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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의 원사이드컷] 무리뉴, 포그바 그리고 맨유가 사는 법

조회수 2018. 2. 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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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세비야 v 맨유 매치 리뷰

3승 11무 10패

맨유의 유럽대항전 역사는 찬란하지만 그들은 전통적으로 스페인 원정에 약했다. 여기에 최근 토트넘과 뉴캐슬에게 리그 원정에서 연패를 당한 직후 치른 세비야 원정이기에 부담은 더 컸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1차전 90 분을 조용히 마무리 한 것은 3주 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릴 양팀의 두번째 대결에서 무리뉴의 팀에게 이점이 될 것이다. 

맨유는 불안 요소가 많았지만 결국 실점하지 않았고 패하지도 않았다. 과정은 매우 어려웠지만 오늘 그들은 최소한의 결과를 만들어내며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의 시작을 무리뉴답게 시작했다. 무리뉴는 지난 시즌 유럽대항전에서도 이런 리듬으로 맨유를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다만 과거와 현재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맨유는 지금 유로파리그가 아닌 챔피언스리그를 뛰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맨유 관련 뉴스의 절반은 포그바가 관련되어 있다.


# 수비

경기 전, 빨간불이 켜진 곳은 센터백이었다. 로호, 존스 모두 문제가 생기며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스몰링, 린델뢰프 그리고 11월에 당한 부상에서 갓 회복한 바이가 전부였다. 올 시즌 스몰링과 린델뢰프는 팀에 큰 신뢰를 주지 못했지만 무리뉴 감독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전반 종료 직전, 세비야의 공세가 가장 강했을 때, 두 센터백은 은존지와 무리엘에게 공중볼에서 연이은 위기를 맞았지만 데헤아가 팀 전체를 구했다. 그리고 이 장면을 제외하면 스몰링과 린델뢰프의 경기력은 준수했다. 

맨유는 오늘 총 25번의 슈팅을 허용했고 그 중 8번이 유효 슈팅으로 연결됐다. 최후방에서 데 헤아가 가장 빛났지만 스몰링과 린델뢰프도 무려 9번의 슛 블로킹을 기록하며 무실점에 기여했다. 좌우 풀백으로 나선 영과 발렌시아도 수비적으로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세비야는 점유율을 비롯한 모든 공격 수치에서 맨유를 압도했다. 은존지와 무리엘에게 약간의 행운만 따랐다면 한두골 차 승리도 충분했을 것이다. 세비야는 25번의 슈팅과 12번의 코너킥을 기록했지만 결국 맨유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최근 나바스와 사라비아가 합을 맞춘 오른쪽 라인에서 시작되는 콤비네이션에서 장점을 보였지만, 맨유의 수비 블록을 뚫기에는 세밀함이 부족했다. 오히려 왼쪽 측면에서 여러차례 과감한 일대일 돌파를 선보인 호아킨 코레아가 더 위력적이었다.

스몰링과 린델뢰프는 총 9번의 슈팅을 블로킹 했다. (후스코어드 닷컴)

하지만 맨유의 무실점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세비야는 리그에서 5위를 기록 중이지만 득점은 31골로 리그 전체 11위에 불과하다. 반면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최소 실점팀이다. 맨유가 오늘처럼 수비에 밸런스를 집중하여 경기를 펼친다면, 당장 두 팀이 내일 재경기를 치러도 현재 세비야의 공격 유닛으로는 득점을 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맨유에게 리그 타이틀은 이미 멀어졌다. 욕심이 난다면 당연히 FA컵 보다는 챔피언스리그다. 애슐리 영도 최근 인터뷰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만약 맨유가 세비야를 꺾고 8강에 진출한다면 당연히 더 강한 팀을 상대해야 한다. 물론 무리뉴 감독의 토너먼트 경험과 부상에서 복귀할 센터백들이 큰 힘이 되겠지만 맨유는 오늘 무리엘, 사라비아, 코레아가 중심이 된 세비야 공격진에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세 선수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록한 골? 코레아의 한 골이 유일하다.


세비야 전, 맨유의 패스맵 - 중앙 미드필더와 좌우 풀백간의 관계가 활발하지 않았다.


# 공격

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그래도 수비는 버텨냈다. 문제는 공격이다. 겨울부터 맨유의 공격 루트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슈가 되고 있다. 오늘도 역시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목된 장면들이 반복됐다. 중계하면서 느낀 맨유 공격 루트의 세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 루카쿠는 외롭다.

오늘 같이 수비에 초점을 맞추면 루카쿠는 더욱 고립된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최전방 루카쿠에게 전진 패스가 투입되면 근처에 2선 자원들은 최대한 빠르게 루카쿠를 서포트해야 한다. 루카쿠와 동료 선수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또 패스를 연결할 수 있는 각도가 만들어질수록 맨유의 공격 루트는 다양하고 정확해 질 수 있다. 하지만 루카쿠에게 투입되는 패스의 질도 그리 훌륭하지 않고, 전진 패스 이후 2선 유닛들의 서포트 레벨도 결코 높지 않다.

그런데 두가지 요소 모두 연관성이 있다. 맨유는 하프라인 지점 혹은 그 밑에서 수비 뒷공간으로 돌아 뛰는 루카쿠를 겨냥한 공간 패스를 자주 시도한다. 물론 한차례만 성공하면 골에 아주 가깝게 갈 수 있지만 상대 수비의 능력이 형편 없지 않는한 성공률이 높은 패턴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직선적인 투입이 패서와 루카쿠 사이에 위치한 2선 자원들이 고민하는 상황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2선의 빠른 서포트가 이루어지려면 3선에서 킥이 진행되는 순간 스프린트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패스가 연결될 확률이 낮은 상황에서 스프린트를 여러차례 시도하다보면 체력적인 부담이 커진다. 그런 상황이 두세번만 반복되도 갈까 말까 망설이게 되고 멈칫하게 되는데, 그 순간 이미 서포트 타이밍은 늦어진다.

