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구글이 성가신 온라인 광고 빼준다고?

최지영 2018. 2. 2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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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산업부 기자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를 때려잡겠다고 나서더니, 이번엔 구글이 ‘나쁜’ 광고를 때려잡겠단다. 구글은 자사의 웹브라우저 크롬에 ‘더나은광고연합회(CBA)’라는 업계 자율기구가 정한 기준에 따라 광고를 걸러내는 새 필터 시스템을 15일(현지 시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새 기준에 맞지 않는 ‘성가신’ 광고를 게재하는 사이트들엔 이날부터 30일간 광고를 수정할 유예 기간을 준다. 그래도 광고가 고쳐지지 않으면 성가신 광고뿐 아니라 해당 사이트의 모든 광고 노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소비자가 느끼는 성가심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공통적”이라는 말로 크롬의 새 필터 기능에 대해 국가별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을 밝혔다.

짜증 나고 성가신 온라인·모바일 광고를 막아준다는데, 왜 마냥 고맙지가 않을까. 사이버 세상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구글의 힘 때문이다. 구글의 크롬은 글로벌 브라우저 시장의 59.2%를 독점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구글은 전체 글로벌 온라인 광고 금액의 30%를 싹쓸이하는 거대 기업이다.

게다가 어떤 광고가 ‘성가시고 짜증이 나는지’ 기준을 정한 자율기구 CBA는 구글이 창립 당시부터 참여했고, 현재 이사회의 주요 멤버 중 하나다.

구글이 이번 조치를 통해 노리는 점은 분명하다. 성가신 광고에 질린 소비자들이 광고 전면 차단 소프트웨어를 많이 내려받고 있어 구글의 광고 수익에 빨간불이 켜지는 걸 막아보자는 것이다. “광고 전면 차단 소프트웨어를 소비자가 쓰지 않을 정도로만 인터넷 세상을 편하게”가 바로 구글이 노리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과 구글의 수입 중 85%는 온라인 광고에서 나온 것이었다.

실제로 이번 크롬의 광고 필터 정책에서 자율기구 CBA에 참여하는 글로벌 IT 대기업들은 쏙 빠졌다. 동영상에 음성 포함 자동플레이를 허용해줘 페이스북의 대부분 동영상 광고는 예외가 됐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짜증 나는 유튜브 동영상 광고(한 해 수입만 44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가 필터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해선 속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유튜브는 구글의 자회사다.

자정을 표방하는 크롬의 광고 필터 정책에 정작 소비자의 목소리는 배제돼 있다는 비판도 비영리단체들을 중심으로 거세다. “한 회사의 손에 판사·배심원·사형집행인의 권력이 동시에 집중된 꼴이라면 흉악범(악성 광고)에게 사형 판결이 내려졌다는 걸 마냥 좋아해야 하나.” 크롬보다 절대 열세인 미국의 한 경쟁 브라우저 업체의 지적이다. 이번 구글 조치에 대한 소비자와 업계의 우려를 잘 표현하고 있다.

최지영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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