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워싱턴 30분에 주파 .. 시동 건 머스크 '교통혁명'

조현숙 2018. 2. 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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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통국 '하이퍼루프' 예비 허가
진공청소기 작동 원리와 유사
교통 체증 없이 빠른 속도로 이동
워싱턴 북동부서 굴착 공사 예정
트럼프 사위 쿠슈너 든든한 후원
기술·안정성 우려에도 사업 속도내
일런 머스크 테슬라 회장
‘일런 머스크의 몽상(dream ideas)’.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일런 머스크 테슬라 회장이 벌이고 있는 여러 사업에 붙인 수식어다.

머스크 회장은 전기자동차 제조회사 테슬라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테슬라는 그가 창업한 회사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전자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의 전신인 X닷컴에서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 태양광 업체인 솔라시티, 인공지능(AI) 기술개발회사 오픈 AI까지. 47세 머스크 회장은 ‘지금도 창업 중’이다.

머스크의 이런 몽상이 현실로 한 걸음 다가갔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더 보링 컴퍼니가 미국 워싱턴DC 교통국으로부터 터널 굴착을 위한 예비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링 컴퍼니는 머스크 회장이 2016년 창업한 회사다. 이 기업이 뚫을 터널은 단순한 터널이 아니다. 보링 컴퍼니의 주력 사업은 하이퍼루프(Hyperloop)다. 시속 1100~1200㎞로 달리는 신개념 운송 시설이다.

작동 원리는 이렇다. 지하에 밀봉된 튜브 형태의 터널을 뚫는다. 그 안에서 자동차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바퀴도, 엔진도, 운전석도 없는 ‘포드(승객 이동 설비)’가 오간다. 보링 컴퍼니의 공식 설명을 그대로 옮긴다면 “터널 안을 떠다니는 차”다. 워싱턴포스트는 “하이퍼루프 기술은 진공청소기의 작동 원리에서 따왔다”고 설명했다. 빠른 바람을 타고 옮겨 다니는 물체가 먼지·쓰레기가 아닌 사람·자동차(포드)란 점만 다르다.

지난해 7월 20일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워싱턴-뉴욕 구간 하이퍼루프 지하 터널 건설에 대한 정부의 구두 허가를 받았다”고 적었다. 그의 예고 후 7개월 만에 하이퍼루프 사업이 진전을 이뤘다. 완공되면 비행기로도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워싱턴과 뉴욕 간 이동 시간이 30분으로 줄어든다. 서울과 부산도 15분이면 주파가 가능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외곽 공항에서 시내로, 시내에서 다시 공항으로 향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지하철에 필요한 대규모 공사와 거대한 역사가 없어도 된다. 일반 도로에서 흔히 반복되는 교통 체증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보링 컴퍼니 측은 “일반 기차 시스템과 같은 대규모 역사와는 매우 다른, 소규모의 역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보링 컴퍼니의 계획에 따르면 하이퍼루프 굴착 공사는 워싱턴 북동부 지역에서 이뤄진다. 예비 정부 허가인 만큼 공식 허가, 착공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하지만 머스크에겐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다. 지난해 미국 뉴요커지는 쿠슈너가 머스크와 빌 게이츠 등으로부터 기술 조언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쿠슈너가 이끄는 ‘백악관 혁신팀’ 멤버로 거론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머스크의 하이퍼루프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배경으로 쿠슈너를 꼽는 분석도 많다.

전기차 혁명을 이뤄낸 테슬라는 머스크의 작품이다. 하이퍼루프가 머스크의 구상대로 성공한다면 또 하나의 교통 혁명이 가능하다. 버스·기차·비행기 중심의 교통망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머스크가 선택한 사업은 모두 미래를 향해 있다. 그러나 미래 기술엔 동전의 양면과 같이 꿈·몽상이란 비판이 따라붙는다. 머스크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받는 지적이다.

하이퍼루프 사업이 첫 삽을 뜰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지만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이퍼루프의 핵심은 터널이다. 포드가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압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 흡입 호스에 구멍이 뚫리면 청소기가 먹통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더 큰 과제도 있다. 안정성이다. 터널은 지하에 건설된다. 포드는 외부의 압력에 견디기 위해 밀폐된 상태로 운반된다. 시속 1200㎞로 오갈 포드에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승객의 안전성이 담보되는지도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도 “총알과 마찬가지인 경악할 만한 속도, (기술적 한계로) 터널을 건설하는데 걸릴 매우 오랜 시간”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일런 머스크가 창업한 주요 기업
머스크의 ‘돈줄’ 역할을 하는 테슬라의 재무 건전성도 문제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테슬라의 매출(40억4600만→117억5900만 달러)과 시가총액(315억5400만→525억8700만 달러)은 2배 안팎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지난해에만 15억3600만 달러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의 총부채는 2015년 26억49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03억15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가 상승세를 타는 사이에도 테슬라 주가는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다. 머스크의 ‘교통 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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