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연일 폭로..들불처럼 번지는 문화예술계 '미투'

최승균,김규식,김시균 입력 2018.02.20. 17:24 수정 2018.02.2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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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민기·인간문화재 하용부, 성추행 폭로 SNS서 잇따라
음악감독 변희석은 즉각 사과..밀양연극촌은 폐쇄하기로
피해자 지지 '위드유' 운동 확산
'나도 피해자다'라는 의미의 미투(me too)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문화예술계 원로들이 위력으로 짓눌렀던 성폭력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연일 새로운 폭로들이 속속 추가되고 있는 것이다.

배우 조민기 씨(52)는 자신이 강의하던 청주대에서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의 성추행 의혹은 20일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 글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청주대는 자체 조사 결과 의혹을 확인하고 정직 3개월 중징계를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하지만 조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밀양연극촌 촌장 하용부 씨(63)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김보리 씨(필명)는 이윤택 씨(66)의 성폭력을 고발한 사람이다. 그는 밀양연극촌 신입 단원으로 활동하던 2001년 하씨가 연극촌 인근 천막에서 성폭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하씨는 인간문화재로 지정됐으며 이씨와도 친분이 두텁다. 2002년 국가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로 인정됐다. 문화재청은 하씨의 성폭행 의혹이 제기되자 하씨에게 매달 지급하던 교육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고 추후 사실 관계가 확인되면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씨가 운영하고 이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밀양연극촌도 폐쇄 수순으로 돌입했다. 하 촌장은 이씨와 함께 1999년 밀양연극촌을 설립했다. 밀양시는 19일 사단법인 밀양연극촌에 무료임대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밀양연극촌에 상주하던 극단 연희단패거리 또한 이날 해체하면서 상주 단체도 사라졌다. 밀양연극촌에서 열리던 밀양여름공연축제도 당장 올해부터 개최가 불투명하게 됐다. 이 축제는 2001년부터 밀양연극촌이 개최했으며 매해 관객 2만명이 찾을 정도로 경남 지역의 대표 축제다. 밀양시 관계자는 "현재 개최 여부를 포함해 축제 자체를 원점에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하씨는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곧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성추행과 관련해 공개 사과한 이윤택에 대한 추가 '미투'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 연희단거리패의 연기자 재훈련 과정에 참여했다는 A씨는 수업 당시 몸매 선을 봐야 한다며 남성들은 팬티만, 여성들은 위아래 속옷만 입고 수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거의 전라 상태에서 수업한 적도 있고 옷 벗기를 거부하면 배역 대신 조명이나 음향을 담당하도록 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미투 운동은 연극계를 넘어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19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대형 뮤지컬 '타이타닉' '시라노'에서 음악감독을 맡은 변희석 씨(47)가 여성 단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글이 게시됐다. 또한 변씨가 남성 배우의 상의에 손을 넣어 신체를 만지면서 동성을 성추행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변씨는 곧바로 자신의 SNS에서 사과했지만 파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밖에 고은 시인의 성폭력을 고발한 시인 최영미 씨는 최근 SNS를 통해 구체적인 성폭행 피해를 조만간 가해자의 실명과 함께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연극계 거물 2~3인도 수차례 성추행한 의혹이 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가고 있어 추가 폭로가 잇따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계 성폭력 의혹이 확산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성폭력 근절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20일 밝혔다. 문체부는 신속한 사건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창구인 '성고충 상담 및 신고'(가칭)를 설치했다. 이 창구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뿐만 아니라 목격자와 관리자도 제보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연대의 뜻을 나타내는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하겠다) 운동도 확산하고 있다. 성폭력 관련 글을 여러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위드유' 해시태그(#)를 달거나 '위드유'를 적어넣은 팔이나 손 사진을 올리는 식으로 용기를 낸 피해자들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다.

공연계 성폭력에 반대하고 미투 운동에 대한 관객들의 지지를 나타내는 집회를 25일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는 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밀양 = 최승균 기자 / 서울 = 김규식 기자 / 김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