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장부가치 '0'인데..본사 지원 요구에 '적정성 논란' 확산

박종오 2018. 2.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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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사장, 산은 회장 만나 신규투자 논의
신차 2종 배치, 경영 정상화 방안 없으면
정부도 유상증자 등 자금지원 명분 없어
이달 중 정부·GM 본격 협상 들어갈 듯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자회사인 한국GM에 고금리 이자 장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GM 본사가 정부에 요구한 자금 지원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이미 자본 잠식 상태인 한국GM 장부 가치를 ‘0’으로 산정한 상황에서 유상 증자 등 자금 지원에 참여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GM 본사가 정부와 산은에 제시한 자구 계획안의 진정성을 담보하려면 국내에 신차 2종을 우선 배치하고 경영 실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GM 회생 방안, 본사만 유리해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을 방문해 이동걸 산은 회장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엥글 사장과 이 회장은 한국GM 회생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엥글 사장은 산은이 제시한 자금 지원의 전제 조건과 원칙, 한국GM 실사 등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신차 배정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이달 중 실사 개시와 함께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GM 본사가 제시한 자금 지원 방안의 적정성이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날 공개한 대외비 문서에 따르면 엥글 사장은 이미 지난달부터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 주요 인사 등과 만나 한국 정부 지원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엥글 사장은 이달 8일 유정복 인천 시장에게는 한국GM 부실을 해소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본사가 28억 달러 규모 시설 투자와 함께 한국GM에 빌려준 돈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자본 확충에 나설 테니 한국 정부도 추가로 돈을 넣으라는 것이다.

이는 GM 본사에 유리한 조건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국GM이 현재 본사에 3조921억원(작년 1분기 기준)에 달하는 빚을 진 것도 GM의 옛 대우자동차 인수 자금을 한국GM이 사실상 떠안았기 때문인데, 이 회사 구조조정 비용까지 한국 정부가 대라는 식이라는 것이다.

한국GM은 앞서 2012~2013년 GM 본사에서 1조4905억원을 빌려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GM 우선주(28만7914주)를 조기 상환했다. GM이 2002년 대우차를 인수할 때 2억 달러를 출자한 산은에 출자금만큼의 보통주와 함께 지급했던 우선주를 모두 갚은 것이다. 우선주는 경영 의결권이 없는 대신 회사 이익이 생기면 보통주보다 많은 배당을 받는 주식이다. 한국GM이 본사에서 돈을 차입해 우선주를 조기 상환한 것은 배당금이 2013년부터 발행가의 연 2.5%에서 연 7%로 많이 늘어나서다. GM 본사가 사실상 대우차 인수 대금이나 마찬가지인 우선주 상환 부담을 대출을 통해 한국GM에 전가하고 오히려 한국GM으로부터 연 5.3% 수준의 이자까지 챙긴 셈이다.

◇“먹튀 방지 장치없이 지원하더라도 대출로”

이번에 GM 본사가 한국GM 대출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GM 측은 한 푼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계산이 밑에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칫 한국GM이 부실화할 경우 본사가 대출금을 떼일 수 있으나, 이를 주식으로 바꾸고 한국 정부로부터 새 자금을 지원받아 회사를 살리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만약 한국GM 부실이 심해져서 부도가 날 경우 GM 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3조여 원을 날릴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활용해 구조조정 비용을 아끼고 한국GM을 다시 수익성 있는 구조로 바꾸면 투자액을 온전히 회수하는 것은 물론 향후 안정적인 수익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정부는 호락호락 끌려갈 수는 없다는 태도다. 정유섭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산은의 한국GM 소유 지분(17.02%) 외에는 GM의 ‘먹튀’ 방지 장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재정 지원은 대출 형식으로 빌려주는 방식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부 전략”이라고 말했다. GM 본사가 한국GM 회생의 핵심으로 제시한 산은의 신규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 관계자는 “GM 본사는 신규 자금을 한 푼도 넣지 않고 사실상 한국 정부만 새로 돈을 내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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