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GM, 9000억 투자로 3조원 챙기고도..한국지엠 빚 여전히 3조원

박태준 2018. 2. 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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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GM의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그동안의 GM 본사와 한국지엠 간 상식 밖의 금융 거래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GM이 대우차 인수 등 한국지엠에 투입한 자금은 약 9000억원이지만, 2조원이 넘는 누적적자에도 지금까지 3조원의 수익을 본사가 챙기면서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GM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수년째 '고리대금' 장사를 해왔다거나, 부품·제품 거래 과정에서 한국지엠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이익을 GM에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크루즈' 생산라인 모습.

◇美GM의 '돈줄'로 전락

GM은 지난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4억달러(4332억원)를 투입했고, 이후 2009년 유동성 위기 때 유상증자를 통해 4912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본사가 한국지엠에 투입한 자금은 9200억원 수준이다. 반면 GM이 한국지엠을 통해 미국으로 가져간 각종 수익금은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2012~2016년 누적적자 1조 9787억원 중에 약 1조 5000억원 이상이 GM 본사로 흘러갔다. 한국지엠이 본사로부터 빌려 온 자금(약 3조원)의 이자비용으로 대략 5000억원 이상을 지급했다. 또 GM이 유럽·러시아·호주 철수 때 생긴 비용 부담금 5085억원, 연구개발비·구매비용 분담금 3730억원, 본사 업무지원비 1297억원 등이 본사로 들어갔다. 여기에 연구개발(R&D)비와 기술사용료 등을 더하면 GM 본사로 흘러간 돈은 3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지엠 부실에는 GM 본사의 이 같은 역할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한 GM은 글로벌 사업 재편에 따라 2014년 이후 유럽과 러시아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하면서 한국지엠의 완성차 수출은 2013년 63만대에서 지난해 39만대로 급감했지만 GM은 대체 차종을 한국에 배정하지 않았다. GM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 생산 일부 차종을 수입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부평공장에서 생산해 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캡티바'의 생산을 중단, 다음달부터 미국산 '에퀴녹스'를 수입해 판매한다. 한국지엠의 생산 등 존재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본사 고금리 대출에 '허덕'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한국지엠이 최근 5년 새 시중보다 두 배 높은 금리로 이자비용으로만 5200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2011~2016년 동안 GM 계열사에 모두 5182억원의 이자비용을 지급했다. 한국지엠은 2016년 말 기준 차입금 2조9690억원을 GM홀딩스를 비롯한 GM 계열사를 통해 조달했다. 조달 금리는 원화차입금의 경우 연 4.8~5.3%대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해 이자비용을 많이 송금하면서 한국지엠의 손실 규모를 키웠다는 평가다. 한국지엠이 부분 자본잠식 상태인 만큼 금융권으로부터 차입이 어렵게 되자 이 같은 높은 금리를 '올며 겨자먹기'로 적용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GM이 보증을 제공하면 한국GM이 이자비용을 낮출 수도 있지만 굳이 GM이 차입금을 제공한 건 이자수익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지엠의 운영자금은 전적으로 GM 본사로 부터 받은 3조원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다. GM 본사 정책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과 여신거래를 할 수 없어 한국지엠은 국내 금융권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 비용을 감당해 왔다.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도 금융거래를 하지 않는다.

한국지엠의 부채 상환 압박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올해만 1조 1317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도래한다. GM 측은 적자가 지속되는 현재의 경영상황을 감안해 상당수 차입금의 만기를 연장해 준 상태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많은 이자비용을 계속해서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을 여전히 안고 있다. 이 같은 '고리대금' 장사 논란이 일면서 GM측은 20일 한국지엠에 빌려준 3조원대의 대출금을 주식 형태로 출자전환하겠다는 의향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출자전환에 따른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아 협상이 타결될지는 미지수다.

또 이번 사태 관련해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GM과 산업은행이 제3자 실사에 합의했다. 하지만 실사 시기와 범위, 지원 가능성은 모두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가 한국지엠 지원 여부 결정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산은의 실사는 일러야 다음 달에나 진행될 전망이다.

【표】한국지엠 실적 현황(자료 금융감독원)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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