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시향'의 연주를! "공부하는 재미 쏠쏠해요"

김경은 기자 입력 2018. 2. 22.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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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대상 '오픈 리허설' 올해 첫 개최한 서울시향
2만원짜리 티켓 2시간만에 매진

지휘자와 협연자, 단원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금단(禁斷)의 영역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객원지휘자 폴 굿윈(62)과 서울시향 단원 33명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그 뒤로 일반인 20명이 조르르 앉았다. 2만원짜리 티켓을 사서 당당히 입장한 '유료 관객'이다.

서울시향이 올해부터 일반인을 상대로 '오픈 리허설'을 연다.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서 진행하는 실제 리허설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공연 직전 콘서트홀에서 막바지 리허설을 무료로 공개하는 '리허설룸 콘서트'는 2015년부터 열어왔다. 해설도 곁들였다. 하지만 연습실에서 해설도 없이 영어로 하는 리허설을 대중에게 낱낱이 공개하는 건 이날이 처음이다. 본 공연이 먹기 좋게 완성한 요리라면, 리허설은 날것의 산뜻함이 감도는 생물. 오케스트라의 속살을 1m 눈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첫 번째 '오픈 리허설' 현장. 부채꼴로 앉은 단원들 뒤로 관객들이 일렬로 자리해 감상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활을 쥔 손으로 수플레를 만든다고 생각하세요. 수플레는 달걀물에 공기를 잔뜩 불어 넣어 봉긋하게 구워 내는 달콤한 후식이지요. 그것처럼 소리가 부풀어 오르게!"

청바지 차림의 지휘자 굿윈이 오른팔을 춤추듯 휘저으며 말했다. 17세기 영국 작곡가 헨리 퍼셀의 '아서 왕 모음곡'을 손보는 중이었다. 서울시향은 22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 '율리아 레즈네바의 바로크 음악'을 연다.

리허설 초반엔 단원들이 굳어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서 왕' 자체가 대사와 음악, 춤, 연기가 한데 어우러진 음악극인 데다 익숙하지 않은 바로크 시대 음악인 까닭이다. 그러자 굿윈은 손바닥을 펴고 바람을 '후' 불었다. 수플레를 예로 들며 "소리를 공기 중으로 둥둥 띄워보자"고 주문했다. 비브라토(음을 아래위로 가늘게 떨어 아름답게 울리게 하는 기법)는 쓰지 말고, 첼로와 더블베이스 등 저음 악기는 악보에 적힌 음표보다 짧게 연주하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30분도 안 돼 소리가 사뿐사뿐 춤을 추기 시작했다.

헨델의 '합주 협주곡 4번'에 대해서는 작곡가의 거대한 식성을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헨델은 대식가였어요. 한 끼에 수프, 치킨, 생선, 거위, 푸딩, 치즈, 와인 등 무려 열세 가지 접시를 삼켰죠. 음악도 넓고 크게 나아가세요!"

이날 '오픈 리허설'은 3주 전 예매에 들어갔다. 판매를 시작한 지 두 시간 만에 선착순 20석이 전부 매진됐다. 평일 낮 시간대라 40~50대 중년, 20대 대학생 관객이 많았다. 지휘를 전공하는 김윤형(24·한국예술종합학교 4년)씨는 취소된 티켓을 전날 극적으로 거머쥔 운 좋은 경우다. 그는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바로크 음악을 다채로운 예시와 설명을 곁들여 풍부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봤다"고 했다. 향후 오픈 리허설은 다음 달 15일과 6월 4일, 6월 2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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