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새빨간 거짓말"이라더니, 드러나는 MB 차명재산

정진우 입력 2018.02.22. 10:41 수정 2018.02.2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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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2007년 8월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도곡동 땅 실소유주 및 BBK사기사건 연루 의혹을 ‘새빨간 거짓말’로 규정했다. 대선 후보에 대한 정치 공작이며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로부터 11년이 흐른 2018년, 이 전 대통령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던 의혹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도곡동 땅은 물론 자동차 부품업체인 다스 역시 이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었다는 진술과 정황 증거들이 나오면서다.

2008년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유세일정을 소화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 [중앙포토].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이 보유한 차명재산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건 ‘MB 최측근’의 진술이다. 이 전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해 서울시장·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측근들 중 상당수는 최근 검찰에 관련 혐의를 실토하는 등 사실상의 자백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수십년간 비선에서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하던 ‘금고지기 3인방’의 진술은 검찰이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 MB에 등 돌린 '금고지기 3인방'
2007년 도곡동 땅 차명 의혹 관련 검찰에 소환된 김재정(가운데)씨와 그를 보좌하던 이병모(뒷줄 가운데)씨. [연합뉴스]
현재 금고지기 3인방 중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이영배 금강 대표는 구속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지난 13일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장부’를 없애려다 긴급체포된 이후 사흘 만에 구속됐다. 그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고 실토한 데 이어 자신이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을 직접 관리했고 최근까지도 관련 내용을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현재 다스의 최대주주는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은씨로 1995년 도곡동 땅을 매각한 대금을 활용해 다스 지분을 35% 매입했다. 이후 추가로 다스 지분을 사들인 끝에 다스 전체 지분의 4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도곡동 땅 판매대금은 이씨가 다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활용된 종잣돈이 됐다는 점에서 ‘도곡동 땅 실소유주=다스 실소유주’란 등식이 설립한다.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고(故) 김재정씨와 이씨가 공동으로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도곡동 땅이 실제론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이었다면 다스의 실소유주 또한 이 전 대통령이 된다는 의미다.

또 이 사무국장이 2008년 1월 정호영 특별검사팀 사무실을 찾아 기자들에게 “도곡동 땅의 소유주는 이상은 회장”이라고 말한 것 역시 사전에 기획된 거짓 증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이 전 대통령 선거캠프 관계자들과 입을 맞춘 뒤 ‘기획 인터뷰’를 자청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도곡동 땅 소유관계가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직접 연결되는 문제라는 걸 파악한 이 전 대통령 측이 이 사무국장을 방패막이로 앞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영배 대표가 조성한 비자금, MB로 흘러갔나
지난 19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한 이영배 대표. 그는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을 관리해 온 금고지기 중 한명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또 다른 재산관리인인 이영배 대표는 2007∼2008년 검찰과 정호영 특별검사팀 수사에서도 이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을 관리한 인물로 지목된 바 있다. 그는 하도급 업체와 고철을 거래하면서 대금 부풀리기를 통해 비자금 65억원을 조성하는 등의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됐다. 그는 또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고(故) 김재정씨의 부인 권영미씨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11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조성한 비자금 등이 세탁돼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고지기 3인방’ 중 마지막 한 명인 정모씨는 이 전 대통령 친인척이 소유한 부동산을 관리해 온 인물이다. 검찰은 정씨가 이 같은 부동산의 임대이익 등을 거둬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정씨는 김재정씨와 이 전 대통령의 조카 김동혁씨가 보유한 부동산과 건물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임대료를 현금으로 수금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