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칠레 주교 성추문 의혹 뒤늦게 본격 조사
[경향신문] ㆍ“대처 미흡” 비판 의식한 듯
교황청 특사가 칠레 성직자들의 성추문 은폐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추문 대처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커지자 최근 교황청 아동보호위원회 재가동에 이어 이번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 고위 성직자이자 특사인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사진)가 칠레 오소르노의 후안 바로스 주교에 대한 성추문 은폐 의혹 진상조사를 시작했다고 산티아고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로스 주교는 스승이었던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의 아동 성추행을 비롯해 80여명의 성직자 성추문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증거가 없다”며 그를 주교로 임명하면서 교황 역시 의혹을 외면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이날 칠레 산티아고 프로비덴시아에서 성추문 피해자들을 만났다. 프로비덴시아는 카라디마 신부의 교구였다.
그는 칠레 입국 전 미국 뉴욕에서 성추행 피해자이자 핵심 증인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도 만났다. 크루스는 면담 직후 “시클루나 대주교가 희생자들의 증언과 모든 증거를 수집해 교황에게 바로 보고할 것이라고 했다”며 “시클루나 대주교는 성추문 은폐 과정에서 역할을 한 다른 성직자들까지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7일 교황청은 활동이 중지됐던 교황청 산하 아동보호위원회도 재가동했다. 지난해 12월 임기가 만료된 위원들을 대신해 9명의 위원을 새로 임명했다. 이들 중에는 성직자 아동 성학대의 피해자도 포함돼 있다.
교황청의 잇따른 조치는 최근 교황의 성추문 대처에 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칠레를 방문해 성추문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면서도 바로스 주교에 대한 의혹 제기에는 ‘중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경원 “또 그 얘기, 고약한 프레임”···이철규 연대설에 불쾌감
- ‘유시민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사무실 압수수색
- [단독]방탄소년단 ‘음원사재기’ 사실이었나···재판부 ‘불법마케팅’ 명시
- 인감증명서 도입 110년 만에…9월30일부터 일부 온라인 발급 가능해져
- 김신영 날린 ‘전국노래자랑’ 한달 성적은…남희석의 마이크가 무겁다
- 이재명 ‘15분 발언’에 당황한 용산··“처음부터 반칙” “얼마나 할말 많았으면”
- ‘갑질 의혹’ 주중 한국대사관, 이번엔 ‘대언론 갑질’…“취재 24시간 전 통보하라” 언론 활
- 국가주석에 국회의장까지 권력 빅4 중 2명 숙청···격랑의 베트남 정치
- 수능 6등급도 교대 합격···상위권 문과생들 “교사 안 할래요”
- [오늘도 툰툰한 하루]한반도 절반이 물에 잠긴다면···롯데타워·강원도가 ‘강자’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