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은 멀어졌지만..한국 아이스하키 이만큼 자랐다
백지선(51·영어명 짐 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0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핀란드(세계 4위)와의 평창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8강 플레이오프에서 2-5(0-1, 2-2, 0-2)으로 패했다.
안진휘의 골은 '사이다'처럼 시원했다. 안진휘는 신상훈의 패스를 그대로 내려쳐 골네트를 강하게 흔들었다. '핀란드 유학파'가 합작한 그림같은 골이었다. 지난 2013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핀란드 프로팀(키에코 완타)의 지분을 확보했고, 올림픽 상비군 선수들을 핀란드에 파견했다. 신상훈과 안진휘는 당시 핀란드 프로젝트의 주축 멤버였다.
한국은 연달아 골을 먹고 당황한 핀란드를 더 강하게 몰아부쳤다. 핀란드 골리 미코 코스키넨(24)은 한국의 소나기 슛을 쳐내기 급급했다. 흥분한 핀란드 사미 레피스토(34)는 2피리어드 종료 부저가 울리자 한국의 마이클 스위프트를 강하게 밀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은 15~18일 열린 조별리그 A조 경기에서 체코(1-2), 스위스(0-8), 캐나다(0-4)에 잇달아 졌다. 4전 전패로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사실 세계 21위 한국이 10위권 이내 팀들을 상대로 8강에 오르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0-8로 대패한 스위스전을 제외하고는 상대 팀도 놀랄만큼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경기 초반 실점을 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상대를 괴롭혔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한국에 고전한 체코의 요세프 얀다치 감독은 "한국이 정말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쳤다"며 놀라워했다. 마지막 핀란드전에서는 조별리그 3경기 때보다 훨씬 나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2014년 7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백지선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한국은 철저한 '하키 변방'이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당초 한국이 올림픽에서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자동출전권을 주지 않으려 했다.
한국 선수들은 부족한 기술을 투지로 채웠다. 주장 박우상(33)은 스위스전에서 스케이트 날에 오른 뺨을 베이는 부상을 당했다. 수비수 오현호(32)는 캐나다 선수가 휘두른 하키스틱에 맞아 앞니 3개가 부러져 피를 쏟았다. 경기가 끝난 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선수들의 얼굴은 상처투성이었다. 핀란드전에서도 선수들은 몸을 날려 날아오는 퍽을 막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고 자신하던 백지선 감독은 비록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세계 아이스하키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패배가 익숙했던 선수들도 세계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경험과 자신감을 쌓았다.
강릉=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작전 말한 적 없다"..진실게임으로 번진 '빙상 위 불화'
- "사생결단 하지말자" 국회 출석 전 올린 임종석의 글
- '블랙리스트' 피해자에서 '성추행' 가해자 된 이윤택
- 펜스-김여정 靑 비밀 회동, 2시간 전 北 취소로 무산"
- 하태경 "남북동계AG 공동개최? 사실상 불가능하다"
- "한명도 빼면 안돼"..강원랜드에 온 의원실 전화
- 여자 컬링, OAR에 11-2 완승..세계 톱5 모두 쓸었다
- 이상화, 시상식서 눈물 펑펑 "무거운 짐 내려놓게 돼.."
- 배우 송하늘 "조민기, 여성들 오피스텔로 불러 성추행"
- "한일갈등 싫지만 BTS 좋아" 日 국민들 속 마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