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 방위비 협상 '3자적 시각'서 이면합의 의혹 소지"..외교부 궁색한 결론

박유미 2018. 2. 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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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타결된 9차 한·미 방위비 분담특별협정(SMA)에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여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외교부가 “제3자적 시각에서 이면합의 의혹을 초래할 소지를 제공했다”고 결론내렸다. 의혹을 제기하기에는 합당하다는 수준으로, 고의적 은폐 의도가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2014년 2월 2일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제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SMA) 서명식.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성 김 주한 미국대사가 양국을 대표해 협정문안에 서명했다. [중앙포토]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9차 협상에 대한 외교부 태스크포스(TF)의 검토 결과 협정 타결 시점에 예외적으로 현금 (지원) 문안에 합의했음에도 국회에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며 “후에 추가적으로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협상 과정에서 (국회에) 충실한 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폐 의혹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방위비 협상 결과물은 본협정문과 교환각서 2건, 이행약정 1건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에 본협정에서 규정한 것 외에 추가로 현금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행약정을 문제삼았고, 외교부 TF가 이후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문제의 이행약정은 ▶미국의 특정 군사 건설 사업상 필요가 있는데 ▶가용 현금이 부족하고 ▶한ㆍ미가 합의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한국이 현금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군사상 필요’ 등은 우리 정부가 미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SA)의 도ㆍ감청 정보 등을 다루는 ‘민감특수정보시설(SCIF)’ 건설 비용을 예외적으로 현금 지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예외조항에서 말하는 군사시설은 SCIF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2014년 1월 협상 타결 당시 이미 이같은 문안에 한·미가 합의해놓고선 국회에는 본협정문과 교환각서 2건만 제출, 추가 현금 지원 내용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 협정문 등이 제출된 것은 2014년 2월,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가 완료된 것은 같은 해 4월이다. 추가 현금 지원을 다룬 문안과 관련, 2014년 1월 협정 타결 당시에 초안이 합의돼 있었던 것은 맞지만 가서명 상태였고, 최종적으로 문안이 합의돼 이행약정 절차가 마무리된 것은 비준 절차가 끝난 뒤인 그 해 6월이다. 정부는 이후 이행약정도 국회에 보고했다. 김 의원은 추가 현금 지원 내용을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닌 이행약정에 담은 것을 국회 감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봤다.

외교부 TF도 추가 현금 지원 관련 내용을 정부가 국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봤다. 방위비 분담 원칙이 ‘88% 현물 지원, 12% 현금 지원’인데, 이행약정이 실행될 경우 현금 지원액이 12%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TF는 그러면서도 이를 은폐나 이면합의로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의혹의 소지’라고 표현했다. 공식 결론은 “이면 합의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시각에 따라 견해를 달리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행약정도 추후에 국회에 보고됐고 공개된 문서로, 감춰진 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이면 합의는 상식적으로 공개된 것과 다른 게 있다는 것인데, 그런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특정 문안에 있어 의혹을 제기할 소지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다. 그러면서도 “어찌 됐든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방위비 문제에 있어 국회에 제때 보고하지 않았기에 제3자 시각에서는 무엇인가 숨기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다고 결론내린 것”이라고 했다.

TF는 당시 협상 대표였던 황준국 주영국 대사에 대해 서면조사와 한 차례 대면조사를 실시했다. 황 대사는 “8차 협상 때 현금을 예외적으로 지원한다는 조항이 생겼고, 그에 대해서 ‘군사상 필요에 의해서’, ‘합의할 경우’ 등으로 구체화한 것은 오히려 내용이 개선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황 대사 등 당시 협상 대표단에 대한 감사나 인사 조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후속 조치와 관련해 “외교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결정된 바는 없다”며 “9차 협상 때 나타난 미진한 점을 잘 반영해서 10차 (협상) 때는 반복되지 않도록 면밀히 준비해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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