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카페>불안한 美 증시 뒤엔 성장 랠리 비웃는 'I의 공포'

기자 2018. 2. 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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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에 성장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는 낙관론에도 2월 주식시장은 극심한 혼란을 맞았다.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 25000선을 돌파한 지난달 4일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의 황소상 앞에서 한 여성이 눈이 내리는 가운데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 김경수의 글로벌 경제 이야기 - ⑭ 조만간 막내리는 美 물가안정시대

Fed ‘금리 인상’ 시그널 여파

2월 초 美주가 곤두박질치고

글로벌 주식시장 ‘피바다’ 돼

안전자산인 國債로 자금 이동

투자자들 경제 지나친 낙관 속

1月소비자물가 전년比 2.1% ↑

생산자물가 2.7%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공포’ 확산 우려

#1. ‘월가가 곤두박질치고 전 세계 주식시장을 피바다로 만들었다.’ 2월 6일 뉴질랜드의 한 뉴스 웹사이트 헤드라인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년간 승승장구하다 어느 날 아침 새파랗게 질린 주식시장을 앨프리드 히치콕의 공포영화에 비유했다. 2월 5일(월요일) 다우지수는 1175포인트, 다시 8일 1033포인트가 폭락했다. 월요일 하락 폭은 다우 사상 신기록이었지만 하락률(4.6%)은 1987년 10월 19일 검은 월요일(22.6%, 508포인트 하락)에 미치지는 못했다.

언론은 2016년 초 유가 하락과 중국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에서 폭락했던 당시와 달리 패닉의 단서를 명쾌히 찾지 못했다. 우선 이 사건의 발단은 신흥국이 아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가격지수인 MSCI 신흥국 지수는 2월 6일 -2.74% 하락했으나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고 회복도 빨랐다. 2월 5일 3% 가까이 떨어진 코스피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2월 5일 전일 대비 1.8% 가까이 크게 상승했으나 여진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선진국 주식시장이 더 크게 요동쳤다. 선진국 23개국 1653개 주식으로 구성된 MSCI 세계 지수는 2월 5일과 8일 전일 대비 3%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보다는 낙폭이 작았다. 그러므로 패닉은 헤드라인처럼 미국 주식시장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이 아수라장이 왜 일어났는지 의문에 전문가들은 시장교정(market correction)이라고 답한다. 흔히 주가의 적정성 지표로 사용되는 S&P 500의 주가수익률(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패닉이 오기 전 장기평균치 15를 초과, 18을 넘어섰다. 주가가 과대평가된 것이다.

#2. 주가가 과대평가된 것은 낮은 주가변동성과 관계가 있다. 이미 주가가 급등했던 1월 낮은 변동성하에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경고가 있었다. 그림에서 보듯이 흔히 공포지수라고도 하는 VIX지수(CBOE Volatility Index, S&P 500지수의 30일 시장변동성지수)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그동안 낮은 주가변동성에 돈을 건 상장지수 투자상품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가 매우 활발했다. VIX지수는 2월 5일 두 배 이상으로 폭등했는데 이는 전례가 없었다.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손실을 줄이려 VIX선물에 헤징, 결과적으로 VIX지수는 더 뛰고 주가가 폭락하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주식시장의 공포는 투자자들의 돈을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게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월 첫 주에만 주식시장과 상장지수펀드에서 229억 달러가, 저신용 채권시장에서 5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1월 신흥국에 257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으나 2월 첫 주 불과 2억 달러 정도가 들어왔다. 국제상품가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안전자산 선호는 달러화의 강세와 함께 위험자산을 수출하는 신흥국 환율의 약세와 안전자산인 엔화의 강세를 가져왔다.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자금이 미 국채시장으로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상승하는 추세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그림은 2월 초 S&P 500지수의 급격한 하락과 국채수익률 상승이 날카롭게 교차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주식과 국채 모두 폭락했기 때문이다. 한 언론 보도가 인용했듯이 투자자들이 숨을 곳은 없었다.

#3. 한편 주가 폭락 전 5개월 동안 국채금리와 주가는 모두 상승하는 추세가 일어났다. 특히 1월에 들어와 금리가 더욱 가파르게 올랐고 주가도 마찬가지였다. 흔히 기업의 주가는 그 기업이 창출하는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로 정의하는데 금리가 상승하면 현재가치를 산출하는 데 적용되는 할인율도 높아진다.

금리 상승 추세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는 것은 현금흐름의 증가속도가 할인율의 증가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최근 미국 기업의 영업이익이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기는 했으나 이토록 주가를 끌어올릴 정도로 미래 현금흐름이 높아질 것이라는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 국채금리가 오르는 현상은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중립적 통화정책 기조에서 비롯한다. 2017년 Fed는 모두 3회 금리를 인상했다. 그리고 올해 역시 3회에 걸쳐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시장은 예상했다. 한편 금리 상승은 국채시장의 미래 수급도 반영하는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라 예산 적자가 크게 증가, 국채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다. 마지막으로 미래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으나 적어도 주가 폭락 전까지 높은 인플레이션의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실업률이 4%대 초반으로 내려가고 고용은 88개월간 연속 증가하고 경기 확장세는 2009년 중반 이후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그동안 이 이례적인 상황을 놓고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월 명목임금이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는 미 노동부 발표에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당일 10년 만기 국채금리 수익률은 6bp가 상승했다. 명목임금 상승은 물가 상승을, 물가 상승은 다시 당초 Fed의 통화정책 기조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을 덮은 것이다.

