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반자 멍멍이, 어디서 키워야 하죠?

정유진 기자 2018. 2. 2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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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있는 세입자 갈 곳 줄어.. 임차계약서에 '동물 금지' 명시
미국에선 '동물 월세' 활성화

서울 마포구 대흥동 원룸에 사는 A(28)씨는 최근 반려견 때문에 집주인과 말다툼을 했다. 개가 짖어 민원이 잇따르자 집주인이 대뜸 "개를 키울 수 없으니 내보내라"고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집주인에게 '왜 계약 전에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개 키우겠다고 먼저 알리지 않은 게 잘못'이라며 '개를 계속 키우면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A씨는 결국 재계약을 포기하고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반려동물 인구가 폭증하면서 반려동물이 주택 임대차 계약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셋집을 구하려는 사람과 반려동물을 꺼리는 집주인 간의 전쟁인 셈이다. 이 때문에 요즘 반려동물 동호회에서는 '동물 키울 수 있는 집' 구하기가 핫 이슈일 정도다.

집주인에겐 반려동물 가운데 특히 개가 불청객이다. 시끄럽게 짖어 민원이 생기고, 벽이나 빌트인 가구를 물어뜯어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은 반려동물이 짖거나 벽·바닥을 긁는 소리를 층간 소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소음이 주간 45㏈, 야간 40㏈을 넘을 경우 소음 피해로 분류된다. 서울 후암동 아파트에 사는 곽모(35·직장인)씨는 "주말에 윗집 개가 이른 아침부터 짖어대면 주말 내내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동물의 배변으로 마루에 냄새가 배거나 벽지가 훼손되기도 한다.

임대차 계약서에 '반려동물 사육 금지'를 명시하는 집주인들도 늘고 있다. 서울 사당동 하나공인중개사무소 김진곤 대표는 "동물을 키우다 생긴 문제를 집주인이 떠안을 수 없어 계약서에 아예 '동물 금지' 조항을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천국'인 서양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이 같은 계약이 일반화돼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집 계약서에 동물 입주 여부를 명시하고, 입주가 가능하더라도 동물의 체중과 마릿수를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을 키울 때는 '동물 보증금'을 지불해야 한다. 가격은 계약기간 동안 200달러에서 500달러 사이. 계약 만료 시 동물에 의해 집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돌려준다. 미국에서는 2014년쯤 '동물 월세'가 등장해 활성화되고 있다. 매달 30달러에서 100달러 정도를 '동물의 주거비용'으로 낸다. 일본에는 반려동물 가구 전용 아파트가 따로 있으며, 한국에도 조금씩 생겨나는 추세다. 부동산 앱 '다방'은 반려동물 키울 수 있는 집들을 따로 분류해 놓았다.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장은 "동물을 키우는 임차인은 동물 때문에 월세를 더 내는 것에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며 "반려견용 마루 코팅제 등을 사용하고 '동물 보증금' 등 비용을 더 받는 식으로 계약하면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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