두번째, 좌우로 넓은 형태 그리고 산체스.

그동안 지공 상황에서 맨유가 재미를 봤던 장면을 돌이켜보면 늘 전진된 풀백이 관여되어 있었다. 좌우 형태를 최대한 넓게 만들어 가운데 유닛들이 활동할 공간을 확보했고, 동시에 사이드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물론 상황에 따라 형태를 좁게 만들어 간결한 볼 터치로 빠르게 상대 골문에 접근하는 것에 능한 팀들도 있다. 1월에 영입한 산체스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했지만 아직 산체스는 높은 영향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산체스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아스널에서 그는 누구보다 자유로웠다. 본능적으로 움직였고,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했다. 그런 성향이 아스널에게 득이 될 때도 있었고, 독이 될 때도 있었다. 더 오래전 일이지만 바르셀로나에서 산체스는 일정한 역할을 맡았고, 어느 정도 팀이 정한 루트 안에서 움직였다. 당시 바르셀로나 공격에는 그들만의 확실한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맨유의 공격 상황에서 산체스라는 유닛은 조금 애매한 면이 있다. 산체스는 아스널 시절 같은 자유도가 있는가?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산체스는 바르셀로나 시절처럼 디테일한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가? 그것 또한 아니다. 자유를 주던가, 시스템을 만들어 그 속에 넣던가 둘 중 하나의 선택이 필요할 것 같다. 무리뉴의 오랜 팬들은 기억할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첼시와 무리뉴가 좋았던 시절 데미안 더프와 아르엔 로번도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이 뚜렷했다. 

산체스의 역할이 애매하다보니 지공 상황에서 공격의 갈피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맨유에게는 우선 공격 형태를 최대한 좌우로 넓게 잡아놓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 산체스가 계속 공을 받으러 내려오면 동선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정리가 좀 필요할 것 같다.

세번째, 차라리 클래식한 스리톱이 낫다.

마지막 15분 동안 래시포드와 마샬이 차례로 투입되며 래시포드-루카쿠-마샬이 스리톱을 형성했는데 오히려 이 조합이 오늘의 경기 컨셉에서는 가장 효율적이었다. 이는 수비에 무게를 둔 상황에서, 최전방에 루카쿠를 최대한 높게 배치하여 두명의 상대 센터백을 묶어두고, 빠르고 돌파 능력이 있는 좌우 윙어를 통해 상대 측후방 공간을 공략하는 클래식한 방법이다. 무리뉴 감독은 이 전략으로 마지막 15분 동안 세비야의 핵심 공격루트인 나바스와 사라비아의 오른쪽 측면을 제어했다. 래시포드의 투입 이후 나바스는 더 이상 적극적으로 전진하지 못했고, 동시에 후반 들어 살아난 사라비아도 다시 조용해졌다. 

맨유가 세비아를 넘어 챔스 캠페인을 계속하게 된다면 적어도 원정에서 이 조합은 위력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오늘은 마지막 15분에 불과했지만, 보다 많은 시간이 주어져도 좋을 것 같다.

산체스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폴 포그바

최근 맨유 관련 뉴스의 절반은 포그바가 차지하고 있다. 최적 포지션과 역할, 무리뉴 감독과의 관계에 대한 것들이 그 내용이다. 포그바가 맨유에 돌아온 이후 사람들은 그의 플레이가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의 모습을 확인했다. 공격형과 수비형을 모두 소화하지만 2선에 섰을 때, 3선에 섰을 때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 

축구계에 어떤 라이징 스타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보통 "제2의 누구" 라는 수식어를 붙혀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포그바에게는 그런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 우수한 피지컬, 특이한 폼, 화려한 스킬까지. 포그바는 분명 유니크했다. 프랑스 국민들은 그가 과거 플라티니 혹은 지단처럼 중원에서 팀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는 플라티니와 지단과는 다른, 분명 색다른 유형의 선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처음의 신선함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장점에 가려졌던 단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2선에 놓으면 화려하지만 볼 터치의 간결함이 부족하여 흐름이 끊기고, 3선에 놓자니 수비에 대한 부족한 습관이 문제가 된다. 맨유가 세 명의 미드필더로 출전할 때 선수 조합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마티치 만큼 수비 역할을 잘 해낼수 있는 홀딩 미드필더는 리그 내에 흔치 않다. 다가올 여름 토니 크로스 영입에 대한 뉴스도 있지만 어떻게보면 미드필드 보강을 위한, 포그바 극대화를 위한 추가 영입은 조금 다른 시각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얼마 전, 로이 킨이 포그바에 관해 말했다.

"미드필더라면 그 조합이 2명 이든 3명이든 뛸 줄 알아야 한다. 포그바는 축구의 본질적인 목적에 집중 해야 한다."

로이 킨에 말에 공감한다. 현대 축구에서 위 아래 다 소화하는 미드필더는 꽤 많지만, 이들 모두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이 있다. 포그바는 유벤투스를 떠난 후 두 포지션을 병행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우선 하나의 포지션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세비야 전이 끝난 후 진행된 공식 인터뷰에서 무리뉴 감독은 "포그바는 플레이 메이커"라고 말했다. 

무리뉴와 포그바의 진짜 관계가 어떨지 우리는 알기 어렵다. 그런데 만약 좋지 않더라도 지금 두 사람은 공생해야 한다. 무리뉴는 포그바를 전술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포그바는 감독의 요구를 수행해야 한다. 그래야 맨유도 살고, 프랑스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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