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문제 없는 아파트, 재건축 못한다

2018. 2. 2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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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안전진단 기준' 변경
3월말부터 구조안전성 20→50%
주거환경은 40→15%
주거환경 '과락'땐 예외
주차공간 극단적 부족하거나
층간소음 극심땐 안전해도 재건축

[한겨레]

재건축 아파트 단지인 반포본동 주공 아파트와 강남 일대의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앞으로는 주거환경이 다소 열악하고 배관 등 설비가 노후화된 아파트라도 구조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경우 재건축 판정을 받기가 까다로워진다. 이에 따라 집주인과 건설업체가 사업 이익을 얻기 위해 손잡고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요건을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재건축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순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조 안전성의 문제가 없음에도 사업 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이나 내구연한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지 한달여 만에 이뤄진 조처다. 국토부는 도시정비법 시행령과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21일 입법예고 및 행정예고한 뒤 이르면 3월말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을 보면, 우선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에서 구조 안전성 비중이 현재 20%에서 50%로 크게 높아진다. 대신 주거환경은 40%에서 15%로, 시설노후도는 30%에서 25%로 낮아진다. 비용분석은 10% 비중이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주거환경 항목에서 ‘과락’ 수준인 E를 받게 되면 다른 평가 항목과 상관없이 바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뒀다. 국토부는 주차공간이 극단적으로 부족하거나 층간소음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면 구조적으로 안전해도 재건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결과 100점 만점에 30점 이하이면 ‘재건축’, 30~55점은 ‘조건부 재건축’, 55점 초과는 ‘유지보수’(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는다.

안전진단 판정 결과 중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엔 시설안전공단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조건부 재건축은 안전진단 결과 구조 안전성에 큰 결함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재건축 시기를 조정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판정 유형으로, 90% 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대부분 단지가 시기 조정 없이 바로 재건축에 착수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는 10만3822가구가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지만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목동신시가지, 상계주공, 올림픽선수촌·기자촌·훼밀리 아파트 등 준공 30년 안팎의 중층 아파트 단지가 대표적인 곳들이다. 지역별로는 목동 단지가 있는 양천구가 2만2358가구, 강남4구 2만6025가구, 노원구 8761가구, 영등포구 8126가구 등이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참여정부 당시 수준으로 강화한 것은 1980년대 후반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집값 불안 진원지로 떠오른 게 배경이다. 이들 단지의 재건축 사업은 올해 지방선거를 전후로 한 자치단체의 선심 행정에 따라 무분별하게 진행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다만 정부는 현재 30년으로 돼 있는 재건축 가능 연한을 40년 등으로 높이는 강도 높은 규제에 대해선 결정을 유보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나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안전진단 강화로 인해 이제 막 재건축 추진을 시작한 단지들의 집값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더블유엠(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안전진단 강화,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초과이익 환수에 이어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까지 도입되면 재건축 사업에 4중 족쇄가 채워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올해부터 재건축 개발 이익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초과이익 환수제가 부활해 재건축 투기가 확산되긴 어렵다. 신규 주택 공급이라는 순기능도 고려해 재건축 사업은 극단적인 과열이나 위축 없이 정상화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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