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일본으로 치면 ‘안경 소녀’가 간사이 지방 사투리로 지시하는 느낌”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아사히TV는 강릉컬링센터 기자실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후지사와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비결’을 취재했다.
22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컬링 선수들의 훈련에서 한국의 주장 김은정(뒤)이 훈련을 마치고 짐을 정리하는 동안 일본의 주장 후지사와 사츠키가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23일 준결승전을 벌인다.[강릉=연합뉴스]

후지사와, 부모 형제 모두 컬링 선수

김은정은 오밀조밀 모여 있는 가드 사이를 손톱 하나 차이로 통과시키는 정교한 샷을 한다. 예선 샷 성공률이 78%로 10개국 스킵 중 2위다. 하지만 김은정은 일본전에서 샷 성공률이 60%에 그쳤다. 이번엔 한·일전이 주는 중압감을 이겨내야 한다.
일본의 한 매체는 ’후지사와 사쓰키(오른쪽)가 한국의 여배우 박보영을 닮았다고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사진 네이버 브이앱ㆍ연합뉴스]
후지사와는 예선 샷 성공률이 73%로 6위에 그쳤다. 한국 대표팀 김민정 감독은 “팀 후지사와는 체구는 작지만 히팅과 런백을 잘한다. 잘 숨기고 잘 때린다”면서도 “상대 전적은 우리가 11승8패로 앞선다”고 말했다. 후지사와는 “우리 팀은 의욕이 넘친다. 한국은 기술이 좋고 일본은 파워가 있다. 재미있는 시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보영을 닮은 모습이 한국에서 화제가 됐다”는 말에 후지사와는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22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컬링 선수들의 훈련에서 한국의 주장 김은정(오른쪽)과 일본의 주장 후지사와 사츠키가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23일 준결승전을 벌인다.[강릉=연합뉴스]
김은정은 22일 한 시간 동안 훈련을 마친 뒤 “잘하겠습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일전이 열리는 23일 저녁 김은정의 모교 의성여고에서는 재학생과 의성군민들이 모여 단체 응원전을 펼치기로 했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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