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거장의 연출된 사과.. 표정 하나까지 미리 연습

2018. 2.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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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과 같은 극단 연출가"李, 단원들에게 회견 리허설 요청예상 질문 시키며 표정까지 연습"이윤택(66·사진) 연극연출가의 공개 사과 기자회견은 표정 하나까지 철저하게 연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이 연출가가) 단원들에게 리허설을 하자고 했다"며 "예상 질문을 던져보라고 시켰다"고 폭로했다.

한 단원이 '성추행 말고 성폭행을 했다는 제보가 사실입니까'와 '낙태는 사실입니까'라고 질문하니 이 연출가가 '성폭행과 낙태는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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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연극 연출가. 뉴시스

이윤택과 같은 극단 연출가
“李, 단원들에게 회견 리허설 요청
예상 질문 시키며 표정까지 연습”

이윤택(66·사진) 연극연출가의 공개 사과 기자회견은 표정 하나까지 철저하게 연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성관계는 했지만 성폭행은 아니라는 그의 주장도 거짓이라는 폭로가 나왔다.

2008년부터 극단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해 온 연출가 오동식씨는 21일 페이스북에 “나는 나의 스승을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극단 내부에서 이 사건의 공론화를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핵심 내부고발자가 직접 공개한 폭로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오씨는 “김보리(가명)씨가 (성폭행을 당해 임신 중절 수술을 했다고) 올린 글이 사실인지 극단 대표가 물어봤다”며 “사실이었다. 그건 강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단원이 김보리씨의 실명을 말하면서 ‘터졌어요!’라고 했고, 이 연출가도 가명을 듣고 곧바로 실명을 말했다”고 썼다. 실명을 안다는 것은 그 글이 사실이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성추행 사과 기자회견은 사전에 리허설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씨는 “(이 연출가가) 변호사에게 전화해 형량에 관해 물어봤다. 기가 막혔다”며 “기자회견을 한다고 결정하고 나서 마치 노래 가사를 만들 듯, 시를 쓰듯 사과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연출가가) 단원들에게 리허설을 하자고 했다”며 “예상 질문을 던져보라고 시켰다”고 폭로했다. 리허설 과정은 이랬다. 한 단원이 ‘성추행 말고 성폭행을 했다는 제보가 사실입니까’와 ‘낙태는 사실입니까’라고 질문하니 이 연출가가 ‘성폭행과 낙태는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는 것. 오씨는 “극단 대표가 ‘선생님 표정이 불쌍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시면 안 돼요’라고 지적하니 이 연출가는 ‘이건 어떠냐’고 물으면서 다른 표정을 지어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곳은 아수라였다. 이제 내가 믿던 선생님이 아니었다. 괴물이었다”고 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 연출가의 처벌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그의 행동은 명백한 권력형 성폭력”이라며 “성폭력이 ‘성관계’로 둔갑하는 상황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권준협 임주언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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