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리인하요구권' 겉만 번지르르.. 실제 인하 1% 미만

홍석호 기자 2018. 2. 2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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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기에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지자 금융 당국은 '금리인하요구권'을 적극 이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승진이나 연봉 상승 등으로 신용 상태가 좋아졌을 때 금융사를 찾아 대출금리를 낮춰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실적이 저조한 것은 금융사마다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기준 자체가 제각각인 데다 영업점에서 대면으로만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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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아닌 대출상품 37%나
금융사 수용 기준도 제각각
신청서·자료 갖고 방문해야
당국 “내달 非대면 단계 시행”

금리 인상기에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지자 금융 당국은 ‘금리인하요구권’을 적극 이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승진이나 연봉 상승 등으로 신용 상태가 좋아졌을 때 금융사를 찾아 대출금리를 낮춰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상당수 대출자에게 이 제도는 ‘빛 좋은 개살구’다. 대면으로만 신청이 가능해 활용이 쉽지 않은 데다 전체 대출액의 3분의 1 이상이 금리인하 요구가 불가능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20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개 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이들 은행의 신용·담보대출 잔액 669조9707억9864만원 가운데 금리인하 요구가 수용된 대출은 5조3150억107만원에 그쳤다. 전체 대출 잔액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실적이 저조한 것은 금융사마다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기준 자체가 제각각인 데다 영업점에서 대면으로만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승진, 연봉 인상, 전문자격증 취득 등으로 신용등급이 좋아진 차주는 금리인하 신청서와 관련 증빙자료를 가지고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금리인하 요구를 할 수 있다.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상품도 한정돼 있다. 16개 은행의 대출 잔액 중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대상이 아닌 대출은 246조6823억2621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약 36.8%로, 주로 햇살론같이 정책자금 대출이나 예·적금 담보대출 등 대출금리가 정해진 고정금리 상품이다. 또 지방자치단체나 기관 협약 상품도 제외된다.

금융 당국도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창구에서 임의로 금리인하요구조건을 판단해 접수 여부를 결정하는 관행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금리인하신청 경로를 비대면으로 확대하는 등 대안을 강구 중”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결책 마련은 요원하다.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대 금융관행 개혁과제’에 금리인하요구권 비대면화를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은행연합회와 태스크포스(TF)도 꾸렸지만 일부 지방은행 몇 곳은 방침도 확정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전산개발 상황에 따라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보여주는 100%나 97% 같이 높은 수용률 통계도 신뢰하기 어렵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NH농협은행은 타행 대비 현격하게 낮은 수용률(64%)을 지적받았다. 농협은행은 대환대출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사례와 금리인하요구권 대상상품이 아닌데 요청해 거절로 집계한 경우, 고객 철회 건수 등을 빼니 수용률이 77%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는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통계가 은행마다 제각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금리인하요구권 접수현황도 은행마다 들쑥날쑥하다. KB국민(6023건) 신한(5488건) KEB하나(1861건) 우리은행(1만6658건) 등 규모가 비슷한 주요 시중은행 간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우리은행 고객만 특별히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 의원은 “당국은 고금리 대출에 대한 대안으로 항상 금리인하요구권을 언급하는데, 사실상 적용 자체가 안 되는 대출이 많은 상황에서 무책임한 발언이고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 있다. 독려하고 홍보해 제도를 편하게 만드는 것은 금융 당국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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