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풀고 북·미 접점 모색..제재 흔들기까지 '다목적 포석'
[경향신문] ㆍ북, 김영철 고위급 대표단장 카드 왜
ㆍ평양 ‘대남 총괄’ 백악관 ‘한반도 정통’ 인물 한자리에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할 고위급 대표단 단장에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내세운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개회식에 이어 폐회식에도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부위원장이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에 소속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관과 만난 적이 있어 북·미 접촉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통일부는 김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수행원 등 6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25일 육로로 방남해 2박3일간 체류할 예정임을 북한 측이 22일 오전 통지문을 통해 알려왔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체류 일정 등 실무적 문제들은 앞으로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한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폐회식에 고위급 대표단을 또다시 보내기로 한 것은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부분으로 볼 수 있다. 김 부위원장이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통전부장을 겸하고 있고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포함되는 등 고위급 대표단을 대남 관계자 위주로 구성한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부위원장이 체류 기간 동안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과 만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번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방한 때) 만남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두 나라가 상황 인식을 하고 갔기에 당장 뭘 만들어낸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모두 25일 폐회식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방카 고문의 방문에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담당관이 동행할 예정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후커 담당관은 현재 백악관 내에서 한반도 관련 사안에 정통한 유일한 인물인 데다, 제임스 클래퍼 당시 국가정보국장(DNI)이 케네스 배 등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2014년 11월 방북했을 때 동행해 김 부위원장을 만난 일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폐회식을 계기로 북한 측과 접촉할 것에 대비해 후커 담당관을 대표단에 포함시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김영철 부위원장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후커 담당관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라면 북·미 접촉에 대한 기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2010년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알려지고, 한국과 미국 정부가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김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보낸 것을 두고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 부위원장이 대남총책이라는 점에서 대표단장으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미의 대북 제재가 부당한 것이며 자신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 중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천안함 사건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기 위해 한·미가 주범으로 낙인찍은 김 부위원장을 보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제재 대상인 김 부위원장의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가에 대해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있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준수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방남도 이런 틀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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