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논란' 오태석 극단에 문체부 산하기관 지원 중단할까

박창욱 기자 2018. 2. 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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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경, 오태석 운영 극단 해외공연 지원 중단 놓고 "고민 중"
예술위, 대학로 공연 중단 여부 23일 긴급회의서 최종 결정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 인터뷰. 2뉴스1 © News1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오태석 연출가(78)가 대표로 있는 극단 목화의 신작 연극 공연의 중단을 검토하는 가운데, 예술경영지원센터도 극단 목화의 해외 공연 국고 지원의 중단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예경은 이르면 22일 중으로 지원 중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예술위 내부에선 최종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성추행 논란'이 커진 현재 분위기에서 오태석 연출의 '모래시계'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이와 달리 해외 공연은 초청 국가의 상황도 걸린 만큼, 예경은 지원 중단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22일 공연계에 따르면 극단 목화의 연극 ‘템페스트’가 현지시간 오는 28일 개막하는 페루 리마페스티벌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돼 3월1일까지 이틀간 공연한다. 이에 따라 오 연출을 비롯한 극단 목화 단원들은 오는 25일 페루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 공연은 예경의 ‘센터스테이지 코리아’ 사업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국고로 항공비와 운송비 등을 실비로 지원한다. 지원은 극단 목화가 영수증을 제출하면 실비를 사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경은 지원 예정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페루 왕복 항공권 가격과 약 20명 선인 템페스트 공연 인원을 고려할 때 지원 금액은 1억원선에 달할 것으로 연극계에선 추산했다.

그러나 오태석 연출가는 연극인들이 최근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 나도 말한다) 운동에 따라 온라인에 올린 글을 통해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과 함께 연극계 성추행 의혹에 휘말렸다. 고발 글에서 가해자는 ‘극단을 운영하는 교수님’ ‘이름만 들으면 누군지 아는 연극계 대가’ 등으로 표현됐는데, 당사자가 오태석 연출로 지목됐다.

특히 오태석 연출가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목화의 단원과 '성추행 논란'에 관한 새벽 대책회의를 했으며, 이 단원을 통해 오 연출가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와 접촉한 정황까지 뉴스1 취재 결과 확인됐다. 오 연출가가 주로 활동하는 장소에 찾아가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그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오 연출가가 명예교수로 활동하던 서울예술대학 총학생회에선 해임과 퇴출을 요구하고 나섰고, 서울연극협회는 오는 27일 이사회를 개최해 오 연출가를 제명하는 안건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경은 22일 지원 중단 여부를 두고 내부 회의를 진행 중이다. 예경 관계자는 "사회적 논란이 커져 지원 중단을 두고 여러 사항을 점검 중"이라며 "논란이 워낙 갑자기 터졌고 일정이 촉박한 만큼 이르면 이날 중으로 지원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경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 공연을 지원하는 예술위와 달리 초청한 페루 예술기관의 입장도 있는 만큼,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했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 스튜디오에서 성추행 논란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이와 달리 예술위는 오태석 연출가의 신작 연극 '모래시계' 공연 중단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오 연출가가 대표로 있는 극단 목화는 예술위의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사업에 선정돼 1억원의 제작 지원금을 받았고, 오는 3월13일부터 25일까지 예술위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예술위는 오는 23일 예술위원 긴급회의를 열어 오태석이 연출한 연극 모래시계의 중단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한다. 예술위 관계자는 "예술위원들이 모두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예술위원 회의에서 공연 중단 등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술위 내부에서는 위원회의 최종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성추행 논란'이 커진 현재 분위기에서 오태석 연출의 '모래시계'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아울러 극단 목화의 예정된 공연 중단 여부와는 별개로 이미 지원한 공연 제작비 지원금 1억원의 환수 가능성도 검토할 예정이다. 예술위 다른 관계자는 "오태석의 연출이지만 공연 전체는 극단의 집단 창작물이어서 예술위 자문 변호사에게 법리 검토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는 23일 열리는 긴급회의에서는 이번 오태석 연출가의 공연뿐만 아니라 올해 지원 사업 선정 절차에 성폭력 등의 논란 항목을 반영하는 안건도 함께 다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등을 비롯한 문화예술계 성폭력 고발하는 '미투' 운동 확산과 관련해 성폭력 연루자를 문화예술 분야 공공 지원과 문화예술분야 공공기관 보직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앞서 체육계에 도입한 비리·성폭력 연루자를 협회에서 제명하는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방식을 문화예술계에도 준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공공기관 보직자 임용과 관련해 범죄 경력 조회를 넘어 성폭력 평판 조회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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