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엄마가 털어놓은 김아랑 스토리 "'넌 끝났다'는 혹평 이겨낸 독종"

김현기 입력 2018. 2. 22. 04:33 수정 2018. 2. 22. 05: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아랑(가운데)와 그의 어머니 신경수 씨(오른쪽), 김아랑의 동생 김서연 씨가 2016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 다음 날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카메라를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표 선발전 탈락 직후임에도 김아랑은 생글생글 웃고 있다. 제공 | 신경수 씨
쇼트트랙 김아랑 선수가 지난해 7월14일 자신이 교생실습을 하던 서울 용산구 한강중학교에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김아랑 어머니 신경수씨가 21일 평창 올림픽플라자 국기광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창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평창=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1등한 것보다 사람들이 예뻐해주니까 더 좋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미스 스마일’이란 별명을 얻으며 국민 언니로 거듭난 김아랑(24·고양시청 입단 예정)의 어머니 신경수 씨는 “소치 올림픽 뒤 아랑이가 많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잘 해내서 자랑스럽다”며 “그런데 3000m 계주 뒤 아빠를 보고는 웃더니 날 만나고는 막 울더라. 가슴이 찡했다”고 털어놓았다. 3000m 계주 우승의 주역이자 평창 올림픽에서 국민적 사랑을 차지하고 있는 김아랑의 어머니 신 씨를 21일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메달 세리머니 직전 만났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쇼트트랙을 위해 타지 생활을 했던 딸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김아랑 끝났다는 소리가 약 됐다”

지난 17일 여자 1500m에서 4위를 차지한 김아랑은 메달 획득에 실패했음에도 생글생글 웃었다. 그리고는 “난 만족한다”며 스스로에게 100점을 줬다. 결과에 상관 없이 최선을 다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됐다. 하지만 가슴 속까지 그런 것은 아니었다. 2014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생애 첫 국가대표로 뽑힌 뒤 계주 금메달을 땄던 그는 2016년 4월 선발전에서 부상 여파로 탈락해 태극마크를 내려놨다. 김아랑은 “그 때 주변에서 ‘김아랑은 끝났다’는 말이 굉장히 많았다. 8살 때부터 쇼트트랙을 시작했지만 2016년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했다. 신 씨는 “나도 그 말을 곧잘 들었다. 하지만 딸에게 그랬다. 1년 푹 쉬고 몸 만들어서 평창에 가면 된다고 했다. 아랑이는 좋은 결과가 있어도 없어도 긍정적이다. 슬럼프에서 금방 회복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물론 너무 착한 것 같기도 하지만”이라며 웃었다. 김아랑은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도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신 씨는 “올림픽에 맞춰 천천히 몸을 만들었다. 소치 올림픽 경험이 있어 스스로 잘 할 것으로 믿었다”고 했다. 어머니의 생각은 본고사에서 그대로 적중했다. 김아랑은 3000m 계주 결승에서 피니시라인 6바퀴를 남기고 폭풍 질주, 금메달의 일등공신이 됐다. 김아랑은 메달 세리머니 직후 “대표 떨어졌을 때도 항상 믿고 지지해주신 분들이 부모님이다. 그래서 보는 순간 눈물이 막 나왔다”고 했다.

쇼트트랙 김아랑 선수가 지난해 7월14일 자신이 교생실습하던 서울 용산구 한강중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쇼트트랙 김아랑 선수가 지난해 7월14일 자신이 교생실습하던 서울 용산구 한강중학교에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세월호 리본 삭제? 단체전이니까, 동료가 손해보면 안되니까”

착하고 긍정적인 김아랑은 남의 아픔에도 항상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헬멧에 붙인 것이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다. 하지만 3000m 계주 결승이 열린 20일엔 리본을 검은 테이프로 가리고 나와 시선을 끌었다. 극우세력이 몰린 ‘일간베스트 저장소’ 회원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소로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한빙상경기연맹도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김아랑이 스스로 뗐다”고 했다. 신 씨는 거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탰다. 그는 “단체전이니까 더 신경쓰였을 거다. 자기 때문에 쇼트트랙 대표팀 다른 멤버들의 메달이 박탈되는 아주 작은 경우의 수도 원하질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검은 테이프를 붙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아랑의 마음 씀씀이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쇼트트랙 김아랑이 지난해 7월14일 서울 용산구 한강중학교에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김아랑이 21일 평창 올림픽메달플라자에서 진행된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메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창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중1 때부터 객지 생활…베이징까지 응원할 것”

그는 “딸이 사춘기에 쇼트트랙을 같이 하던 오빠와 객지생활을 시작했다. 그게 마음이 아팠다. 엄마랑 빨리 헤어지다보니 사춘기를 겪을 틈도 없이 그냥 운동만하다가 지나간 것 같다. 투정 부릴 나이에 그런 것도 못 했다”고 안쓰러워했다. 이어 “전화는 딸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못 한다. ‘떨지 말고 부담 갖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를 가끔 보내는데 한참 뒤에 보는 것 같다. 이번엔 딱 봐도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김아랑은 이달 한국체대를 졸업하고 고양시청에 입단해 실업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이미 올림픽 금메달을 두 개나 걸었지만 한 번 더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다는 게 김아랑의 속내다. 신 씨도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 가고 싶어하는 것을 안다. 어차피 가는 것은 자기 몫이지만 응원하겠다”고 했다. ‘최민정, 심석희에 가려 속상하지 않았는가’란 질문에도 싱긋 웃으며 “많이 속상했는데 지금은 괜찮다. 너무 좋다”고 했다. 국민을 감동시킨 김아랑의 고운 심성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느껴졌다.

silva@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