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생존 여부.. '신차 배정'에 달렸다

이천종 2018. 2. 2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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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결정' 시한 앞으로 일주일 / 자금지원·비용절감 전제 걸고.. GM본사, 韓 정부·노조 '압박' / 배정받으면 사태 해결 청신호.. 무산되면 추가 연쇄 구조조정 / 정치권·정부·GM은 '동상삼몽'.. 자금투자 문제 놓고 줄다리기

한국GM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필수인 ‘신차 배정’의 향방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다음달로 예정된 신차를 한국에 배정할지에 따라 이번 사태의 파장이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신차 배정마저 무산되면 군산공장 폐쇄를 넘어 부평, 창원공장으로 연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20일 오전 폐쇄가 결정된 전북 군산 GM공장 인근 한 협력업체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GM 본사는 신차 배정의 전제조건으로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대한 개선안을 이달 말까지 내놓으라고 노조와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GM 노사의 임금 및 단체교섭(임단협)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GM이 엄포를 놓고 있는 ‘중대 결정’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실마리는 임단협에서밖에 찾을 수 없어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정부나 산업은행이 한국GM 지원 여부를 일주일 사이에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임단협에서 의미 있는 비용절감 방안이라도 타결돼야 신차 배정의 명분을 끌어낼 수 있는 셈이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7일과 8일 2018년도 임단협 협상을 진행했다. 두 차례 협상에서 사측 대표로는 카허 카젬 사장이 직접 참석해 최근 경영난 현황 등을 자세히 설명했고, 노조 측은 주로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군산공장 폐쇄 발표와 설 연휴로 후속 협상은 중단된 상태지만 파국을 막기 위한 협상이 곧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다.

머리 맞댄 국회·GM 노조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한국GM 노조 지도부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한국GM 대책 TF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한국GM 사태에 대해 논의하고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GM이 언급한 한국GM 지속가능성 첫 번째 요건인 ‘비용절감’을 충족하려면 노조의 양보가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GM 측이 적자 상황을 근거로 ‘기본급 동결, 성과급 포기’ 정도의 양보를 호소하고, 노조가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를 받아들이면 일단 사태 해결의 첫 단추를 끼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 속에 노사협상이 타결되고, 한국GM에 신차 배정이 이루어진다면 모델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카허 카젬 사장은 군산공장 폐쇄 결정 전 “향후 생산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차종 배정을 검토할 것”이라며 CUV를 언급했다. 쉐보레 트래버스, 뷰익 인클레이브 등이 해당하며, 단가가 높아 이윤이 많이 남는 차종으로 꼽힌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 GM은 하루 종일 미묘한 신경전 속에 밀고 당기는 협의를 이어갔다. 여야 원내지도부와 각 당의 GM사태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은 이날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등 경영진을 만났다. 여야 의원들은 GM 경영진의 책임 있는 자세를 거듭 촉구했으나, GM 측은 뚜렷한 답변을 피한 채 군산공장 폐쇄 입장을 고수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GM에서 과도한 비용이 본사에 납입되고 있고, (본사 차입금에 대한) 고금리 대출 지적도 있다”고 경영 실책을 꼬집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GM의 경영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며 세부적인 계획 제시를 촉구했다. 앵글 사장은 이에 대해 “한국에 남아 (공장 폐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한국에 남아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군산공장 문제에 대해선 “군산공장 자체를 살리는 것은 어렵더라도 해고되는 사람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GM의 투자 의지가 확인돼야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협상 모드에 돌입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국GM에 대한 정부 지원 가능성과 관련, “GM이 그동안 불투명했던 경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 장관은 지난 19일 세종시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한데 장기적 경영 개선에 대한 GM의 커미트먼트(투자 의지) 그런 것들을 가져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도 이날 중견기업연합회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GM 처리 문제와 관련, “(GM 측의) 경영정상화 계획을 보고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이미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이 지난해 7월 작성한 ‘한국GM(주)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를 보면 산은은 “대내외 경영여건 지속 악화, 자체생산 축소, 대표이사 중도 사임 발표 등 철수 징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또 “GM의 최근 수년간 해외 철수 흐름을 볼 때 글로벌 사업재편 전략이 ‘선택과 집중’으로 선회하는 것이 확실하다”며 철수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천종·이진경·정지혜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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