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배워야 할 스위스의 ICO 가이드라인

임유경 기자 2018. 2. 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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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기능·자산 3가지 분류하고 규제기준 제시

(지디넷코리아=임유경 기자)스위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ICO)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ICO를 3가지로 종류로 분류하고, 그 중 증권 성격이 강한 ICO와 토큰에 대해선 그에 준하는 법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스위스 금융당국은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이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위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명확한 규정이 없어 발생하는 혼란과 불확실성을 제거해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한국도 ICO를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면밀히 들여다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법을 찾아야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위스, 지불형, 기능형, 자산형 3가지로 ICO 및 토큰 분류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위원회(FINMA)는 최근 "현재 ICO를 다루는 일관적인 법적 원칙이나 ICO관련 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향후 ICO를 평가하고 어떤 법을 적용할지 결정하기 위해 ICO 가이드라인(☞관련링크)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ICO와 토큰은 지불형(payment), 기능형(utility), 자산형(asset) 3가지로 분류된다.

스위스 금융당국이 ICO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지불형 토큰은 지불 수단 외에 다른 기능이 없는 토큰을 말한다. 스위스 법에선 자금세탁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증권으로 취급되진 않는다.

기능형 토큰은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에 디지털 접근권을 제공하는 목적으로 개발된 것을 말한다. 기능형 토큰은 오직 디지털 접근권의 목적만 수행하며, 발행 시점에 이런 방식으로 이미 사용가능해야 하고 증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투자의 기능을 수행한다면 증권으로 보고, 자산형 토큰과 동일한 방식으로 취급한다.

자산형 토큰은 실제 물리적 근거, 회사, 수익 흐름에 참여하거나 배당금, 이자, 수익에 대한 권리를 주는 경우를 얘기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주식, 채권, 파생상품에 가까운 형태다. 이런 토큰은 증권으로 간주하고 토큰 거래에 대해 증권법을 적용한다.

경우에 따라 혼합된 형태의 ICO도 존재할 수 있다. 기능형 토큰인데 지불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 경우 역시 자금세탁방지규정을 적용받는다.

"ICO가이드라인은 블록체인 산업 진흥이 목적"


FINMA는 ICO 가이드라인이 블록체인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FINMA 측은 "ICO 장소로 스위스를 택하는 프로젝트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데 지금까진 이들이 따라야할 규제가 명확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이드라인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혁신가들은 규제 환경을 살펴볼 수 있게 될 것"이며 "그들은 투자자와 금융 시스템의 무결성을 보호하는 스위스 법률을 준수하면서 프로젝트를 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스위스에서 진행된 ICO는 약 5억5천만 달러 규모(약 6천억원)로, 세계 ICO 시장 전체 중 1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뤄진 ICO 토큰의 총 가치는 현재 40억 달러(약 4조3천억원)에 이른다.

주로 스위스 주크 지역에서 ICO가 이뤄지고 있고, 이 때문에 주크는 크립토밸리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다. 실리콘밸리에서 따온 별칭으로, 암호화폐 허브 도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위스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국가 차원의 신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요한 슈나이더 암만 스위스 경제부 장관(전 스위스 대통령)은 "스위스가 ICO시장의 번영과 함께 디지털 혁신을 위한 '크립토 네이션'이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은 왜 무조건 금지만 하고 있나...

한국은 현재 ICO가 금지돼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ICO를 앞세워 유사수신 사기 행위가 증가하고 투기 수요가 급증한다는 이유로 국내 ICO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ICO를 금지한다는 어떤 법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금지됐다고 보기도 어려운 애매한 상황이다.

국내 ICO 프로젝트들은 이런 모호성 때문에 국내에서 ICO를 못하고 있다. 스위스, 싱가포르, 호주 등 해외에서 ICO를 진행한다. 반면, 해외 업체들은 한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ICO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막을 방법도 없다.

규정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중 고려대 교수(사이버국방학과·정보보호대학원)는 "우리도 (규제가 필요한 ICO 방식에 대해선) 자본시장법으로 얼마든 관리할 수 있는데 준비를 안하고 있다가 갑자기 이런 현상이 생기니까 우왕좌왕하다 3개 방식을 모두 금지시켜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스위스 같은 규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 1년 정도 이 안에서 ICO를 해볼 수 있게 하고, 문제가 없다는 게 확인되면 완전히 풀어주는 게 아니라 자산형 ICO에 대해선 IPO 처럼 관리하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임유경 기자(lyk@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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