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휴먼스토리]'모태 언니'·'효녀'·'볼매', 김아랑 그림자 인생의 끝은 '행복'이다

김진회 2018. 2. 20. 20: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미터 계주 결승전이 20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렸다. 한국팀(김아랑, 심석희, 최민정, 김예진)이 1위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20/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미터 계주 결승전이 20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렸다. 한국팀(김아랑, 심석희, 최민정, 김예진)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후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20/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미터 계주 결승전이 20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렸다. 한국팀(김아랑, 심석희, 최민정, 김예진)이 1위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20/
사진캡처=마리 끌레르
김아랑(23·고양시청)은 전주교육대 부설초 1학년 시절 친오빠(김명홍씨)를 따라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고향에선 꽤나 유명했다.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넓은 무대로 나오자 다소 기가 꺾였다. 서울 목일중으로 전학온 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림자 신세였다. 다시 전주로 내려온 김아랑은 실망하지 않았다. 남다른 성실함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자신의 뒷바라지를 위해 1톤 트럭으로 전국을 다니며 창틀 설치 작업을 하던 아버지(김학만씨)와 어머니를 생각하면 나태해질 수 없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고교생이던 김아랑의 운은 2012년 말부터 활짝 트였다. 주니어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2012년 12월 전국 남녀 주니어 쇼트트랙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부터 김아랑의 인생에 광명이 비쳤다. 그해 2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2관왕에 올랐다. 1000m와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김아랑이 이를 더 악물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했던 이유는 한 가지였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출전권 확보 때문이었다. 꿈을 이뤘다. 김아랑은 2개월 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를 기록하는 기적을 썼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꿈만 꿨던 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사진캡처=안현수 인스타그램
4년 전 소치올림픽은 모든 게 새로웠다. 가장 신기했던 건 우상이었던 안현수(빅토르 안)를 만난 것이었다. 당시 안현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김아랑, 너의 첫 번째 올림픽, 힘내"라는 멘트와 함께 10년 전 김아랑과 함께 찍은 사진과 최근 소치올림픽에서 다시 만나 찍은 사진을 나란히 편집해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김아랑의 첫 올림픽은 환희와 좌절이 공존했다. 올림픽 한 달 전 아킬레스건과 인대를 다쳐 빠른 스타트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 종목인 1500m 결선 당일 급성 위염으로 앓아 누웠다. 먹은 것을 모두 토했다. 간단한 식사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컨디션이 엉망인 상태에서 치른 경기는 실격이었다. 500m와 1000m에서도 실패를 맛본 김아랑은 노메달에 그칠 위기에 내몰렸다. 그러나 그녀를 위로해준 건 3000m 계주였다. 가장 영광스런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환한 웃음이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링크장을 가득 채웠다.

아버지 김학만씨(55)에게 김아랑은 '효녀'다. "상냥하고 웃음이 많은 데다 효녀다. 외국에 나갈 때는 통신료를 아끼기 위해 로밍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속이 깊다." 딸 자랑에 아버지는 팔불출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단다.

강릉=김진회 기자
김아랑은 미녀 쇼트트랙 선수다. 그런데 지난해 예쁜 얼굴에 상처가 났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동계유니버시아드 선발전에서 상대 선수의 스케이트화 날에 왼쪽 광대가 베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때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러나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아직도 상처 부위에 밴드를 붙이고 다니지만 "스스로 이겨내야죠"라며 활짝 웃는다. '미스 스마일'이란 별명이 잘 어울린다.
그리고 다시 도전하게 된 두 번째 올림픽. 바로 평창이다. 김아랑은 스물 셋밖에 되지 않았지만 워낙 동생들이 어려 여자대표팀의 '맏언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언니' 기질을 타고났단다. 유년 시절부터 김아랑을 주목해 온 모지수 고양시청 감독은 "타고난 언니 기질이 있더라. 항상 동생들을 잘 챙긴다"며 "1500m에서 4등으로 들어와도 최민정에게 축하해주고 환하게 웃더라. 그 장면을 보고 내가 더 놀랐다"고 밝혔다. 사실 김아랑이 메달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여러차례 있었다는 것이 모 감독의 분석이다. "아랑이가 순발력이 뛰어난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선두권에서 경기를 운영했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치고나올 타이밍을 잃어 뒤에서 머물러 있더라. 자기가 움직였을 때 민정이한테 방해가 된다는 걸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희생하면서 경기하는 모습이 역력하더라. 그것이 아랑이의 천성이다." 김아랑은 개인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동생 최민정이 바깥쪽으로 추월할 수 있도록 희생한 셈이다. 대의를 위해 또 다시 그림자가 됐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오히려 트레이드 마크인 '살인 미소'를 날렸다. 그러면서 "저는 4위도 만족해요"라며 명언을 남겼다.

드디어 3000m 금메달. 동생들을 이끌고 함께 오른 시상식대 맨 꼭대기이기에 더욱 빛난 메달이다. 강릉=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 [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Copyrightsⓒ 스포츠조선(http://sports.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30만원대 '고려천홍삼진액고' 4일간 49,000원에 할인판매
배우A “필리핀 성폭행, 아내 종신형 선고”
北 국대, 감독 불륜사건에 팀 해체
돌연 사라진 가수 자두, 알코올 중독…
강수지 모친상 “김국진과 결혼 앞두고..”
배우 3명, 한밤중 탈의 난동…속옷 ‘훌렁’
남자의 힘! '아연' 최대함량, 식약처인증, 한알로 해결~
삼성컴퓨터 '10만원'대 판매, 전시제품 80% 할인, 초대박 세일!
2018년 최상급 골프화 66%할인 54,000원에 파격판매!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