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레이더] 입증못해 기술 빼앗기고 '발동동'..이젠 '4중 자물쇠'로 지켜드려요

서찬동,신수현,안병준,이영욱,송민근,이진한 2018. 2. 21. 04: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中企 기술탈취 근절대책'

#지난달 19일. 국내 기술 기반 중소기업들의 이목은 생물정화기술 업체인 BJC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판결에 집중됐다. BJC는 자동차 페인트 작업 중에 발생하는 독성 물질이나 악취를 정화하는 미생물제와 관련된 자사 핵심 기술을 현대차가 탈취했다며 2016년 10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이날이 1심 결과 판결일이었다. 법원은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모두 원고가 부담하라"며 현대차의 기술 탈취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1심에서 승소했지만, BJC는 민사소송 외에 현대차의 기술 탈취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문제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지금까지는 BJC처럼 기술 침해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중소기업이 피해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대기업이 어떤 기술을 사용해서 제품을 제작했는지 상세히 설명해야만 기술 탈취 혐의에서 벗어나는 등 가해 기업의 입증책임 의무가 강화된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기술 비밀자료를 요구할 때는 반드시 비밀유지협약서(NDA)를 체결해야만 하며, 위반했을 때는 벌칙을 부과하기로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기술보호 관련 법률에 모두 도입되고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대기업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물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하도급거래에서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최소화하고, 요구서면 기재사항에 반환·폐기 일자를 반드시 명시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기술임치제도 활성화를 위해 창업·벤처기업의 임치수수료를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낮추고, 기술임치제도가 포함돼 있는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기존 13개 업종에서 21개 업종으로 확대한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인재정책관은 "이번 정책의 핵심은 △기업 간 기술자료 요구금지 원칙 재정립, 입증책임 전환 및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검경, 공정위, 특허청 등 행정부처의 조사·수사 권한 최대한 활용 △기술 탈취 예방과 사후구제를 위한 법적·물적 지원 강화 △기술보호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대·중소기업 간 상생 노력 등 4가지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거래 요청의향서, 녹음파일, 이메일 등 기술협상 전반에 걸친 거래 자료, 중소기업이 자료 요청을 받았을 때 부당하다고 느낀 정황 등을 담은 자료를 보관하기 위해 '기술자료 거래기록 등록 시스템'도 도입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가 사업화되지 않았지만 대기업이 이 기술을 다른 곳에 무단으로 사용해도 추후 분쟁 발생 시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준 것처럼 해석돼 왔던 피해 등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가해 혐의 대기업에 입증책임을 부여하는 제도를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상생협력법' '산업기술보호법'에 도입하기로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강화된다. '하도급법' '상생협력법'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보호법' 등 기술탈취 관련 5개 법률의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높이기로 했다.

박성준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대부분 침해기업이 기술 탈취 사건의 증거자료를 갖고 있기 때문에 피해 기업은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스타트업이나 영세 기업들은 기술침해 소송을 진행해도 최종 판결 전에 파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술침해 관련 손해액 산정 시 가해 기업이 영업기밀이라는 등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피해 기업이 요구하는 대로 손해액을 산정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홍종학 중기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도 올해 신설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문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중기부에 맡기기로 했다. 다만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 설치 전까지 한시적으로 중기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경찰청, 대검찰청 등 6개 부처가 참여하는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범부처 차원에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막기로 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일대일로 법률 자문서비스를 매칭해주는 '공익법무단'도 운영하기로 했다. 또 특허심판에는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고, 국선대리인이 수행하는 사건에 대해 심판 수수료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매경·중기부 공동기획

[특별취재팀 = 서찬동 차장(팀장) / 신수현 기자 / 안병준 기자 / 이영욱 기자 / 송민근 기자 / 이진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