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Biz] 외국로펌, 한국 입성 5년.. '몸집' 키웠지만 '판'은 못흔들어

김주완 2018. 2. 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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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로 2012년 법률시장 개방
미국 대형 로펌 등 27곳 진출
외국 변호사 4배 이상 늘고 매출 100억 외국로펌도 3곳
중국 로펌도 한국 진출 추진
법률시장 개방효과는 미미
국내 기업 해외 사건에만 '치중'
고급 법률서비스 제공 취지 무색

[ 김주완 기자 ] 오는 8월이면 외국 법무법인(로펌)이 국내에 뿌리를 내린 지 만 6년이 된다.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해외 로펌이 속속 등장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고급 법률서비스 확대 등 애초 정부가 기대했던 국내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10대 로펌 중 8개사 한국 진출

외국 로펌은 2012년 8월 국내에 처음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총 27개사가 등록해 활동 중이다. 미국 로펌이 22곳으로 가장 많고 영국 로펌이 5곳이다. 영국법 또는 미국법 등 자국법만 자문할 수 있어 해외 로펌의 공식 명칭은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다. 국내 진출 첫해인 2012년에 가장 많은 13곳이 들어왔다. 이후 2013년 5곳, 2014년 3곳, 2015년 5곳이 진출했다. ‘레이텀 앤드 왓킨스’ 등 미국의 법률전문지인 ‘아메리칸 로이어(The American Lawyer)’가 선정한 ‘2017년 세계 10대 로펌’ 중 8곳이 국내에 진출할 정도로 초대형 로펌 대부분이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이에 발맞춰 외국 변호사(외국법자문사)도 계속 늘고 있다. 2012년 34명에서 지난해 147명으로 증가했다. 작년에는 중국과 싱가포르법을 자문할 수 있는 외국 변호사가 처음으로 법무부 승인을 받기도 했다.

외형 성장으로 외국 로펌의 매출도 증가 추세다. 연 매출이 100억원을 초과해 퇴직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받는 외국 로펌 수는 올해 3곳까지 늘었다. 2015년 ‘클리포드 챈스’가 외국 로펌 처음으로 국내에서 연 매출 100억원 문턱을 넘었다. 작년에는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 ‘쉐퍼드 멀린 릭터 앤 햄튼’ 등까지 총 3곳이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렸다.

외국 로펌들은 주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자문과 국제 중재분야에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미국계 ‘롭스 앤 그레이’는 지난해 국내 화장품 브랜드 AHC로 유명한 카버코리아를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에 3조2289억원에 매각하는 작업을 국내 로펌과 함께 자문했다. ‘클리포드 챈스’도 교보생명과 KEB하나은행이 해외 자본(해외채권 발행 등)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줬다. ‘쉐퍼드 멀린 릭터 앤 햄튼’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오만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중국 로펌들도 한국 시장 ‘눈독’

하지만 외국 로펌의 국내 진출 성과가 ‘기대 이하’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2008년 외국 로펌의 국내 설립 근거가 되는 ‘외국법자문사법안’을 제출하면서 법안 제출 이유로 “국내 소비자에게 고급 법률서비스 제공 등”을 꼽았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사내변호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법률시장 개방 이후 법률사무 업무를 국내 로펌에서 외국 로펌으로 변경한 국내 기업은 9%에 불과했다. 법률시장 개방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에 불과했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사내변호사들은 △비효율적인 의사소통 △한국 기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 △예측불가능한 수임료 등을 외국 로펌의 단점으로 들었다. 로펌 관계자는 “법률 시장 개방으로 국내 변호사업계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외국 로펌이 주로 맡고 있는 아웃바운드(한국 기업의 해외 사건 및 자문) 업무는 이전에도 한국 로펌들의 업무 영역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향후 외국 로펌의 국내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외국 로펌의 주요 고객인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꾸준하기 때문이다. 중국 로펌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리팡법률사무소는 최근 법무부에 국내 설립 신청서를 제출하고 기다리고 있다.

외국 로펌의 국내 업무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률서비스 강국인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우선순위로 법률시장 개방을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FTA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이 시작됐지만 미국 로펌들은 한국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외국 로펌의 합작 법무법인에 대한 지분율과 의결권을 49%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국내 변호사 고용도 제한적이다.

외국 로펌 관계자는 “국내 법률 시장이 더욱 개방되면 글로벌 기업들의 각종 법률 서비스를 도맡고 있는 외국 로펌들이 한국에서도 직접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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