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발 집값 꺾기 '초강수'..목동 등도 재건축 제동

이성희·김원진 기자 2018. 2. 2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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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내달 말 시행 ‘국토부 개선안’
ㆍ사실상 허용 연한 연장시킨 효과…유명무실한 ‘조건부 판정’도 강화
ㆍ타격 예상지역 주민 반발 거셀 듯…일각선 공급 부족에 값 급등 우려

정부가 20일 내놓은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안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재건축 추진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 재건축 시장으로 몰리는 투기수요를 원천차단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와 노원구 상계동 일대 등 지은 지 30년 안팎 된 재건축 초기 단계 아파트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재건축이 서울 지역의 유일한 새 아파트 공급 방식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시장에 공급 부족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선안을 발표하며 ‘정상화’라는 표현을 썼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안전진단이 최초 제정될 때 기본은 구조안전성으로, 구조안전성이 제대로 검증 안된 채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강제적 처분권, 분양 특혜 등 부작용이 생겼다”며 “재건축은 용적률 증가가 동반하는데, 가구수가 늘어나면 도시 전체 기반시설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필요한 재건축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화의 큰 축은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2003년 도입된 안전진단은 원래 노후화로 구조적 위험이 있는 경우 재건축을 허용했다. 도입 당시 구조안전성 가중치는 45%였다. 2006년에는 50%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40%로 낮아지더니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는 20%로 대폭 낮아졌다. 결국 이번 개선안은 이를 다시 50%로 환원시키겠다는 것이다. 대신 주차장 부족 등 주거환경 비중은 대폭 낮췄다.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조건부 재건축’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안전진단 결과 100점 만점에 30점 이하면 ‘재건축’, 30점 초과~55점이면 ‘조건부 재건축’, 55점 초과는 ‘유지·보수’(재건축 불가)다. 앞으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재검증을 받아야 한다.

시장에선 사실상 재건축 허용 연한이 연장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향후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한 공인중개사는 “붕괴 위험도 등으로 따지면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는 단지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현재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층간소음, 배수관 노후, 누수 등으로 하자 수리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내세워 재건축 허가를 받은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안전진단 기준 강화를 이달 들어 숨고르기에 들어간 부동산 시장에 쐐기를 박기 위한 정책으로 평가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집값 상승세가 목동이나 상계동 등으로 번지려는 조짐이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라며 “양도세 중과 등 대부분의 규제들이 4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보니 집값을 현 수준에서라도 잡아놓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가능성에 이어 안전진단 강화까지 재건축에 ‘4중 족쇄’를 채웠다”며 “연한만 채우면 재건축이 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감이 해소되면서 초기 단계 재건축의 가격 거품은 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 생긴 만큼 서울, 특히 강남의 수급불균형이 심화돼 가격 급등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형석 영산대 교수도 “서울 신규 아파트 수요가 큰 데다 택지 개발이 안된 상태에서 재건축 규제를 잇따라 내놓는 것은 앞으로 공급이 계속 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목동 등 최근에서야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목동 일부 주민들은 이날 저녁 안전진단 강화 관련 긴급토론회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성희·김원진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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