그러나 명목임금이 2.9% 올랐다는 뉴스가 다른 통계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곧 물가인상의 예고편일 수는 없다. 실제로 인플레이션의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폭락한 것이다.

#4. 주가 폭락을 실물경제가 가라앉는 전조로 보는 전문가는 드물다. 대신 1987년의 사례와 같이 투자자들의 지나친 안주(安住·Complacency)에서 찾았다. 1987년 검은 월요일은 주가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 주가지수선물을 공매도하는 포트폴리오 보험전략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진다.

포트폴리오 보험전략은 투자자산의 가치가 오를 때 롱포지션을, 반대로 떨어질 때 숏포지션을 취함으로써 투자 손실과 이익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마치 옵션을 발행한 금융회사가 시장위험을 헤징하기 위해 기초자산가격이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파는 동태적 헤징과 같은 개념이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보험전략이 대거 병행될 때 주가가 오르면 더 오르고 내릴 땐 더 떨어지게 된다.

주가와 채권수익률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시장변동성이 낮은 금융시장 여건이 조성될 때 이를 활용한 투자가 일어나게 된다.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한편으로는 낮은 변동성에 돈을 걸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주식투자를 할 때 경제의 기초여건과 무관하게 변동성은 더 떨어지고 주가와 채권수익률은 더 오르게 되는 것이다.

2월 들어서 인플레이션 위험과 높아진 금리를 인지했을 때 갑자기 변동성이 높아지고 주가와 금리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연출됐다. 새로이 조성된 금융시장 여건은 포트폴리오 보험전략에 따른 거래가 정반대방향으로 작동됨으로써 한층 강화됐다.

지난주 세인트루이스 지역 Fed가 발표한 금융스트레스지수(STFSI)는 2017년 11월 최저점에서 조금씩 높아지다 2월 들어 급등했다. 모두 신용 관련 18개 금융변수로 구성된 STFSI가 크게 오른 것은 에너지 관련 기업이 발행한 저신용 채권의 스프레드가 크게 오른 데 그 배경이 있다.

한편 STFSI의 급등세는 2013년 5월 국채수익률과 위험프리미엄이 크게 올랐던 긴축발작 당시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양적완화를 축소하고자 하는 Fed의 의도에 시장이 발작한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금리인상과 양적완화 축소를 이미 인지했던 채권시장이 갑자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사실 STFSI는 작년 11월 초 Fed가 중립적 통화정책 기조의 세부지침을 발표한 이후 시점에서 가장 낮았다. 신용시장이 굿 뉴스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부 발표는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도 까무러치게 했다.

#5. 무엇이 그토록 투자자들을 안주하게 했을까? 필자는 무엇보다도 실물경제에 대한 낙관론에 가장 큰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작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제의 성장 랠리가 올해도, 내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낙관론은 기업의 수익을 높이고 또 당연히 앞으로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Fed가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 중립적 통화정책 기조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넘친다는 사실이다. Fed가 보유한 총자산은 3년 전 4조5000억 달러에서 현재 4조4000억 달러 정도에 이르고 있으며 사실 1000억 달러도 줄어들지 않았다. 더욱이 실물경제 회복으로 민간신용은 더 크게 증가했을 것이다. 이 사실은 STFSI에서 잘 나타난다. STFSI는 금융 여건이 정상일 때 영(零), 긴축일 때 정(正), 완화에서 부(負)의 값을 가진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가 절정이었던 2008년 10월, 5가 넘었으나 1년 뒤부터 영 이하로 하락했고 긴축발작 당시도 -1을 조금 상회했을 뿐 다시 2016년 여름부터 -1 이하로 떨어졌다.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용시장은 정상보다 완화적인 것이다.

2월 초 주식시장의 극심한 혼란은 금리 정상화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제대로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1987년 10월의 검은 월요일이 쉽게 회복됐듯이 황소시장이 마감하는 것은 불황 때문이지 고평가된 주식시장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따라서 현재 주식시장은 여전히 황소시장이라는 입장이다. 조만간 미국경제의 물가안정시대는 마감할 것이다. 전년 대비 1월 소비자물가가 2.1% 상승했고 1월 생산자물가가 2.7% 상승한 것은 앞으로 더 많은 인플레이션의 증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에 충분하다. 그때마다 Fed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시장은 반응할 것이다. 어떻게 반응하든 더 이상 시장은 작년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문화일보 1월 10일자 28면 12회 참조)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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