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핫스팟 츠타야 서점, 2호점은 왜 실패했을까

김지영 2018. 2. 2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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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오마이뉴스 글:김지영, 편집:최은경]

최근 각광받고 있는 업무조직 형태인 '애자일 스쿼드(agile squad)'는 본래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유래한 것이다. '기민하다(agile)'는 말뜻 그대로 일정한 계획에 따르기보다는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조직 형태를 이른다.

즉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류를 적극적으로 수정해나감으로써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것인데, 이런 조직 형태를 비즈니스에 적용하면 고객의 반응과 시장의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미리 예측하고 선점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특히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런 애자일 방식을 모든 업무 및 비즈니스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애자일 방식이 더더욱 주목받는 것은 오늘날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기반의 비즈니스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부상 중인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과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이 영향력을 확대하며 산업의 전반적인 판도를 뒤흔들면서, 기업들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점점 더 자주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아직 모범 답안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직접 오류를 겪고 이를 바로잡아나가면서 답안을 찾아나갈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이에 걸맞은 업무 조직의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애자일 스쿼드의 업무 태도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DFLR, 즉 '우선 실행하고(do), 빨리 실패해보고(fail fast), 실패를 통해 배우고(learn), 다시 시도하는(redo) 것'이다. 이제껏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완벽한 기획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과거의 실행 데이터가 없으니, 어쩌면 실패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그 당연한 실패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실패 자체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즉 완전한 기획을 만들려는 생각으로 시간을 끌며 머뭇거리기보다는 일단 실행해보고 빨리 실패함으로써 그 실패를 데이터로 삼아 재도전의 성공 확률을 높여나가야 하는 것이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책표지
ⓒ 위즈덤하우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는 고객 맞춤 기획에 관한 책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 기획은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 상황의 변화를 미리 예견해서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을 통해 이루어나가는 것이다.

일단 실행하고, 실패를 감지하고, 해당 데이터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실행하다 보면 '좋은 기획'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애자일의 업무 태도, 즉 DFLR과 거의 흡사하다.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상황에서나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반응에 대처하는 상황에서나 결국 중요하게 요청되는 업무 태도는 동일한 것이다. 기존의 프레임을 고집하는 업무 태도는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내가 각종 보고서나 기획서를 바로 제출하라고 하는 이유는? 프로그램이 들어 있지 않은 컴퓨터나 데이터가 들어 있지 않은 컴퓨터를 아무리 전압을 올리고 시간을 들여도 아웃풋은 바뀌지 않는다. 사람도 컴퓨터와 같아서 열심히 생각하고 보고하기까지 시간을 길게 확보해도 결국 아웃풋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바로" 아웃풋을 하라고 요구한다. 아웃풋이 있으면 데이터나 다른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는다. 그런 조언들을 더하면 '좋은 기획'이 생긴다." -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166p>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주장하는 성공 요소중 하나는 '기획'이다. 심지어 '해결책을 기획하다'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그는 기획을 '빠르게 변하는 것과 느리게 변하는 것의 간극을 줄이는 일'로 정의하는데 말하자면 이런 뜻이다. 디지털 환경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은 빠르게 변하지만, 생산-유통 구조는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게 변할 수밖에 없다.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수익 모델을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둘 사이에 속도의 간극이 생기는데, 여기서 생산자 측의 관점과 구조를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감으로써 그 간극을 줄이는 것이 곧 기획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기획이 가능하려면 업무 방식의 변화를 통해 DFLR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활용하는 전략은 츠타야를 성공가도에 올린다. 하지만 1호점 매장의 성공 이후 이어진 2호점이 실패로 돌아가자 저자는 그 원인을 1호점 성공에서 찾는다.

츠타야 1호점이 대성공을 거둔 이유는 "고객의 기분으로" 기획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고, 경쟁사를 조사하고, 고객의 기분이 되어 어떤 매장에 가고 싶은지, 빌리고 싶은 상품이 있는지, 매장에 갔을 때 설?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매장을 기획했기 때문이지만 2호점은 달랐다. 흥미롭게도 성공 체험이 기본적인 것을 망각하게 해 실패했다는 것.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는 성공 체험을 쌓은 터라 '이렇게 하면'이 가능한 물건을 찾는다. 고객의 기분으로 매장을 만드는 과정을 밟는 것이 아니라 성공 패턴을 하나 더 만들려고 한다. (중략) 고객을 보지 않는 매장은 사람이 모일 리 없고 일하는 사원도 즐겁지 않다. 성공 체험은 그런 기본적인 것에서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2호점은 실패하는 일이 많다." - 58p

츠타야는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오히려 이용함으로써 성공했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조직문화와 업무 방식으로 새로운 기획이 지속 되었고 사업 실패에서 기회를 찾아 이후 사업들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현재 일본 내 1400개 매장, 연 매출 2조 원, 회원수 6천만명의 일본 최고 서점이 되었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는 실패를 활용해 성공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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