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카 "올림픽에 집중할 것" 펜스와 달리 탈북자는 안 만나
[경향신문] ㆍ오늘 문 대통령과 상춘재서 만찬…청와대 “정상급 예우”
ㆍ정치 행보 자제, 북핵 문제 등 ‘트럼프 메신저’ 역할 주목
미국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대표단을 이끌고 23일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사진)은 ‘올림픽 자체에 집중한다’는 기조다. 북한 인사나 탈북자들과의 계획된 만남은 없다고 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 강경한 대북 압박 행보로 논란을 빚었던 것과 달리 정치적 일정은 피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방카 고문은 북핵 문제와 한·미 현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전해주는 메신저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을 통해 이방카 고문이 23일부터 3박4일간 방한한다고 밝혔다.
이방카 고문은 23일 방한해 당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찬을 갖고, 25일 폐회식에 참석한 후 26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이방카 고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올림픽 폐회식에 미국 대표단을 이끌게 돼 영광”이라며 “우리는 미국 선수단과 선수들의 성취를 축하하길 고대하고 있다. 그들의 재능과 추진력, 투지는 미국의 탁월함을 상징하며 우리 모두를 고무시킨다”고 말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대표단의 핵심 메시지는 한국의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축하하고 미 선수단을 격려하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방카 고문이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면서 미국 선수단을 격려하고,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온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방카 고문은 올림픽 관련된 일정에 집중할 것이란 의미다.
미국 폐회식 대표단은 이방카 고문을 비롯해 상원 외교위 제임스 리시 공화당 의원,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 쇼나 로복 전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수 등이다.
미국 정부가 미리부터 북한과의 접촉은 없다고 못박은 만큼 개회식 당시 무산됐던 북·미 접촉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방카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혈육을 넘어 정치적 복심으로 알려진 만큼 남북정상회담, 북·미대화 등 북핵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통상 현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방카 고문이 들고 올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방카 고문의 방한에 대해 ‘정상급 예우’를 준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23일 만찬 장소를 청와대 상춘재로 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상춘재는 주로 외빈 접견 시 사용되는 전통 한옥 건물로,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환담을 나눈 곳이기도 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상춘재에 들렀던 만큼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도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방카 고문의 방한에 대해 “일부에서 우려하는 한·미 간 이견이 있거나 균열이 있지 않나 하는 걱정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상징적인 일”이라며 “따뜻하게 대접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이방카 고문에 대한 경호는 청와대 경호처가 직접 맡는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김지환 기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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