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기준임금·가구생계비 반영 쟁점

2018. 2. 2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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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연착륙시키자]
② 최저임금 1만원으로 가는 길

노동계 평균임금, 경영계 중위임금
최저임금 수준 가늠하는 잣대 차이
가구생계비 어떻게 반영할지도 쟁점
그동안은 '1인가구' 생계비도 못미쳐
경영계 "애초대로 18살 남자 기준"
노동계 "2~3인 가구주 현실 반영을"

[한겨레]

<한겨레> 자료 사진.

올해 최저임금이 최근 3년간 평균 인상률(7.5%)보다 큰 폭인 16.4% 오른 데 이어, 내년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려면 해마다 15% 안팎으로 더 올려야 하지만, 경영계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일단 청와대와 정부도 영세 기업의 부담 가중을 고려해 인상 속도를 좀더 유연하게 가져가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향후 최저임금 인상 수준과 속도 등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4월부터 내년 최저임금 인상 논의를 본격화해 7월까지 의사결정을 마쳐야 한다.

■ 최저임금 수준 가늠하는 잣대, ‘1인 이상 사업체’ 대 ‘5인 이상 사업체’ 현재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보는 잣대를 무엇으로 삼을 것인지는 향후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하는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다.

일반적으로 국가 간 또는 한 국가의 연도별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할 때는 중위값(한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임금)과 평균값을 활용한다. 우리나라는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연 1회. 사업체 조사)를 기초로 분석하는데, 1인 이상 사업체(전체)와 5인 이상 사업체로 구분해 집계한다. 예를 들어, 2016년 전체 사업체의 중위임금과 평균임금은 시급 기준 각각 1만982원과 1만4038원이다. 당시 최저임금(시급 6030원)은 각각의 54.9%, 43% 수준이다. 반면 5인 이상 사업체로 보면, 시급이 각각 1만2119원과 1만5254원으로, 최저임금은 49.8%, 39.5%에 그친다.

우선 경영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중위임금을 최저임금의 상대적 기준으로 삼는다. 오이시디는 1인 이상 사업체에 속한 전일제 노동자를 기준(참고로 우리나라 고용부는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집계)으로 국제 비교를 하는데, 2016년 우리나라 최저임금(시급 6030원)은 중위임금의 50%, 평균임금의 40%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을 적용하면 각각의 55%와 43% 안팎으로 더 오를 전망이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이 절반을 웃돌아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치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최저임금을 요구할 때 5인 이상 상용직 노동자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삼아왔다. 1~4인 사업체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아 통계를 신뢰하기 어렵고, 중위임금의 3분의 2도 받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23.5%)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통계적 신뢰도가 떨어지는 사업체의 저임금 노동자 임금을 모두 반영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평균임금 50%’를 최저임금 목표로 세워왔고, 그 상징적 액수가 최저임금 1만원이다. 이런 요구를 정치권이 받아들여, 지난해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이 모두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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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구 생계비 반영 기준, ‘남성 1인가구’ 대 ‘가구원 수 및 소득원 반영’ 최저임금을 정할 때 가구 생계비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가구생계비 등을 포함’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최저임금은 ‘1인가구’의 평균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결정돼왔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시한 2016년 1인가구 생계비는 175만3천원인데, 당시 최저임금(월 126만270원)은 그 생계비의 71.9%에 그친다. 올해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월 157만3770원)도 2018년 1인가구 생계비 추정치(월 185만9천원)에 견줘보면 89.8%만 채웠을 뿐이다.

최저임금법 제1조에 따라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가구 생계비’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자,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의 가구원 수와 소득원(돈을 버는 식구) 등을 고려한 생계비를 산출해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제131호)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가구 생계비를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최저임금위의 ‘최저임금 적용 효과에 관한 실태조사’를 보면, 최저임금의 1.5배 이하를 받는 노동자 가운데 1인가구는 10.7%에 그친다. 4인가구(39.2%)가 가장 많고 3인가구(22.6%), 2인가구(16.9%) 등이 뒤따른다. 통계청 가계동향(2016년 기준)을 보면, 한달에 평균 가계 지출액(실태조사에 따른 생계비)은 1인가구가 월 180만원인 데 반해 2인가구는 251만5천원, 3인가구는 363만8천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가구 생계비가 반영되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협상이 본격화하면 경영계는 거세게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는 최저임금법 제정 당시부터 “18살 정도의 남자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 수준”으로 노사가 합의했고, 노동을 제공하지 않은 가구원의 생계까지 보장하면 제도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영향률이 높아져 대다수 최저임금 노동자가 최소 2~3인의 가구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에서 1인가구 생계비만을 고집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의 평균 가구 생계비를 계측하고, 이 생계비를 충족할 가계 임금 수준을 산정해 최저임금 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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