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진실게임으로 치닫는 女팀추월,'빙판 막장드라마' 유감

전영지 2018. 2. 2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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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이 20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참석했다. 김보름이 끝내 눈물을 터트리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20/
19일 여자 팀추월 레이스와 기자회견 이후 연일 논란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대한빙상연맹은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과 김보름(25·강원도청)이 나섰다. 백 감독은 100명이 훌쩍 넘는 기자단 앞에서 "노선영이 가장 뒤에서 달리는 작전은 4강행을 위해 노선영 본인이 직접 감독에게 제안한 것으로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스퍼트하는 과정에서 최종주자 노선영과 4초 이상 격차가 벌어지며 팀워크, 인터뷰 태도 논란에 휩싸인 김보름은 눈물을 쏟았다. "뒷선수를 챙기지 못한 것은 선두에 선 내 책임이 가장 크다. 인터뷰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 숙였다.

백 감독은 경기 후 제기된 팀워크 문제에 대해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강릉에 입성한 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화합했다"고 해명했다. "노선영의 1500m 출전 후 매스스타트 대신 팀추월 훈련에 집중했다"고도 밝혔다.

18일 훈련
19일 오후 6시, 8시 팀추월 경기를 앞두고 워밍업을 한 후 백철기 감독 및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그런데 불과 4시간 뒤 노선영이 한 매체와 인터뷰에 나섰다. 감독과 김보름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서로 훈련 장소가 달랐고,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다"고 폭로했다. 백 감독의 노선영의 의견을 존중, 선수를 믿고 뒤로 빠지는 작전을 결정했다고 말한 데 대해 노선영은 "제가 직접 말한 적은 없다. 전날까지 2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경기 당일 워밍업 시간에 어떻게 하기로 했냐고 하셔서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며 전혀 다른 말을 했다. 감독의 기자회견과는 180도 다른 이야기였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이 20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20/
19일 여자 팀추월 경기를 마친 뒤 울고있는 노선영을 밥데용 코치가 위로해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당초 예정된 선수들 중 김보름만이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선영과 박지우는 참석하지 않았다. 세 선수가 함께 나와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쏟아냈다면 좋았을 것이다. 노선영이 불참을 선언했을 때 이미 균열은 예고됐다. 백 감독은 "노선영이 심한 감기몸살로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박지우는 어린 선수라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선영언니가 안 나가면 자신도 못간다고 덜덜 떨면서 큰 충격에 빠져 있다"고 했다. 노선영과 박지우는 이날 오후 함께 외출 나갔다 팔짱을 끼고 선수촌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팀추월, 매스스타트 경기를 남겨둔 상황, 논란 진화와 분위기 쇄신을 위해 마련했던 긴급 기자회견이었다. 노선영의 반박 인터뷰 후 '팀워크'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한솥밥' 감독과 선수간 진실게임 양상을 띠게 됐다. 백 감독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렇게 된 마당에 제 아이보다 더 어린 제자들과 무슨 말을 더 합니까. 아이들에게 제가 무슨 대응을 합니까"라고 했다. "기자회견까지 열어 거짓말 하겠습니까. 다들 제가 거짓말 한다고 하겠죠. 제가 거짓말쟁이 된 걸로 해두죠"라며 입을 닫았다. 잇단 질문에 "저 혼자 들은 것이 아니지만…, 더 이상 대응하고 싶지 않네요. 제가 자꾸 이야기하면 선수를 나쁜 쪽으로 몰아가게 되고… 저는 우리 선수들 상처받는 것 원치 않습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올림픽 기간 중 모든 국가의 연맹과 감독, 코칭스태프들은 최고의 성적을 위해 선수 컨디션과 분위기를 관리하고, 미디어 등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컨트롤한다. 노선영의 기자회견 불참과 이후 반박 인터뷰는 대표팀 내 모든 상황이 제대로 통제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 불협화음만으로도 팀워크 문제는 '논란'이 아니라 '팩트'다. 대표팀 분위기는 풍비박산이 됐다.

한 팀의 두 선수가 번갈아 눈물을 흘린다. 뒤처진 한 선수가 링크에서 울더니 다음날은 다른 선수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는다. 기자회견에서 감독이 한 말을, 선수가 아니라고 뒤집는다. 그리고 다음날은 함께 스케이트를 신고 열맞춰 달려야 한다. 마치 한편의 빙판 막장드라마를 보는 것만 같다. 동료도 없고, 감독도, 스승도 없다. 전종목을 통틀어 올림픽 기간중에 이런 불협화음을 내는 이런 대표팀은 처음 본다.

경기 후 하루가 다 된 시점에서 김보름은 노선영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고 했다. "경기 후 시간이 늦었고, 방이 다르다"고 했다. 문제가 있다면 둘이 만나 시원하게 화끈하게 풀든지, 감독이나 코칭스태프 등 '어른'이 중재에 나서 화해시키면 될 일이다. 왜 각각 다른 채널을 통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다.

올림픽은 아름다워야 한다. 피와 땀이 존중받고, 서로를 배려하고, 최선을 다한 승자와 패자 모두 박수받는 자리다. 서로 외면하며 엇박자를 내는 모습은 안타깝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은 지난 4년간 이날만을 위해 뜨거운 땀방울을 흘려온 동료들, 오래도록 칭송받아야 할 동료들의 값진 결실이 '블랙홀' 같은 이들의 논란 속에 모두 가려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20일 끈끈한 팀워크로 2연패를 일궈낸 쇼트트랙 여자계주 금메달도, '스피드스케이팅 여제' 이상화와 남자 500m 깜짝 은메달 차민규의 시상식도 팀추월 논란 속에 파묻혔다.

아름다워야할 평창올림픽의 끝자락이 빙판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올림픽은 아름다워야 한다. 그리고 부끄러움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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