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허정도, 문화계 미투 운동 동참 "두려움을 뚫고 나온 용기에 고마움..당신과 함께" [전문]

김샛별 2018. 2. 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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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도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스포츠투데이 김샛별 인턴기자] 배우 허정도가 문화계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지난 20일 허정도는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문화계 성추행 논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며, 미투 운동에 힘을 실었다.

허정도는 "당신이 목소리를 내어주신 덕분에 저부터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저와 당신의 삶이 완전히 달랐음을 인정하며 더욱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함께 행복하기 위해 더 세심하게 살피고 행동하겠습니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허정도는 "저는 평생을 별다르지 않은 한국 남자로 살아왔다. 강남역 사건을 만나곳서야 남과 여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며 "강자가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엔 분명 한계가 있고, 강남역에 많은 포스트잇이 붙기 전까지 그들이 약자라는 저의 인식 자체도 매우 뜬구름 잡는 수준이었다"고 고백했다.

허정도는 자신이 글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이 문제에 있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서가 전혀 아니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어 "이윤택 연출의 기자회견 기사를 접하고는 허탈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남자인 내가 이럴진대 현장에서의 여성들의 분노와 피해자들의 참담함은 얼마만큼일까.."라고 이윤택의 성추행 논란을 언급했다.

또 허정도는 "얼마 전 있었던 담당 공무원들과의 면담에서 '모든 스태프 및 배우에 대한 성폭력 예방 교육 의무화'를 제안,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함께 행복하기 위해 더 세심하게 살피고 행동하며 귀를 기울이겠다. 엄청난 두려움을 뚫고 나온 용기에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하 허정도 페이스북 전문.

당신이 목소리를 내어주신 덕분에 저부터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당신께 드린 상처가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와 당신의 삶이 완전히 달랐음을 인정하며 더욱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행복하기 위해 더 세심하게 살피고 행동하겠습니다.

연이은 미투들을 만나면서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가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것은 과연 나는 얼마나 떳떳한가 하는 질문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평생을 별 다르지 않은 한국 남자로 살아왔고, 강남역 사건을 만나고서야 남과 여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상대가 불편함을 표현했거나, 표현하지 않아도 제 생각에 불편했을 수도 있겠다 싶을 때는 꼭 사과를 했지만 제마 미처 감지하지 못했거나 상대가 차마 말하지 못했던 불편 불쾌 불안은 또 얼마나 될는지. 어쩌면 제가 그동안 했던 '나름'의 조심과 사과는 빙산의 일각이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강자가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엔 분명 한계가 있고, 게다가 강남역에 그 많은 포스트잇들이 붙기 전까지는 그들이 약자라는 저의 인식 자체도 매우 뜬구름 잡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최근 드라마 현장의 아픔에 대해 더 귀를 이울리면서 제가 발 디딘 곳 또한 예외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극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들은 대부분 어리고 힘 없는 사람들이라 자신들의 꿈과 밥줄을 빼앗길까봐 목소리를 못낼 뿐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미안한 마음에 얼마 전 있었던 담당 공무원들과의 면담에서 '모든 스태프 및 배우에 대한 성폭력 예방교육 의무화'를 제안했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이 문제에 있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서가 전혀 아닙니다. 반대로 별 다를 게 없는 남자 어른으로 살아왔기에 과연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윤택 연출의 기자회견 기사를 접하고는 허탈함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남자인 내가 이럴진데 현장에서 저 목소리를 들은 여성들의 분노는, 직접 그 일을 당한 피해자들의 참담함은 도대체 얼만큼일까.. 역시나 그것은 제 상상을 벗어나는 일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아픔을 헤아리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정말 힘들게 목소리는 내는 분들께 전하고픈 말이 있어 저 또한 용기를 내어봅니다.

당신이 목소리를 내어주신 덕분에 저부터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당신께 드린 상처가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와 당신의 삶이 완전히 달랐음을 인정하며 더욱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행복하기 위해 더 세심하게 살피고 행동하겠습니다.

당신의 두렵고 또 두려웠을 시간들에 위로를, 그 엄청난 두려움을 뚫고 나온 용기에 깊은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당신과 함께.

김샛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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