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확대냐 해고 역풍이냐.. 갈림길 선 마크롱 노동개혁

송경재 2018. 2. 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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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해고요건 풀리며 기업들 벌써부터 감원 시동.. 푸조.SG.IBM 등 계획 밝혀
해고시 노동자 동의 필수 등 대량해고 차단 장치 뒀지만 역풍 우려 목소리 계속 나와
마크롱 지지율 어느새 추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야심찬 노동법 개혁이 그가 바라는 대로 경직된 노동시장에 구조조정을 몰고와 고용확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그저 손쉬운 해고 규정으로 시장에 대량해고 피바람으로 그치고 말지 갈림길에 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새 노동법이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두드러진 변화는 기업들의 감원 러시라고 진단했다.

■느슨해진 해고요건 기업들 속속 감원

프랑스 최대 자동차 업체 푸조는 새 노동법을 적용해 1300명 감원을 계획하고 있고, 자산기준 프랑스 상장 3위은행인 소시에테제네럴(SG), 미국계 IBM 등이 인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노동계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강도 높은 노동법 개혁을 단행했다.

지난해 9월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을 통해 노동법을 개혁하는 초강수를 뒀다.

바뀐 개혁법은 해고에 관한 법원의 벌금 선고 상한을 정하고, 기업들이 노동자들과 노동조건에 관해 협상할 수 있는 더 많은 재량권을 주도록 했다. 또 복잡한 자발적인 퇴사 규정도 없앴다.

이전까지는 자발적인 퇴사에 기초한 감원이라고 해도 경영진은 회사 재정상태가 극도로 어렵다는 점을 먼저 입증해야 했다. 또 법을 위반했을 때 벌금 규모는 막대했고, 소송을 거치면 결국 해고했던 노동자들을 다시 복직해야만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마크롱은 이 규정을 없앴다.

수십년에 걸친 강성노조와 기업주들간 갈등을 해소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목표였다.

프랑스 정부는 일자리 보호막을 일부 벗겨내고, 규제를 완화하면 그동안의 경직된 노동규정들로 인해 원하지 않는 노동자들까지 끌어안고 있어야 했던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노동자들의 직업 이동성도 높여 고용창출이 자극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의 노동개혁은 외국업체들이 다시 프랑스를 기웃거리게 만드는 유인도 되고 있다.

그동안 프랑스는 투자한 돈만 집어 삼키는 싱크홀로 간주했던 외국 기업들이 최근 프랑스 노동법 변호사들을 접촉해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즉흥적 감원은 차단...전망은 분분

상황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기대처럼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더 많은 고용을 끌어내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해고절차 간소화로 기업들의 대량해고 길만 터주는 꼴이 될지 그 갈림길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크롱은 노동법을 개혁하면서 안전장치를 달아놔 기업들이 미국처럼 언제든 즉흥적으로 감원할 수 있는 권리는 유보했다.

감원을 하려면 회사 상태와 관계없이 노동자들로부터 자발적인 퇴사에 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프랑스 의류 소매업체 핌키는 감원을 계획했지만 지난달 초 노조들이 사측 제안을 거부하면서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핌키 노조들은 회사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입증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푸조는 노조에 당근을 제시해 감원을 성사시켰다. 조기 퇴직자 900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신규 일자리 1300개 창출, 견습공 2000명 채용 등 신규채용과 직업교육을 패키지로 묶어 감원계획을 처리했다.

감원을 거부하는 대상자들은 직업교육을 통해 사내 보직 이동이라는 당근도 제시했다. 파리 서부의 연구소에서 물품을 주문하는 일을 하던 올해 50세의 한 직원은 연구소 폐쇄로 감원 대상이 됐지만 감원 대신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검사하는 직무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SG는 인터넷 뱅킹 활성화로 소매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키로 하고 프랑스내 2000개 점포 가운데 300개를 폐쇄하기로 했다. 또 백오피스 등과 연결된 업무의 80%를 자동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3450명을 감원한다는 목표다. 신규 채용 계획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달 후반 노조와 협의해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지만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IBM 역시 구체적인 충원 계획은 내놓지 않았지만 홍보실을 통해 감원과 병행해 프랑스에서 "핵심 기술 분야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WSJ은 마크롱의 노동개혁은 기업들이 신규고용 없이 이를 손쉬운 대량해고 수단으로만 활용할 경우 역풍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럴 경우 프랑스의 막강한 노동계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어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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