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남아 해결" 밝힌 엥글..GM본사 이익챙기기 의혹엔 침묵

이승훈,김태준,강영운 2018. 2. 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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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 정부, 자구안 놓고 샅바싸움 본격화

◆ 한국GM 사태 어디로 ◆

20일 국회를 방문한 GM 임원단이 여야 원내지도부와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이승환 기자]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선언 이후 지난 19일 한국을 다시 찾은 배리 엥글 GM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의 첫 번째 행선지는 국회였다. 엥글 사장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과 함께 20일 국회를 찾아 여야 정치권 관계자를 두루 면담했다. 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과의 만남을 통해 정부와의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우선 정책이 '일자리 창출'인 현 정부로서는 군산공장 폐쇄는 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이를 잘 알고 있는 GM은 정치권을 통해 우회적인 정부 압박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실제로 GM 사태가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GM 사장을 만나기 위해 면담 장소를 찾았다. 간담회 장소에 들어선 국회의원 숫자만 15명에 달했다.

이날 면담에서 엥글 사장은 "한국에 남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GM 측 자구 노력 계획을 밝히지 않은 채 노조 양보와 한국 정부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한국 정부와 노조가 먼저 '액션'을 취해야 GM 측이 적절한 '당근'을 제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GM 본사가 한국GM으로부터 고금리 대출로 이익을 챙기고 부품 가격도 부풀렸다는 의혹 등에 대해 GM 측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들 아픈 이야기에는 답변을 잘 안 했다"면서 "투자 의지를 보여주면서 정부가 도와 달라는 뉘앙스였다"고 전했다. 전날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도 GM 본사와 한국GM의 불공정 관계를 타파해야만 정부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피한 것이다.

군산공장 폐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적에도 GM 측은 난색을 표했다. 엥글 사장은 "군산공장 자체를 살리는 것은 어렵다"며 "다만 22개 협력업체에 5000명의 근무자가 있는데 500명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는데 더 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군산공장 인수 의향자가 있다면 매각에 적극 임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날 면담에서 엥글 사장은 정부 지원과 구조조정 등을 전제로 두 종류의 차량을 신규로 투입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두 종 가운데 하나는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급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차종은 소형 SUV '트랙스'의 후속 모델 또는 경차 '스파크' 후속 모델 가운데 하나로 예상된다. 프로젝트명 '9BUX'로 2015년부터 한국GM이 개발을 총괄해 온 트랙스 후속 모델을 이르면 2020년부터 양산하는 방안을 계획했다. 일부에서는 '9BUX'를 카젬 사장이 얘기한 CUV급과 같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설 연휴 직전 군산공장 폐쇄 발표 때 구조조정 시한을 2월 말로 못 박았던 엥글 사장은 이번 정치권 면담에서 시기에 대해 추가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2월 말은 한국GM 재무제표상으로는 중요한 시기다. 한국GM이 미국 GM 본사에서 빌린 원화차입금 7220억원 만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GM 본사는 지난달 만기가 돌아온 4000억원 상당의 외화차입금을 한국GM에서 회수했다. 4년 연속 적자로 자본금이 잠식되고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국GM에 대해 자기 잇속만 먼저 챙긴 셈이다. 한국 정부, 노조 등과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GM 본사는 추가적인 차입금 회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4월 초에도 1조원 가까운 대출금 만기가 예정돼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현재 회사 유동성을 감안할 때 이 규모의 자금이 유출되면 협력업체 대금 지급과 임직원 임금 지급 등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면담 후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은 "GM 측에 한국GM에 빌려준 27억달러(약 3조2000억원)를 어떻게든 해소하지 않으면 연간 2000억원씩 이자가 나가기 때문에 장사를 하나 마나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이에 대해 GM이 '출자전환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이런 의향을 정부에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GM이 한국에 총 10억달러(약 1조700억원) 지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산은의 유상증자 참여 금액과 신규 대출, 정부의 세제 인센티브 등을 합친 금액으로 분석된다.

미국 GM 본사가 한국 정부의 고원가 구조 해소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한국GM은 단기적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본사 대출금 3조2000억원을 출자전환할 경우 매년 2000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고 90%가 넘는 매출원가율을 해결하면 원가율을 낮춘 만큼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조가 고통 분담에 나서고 우리 정부도 신규 자금 투입이나 세제 지원에 나설 경우 회생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승훈 기자 / 김태준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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