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선수의 그림자가 되고, 거울이 돼주는 가족愛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평창 올림픽에서 마지막 경기를 펼친 2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선 가족들이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스웨덴과의 리턴 매치에서 1-6으로 패해 꼴찌로 대회를 마쳤지만 “우리 딸이 최고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만 끝나면 분한 마음에 눈물을 쏟아내던 선수들도 이날 만큼은 가족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단일팀은 경기를 치르는 전후 ‘한 팀’이라는 의미로 “하나 둘 셋 팀 코리아!”를 외친다. 가족들도 똑같다. 단일팀으로 관심을 받기 전만 해도 비인기 종목이었기에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한 곳에 모여 응원전에 나선다. 자신의 딸만 응원하지 않는 게 응원의 원칙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골리 한도희의 어머니 우희준씨는 주전인 신소정이 선방을 펼칠 때마다 “신소정 잘한다”고 외쳤다. 그러다 경기가 끝날 무렵 자신의 딸이 교체로 출전하자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박채린의 어머니 이은영씨는 그를 꼭 안아주면서 “우리 애들이 모두 잘했다”고 말했다.
귀화 선수들의 가족도 한 팀에선 예외가 아니다. 한·일전에서 역사적인 첫 골을 넣은 랜디 희수 그리핀의 가족들은 지난 18일 귀국할 때까지 모든 경기를 응원하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즐겼다. 1980년대 미국 이민을 선택한 외할머니 김효숙씨는 “골을 넣은 게 아니라 우리 손녀들이 최선을 다해서 최고였다”고 말했다.
가족은 선수들의 거울이 되기도 한다. 선수들이 웃으면 같이 웃고, 울면 같이 운다. ‘빙속 여제’ 이상화의 ‘금벅지’에 아버지 이우근씨와 어머니 김인순씨가 가슴을 졸인 게 대표적이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이상화는 무릎 연골이 닳아 없어져 수시로 물이 찬다. 늘어난 근육에 다리 혈관이 좁아져 허벅지까지 하지정맥류까지 생기면서 매일밤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도 그 무릎과 허벅지를 밤마다 주무르며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고 가슴을 두드렸다. 어머니는 지난 18일 여자 500m가 열린 관중석에서 은메달을 따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딸에게 “우리 딸 수고했어!”라고 소리칠 수 있었다.
지난 11일 쇼트트랙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수확한 임효준의 어머니 곽도연씨도 장남이 아프면 울고, 잘하면 웃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기 전까지 수술대에 오른 것만 7번. “아들이 다치는 게 싫어 운동을 그만했으면 했다”던 어머니는 관중석에서 눈을 가린 채 귀로만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아들의 이름이 1등으로 불린 순간에야 눈을 뜨며 “효준아 잘했어! 이쁘다”고 말했다. 아들의 영광은 어머니에게 여유를 안겼다. 어머니가 남은 경기에 친척과 친구들까지 모두 초대한 것이다.
선수 가족의 또다른 이름은 ‘그림자’다. 선수들 주변에서 흔한 ‘치마바람’과 ‘바지바람’ 소리를 듣는 게 싫어 자신을 알아보는 기자에게 손사래를 친다. “우리 애들의 좋은 얘기만 써달라”며 도망가기 일쑤다. 평창 올림픽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컬링이 그랬다. 컬링 남자대표팀의 아들을 응원하러 온 한 선수의 아버지는 “힘들게 경기 중인데 내가 돋보이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사절했다.
선수들도 부모의 마음을 알기에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스켈레톤 황제’ 윤성빈은 금메달을 따낸 순간 어머니 조영희 씨에게 가장 먼저 달려갔다. 어머니는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지만, 아들이 새 황제가 된 순간 “장하고, 대견하다”며 꼭 안아줬다. 메달을 못 따낸 선수들에겐 가족이 먼저 다가선다. 봅슬레이에서 아깝게 메달을 놓친 서영우의 어머니 최인화씨는 “아들 엄마가 끝까지 응원할게”라고 말했다.
<강릉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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