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미세먼지, 왜 더 독할까?

송경은 기자 2018. 2. 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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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막바지를 맞아 추위가 물러나면서 반갑지 않은 미세먼지 농도는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겨울이 되면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는데요. 추위와 미세먼지 중 무엇이 나은 건지 참 애매합니다. 게다가 겨울철 미세먼지는 봄의 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하다고 하니, 겨울 끝자락까지 미세먼지에 신경써야 할 듯 합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 기준 OECD 35개 회원국 중 초미세먼지(PM2.5·지름이 2.5㎛ 이하인 입자) 노출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98~2015년 사이 실시된 17차례의 OECD 조사 중 이번이 무려 12번째 1위 기록입니다.

Q. 계절별로 미세먼지 양상이 다른가요?

미세먼지는 황사(모래바람)가 몰려드는 봄보다 겨울에 더 위협적입니다. 우선 인체 깊숙이 파고드는 PM2.5의 비중이 봄에 비해 더 높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발령된 미세먼지 주의보 176건 중 117건(66.5%)이 PM2.5에 대한 주의보였습니다. 반면 지난해 3~5월 사이 발령된 미세먼지 주의보 및 경보 169건 중에서는 25건(14.8%)만이 PM2.5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봄철 미세먼지 경보 18건은 대부분 PM10(지름이 10㎛ 이하인 입자)에 대한 것으로, PM2.5 경보는 단 1건에 불과했습니다.

PM2.5는 비산먼지나 황사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아니라 이산화황(SO2) 같은 오염물질과 유기화합물(VOCs) 등의 광화학 반응에 의해 생성됩니다. 겨울에는 난방 등으로 인해 PM2.5의 원인물질이 더 많이 배출됩니다. 경유차 등 자동차 배기가스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3)도 기온이 높은 봄에는 금세 휘발돼 날아가지만 차가운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합니다. 같은 양의 배기가스가 배출돼도 겨울에는 PM2.5가 더 잘 생성된다는 뜻입니다.

Q. 겨울철 미세먼지가 더 위협적인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겨울에는 대체로 한반도에 자리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지표면 가까이 낮게 깔린 채로 더 오랜 시간 머뭅니다. 기압이 높은 곳에는 하강 기류가 생기고 지표면에 바람도 적게 불기 때문입니다. 또 보통은 지표면에서 멀어질수록 기온이 낮아지지만, 겨울에는 고도가 높아지면서 기온이 올라가는 ‘역전층 현상’이 일어나 대기가 잘 순환하지 못합니다. 무겁고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앉고 가볍고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자연적인 대류가 줄어드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겨울철에는 지표면부터 일정 고도까지의 대기 중 물질이 대류에 의해 섞이는 ‘대기경계층(혼합층)’이 지표면에서 불과 수십 m 높이에 형성됩니다. 대기경계층이 1000~1500m 높이에 형성되는 봄철과 비교하면 훨씬 지표면 가까이에 압축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체된 미세먼지가 계속 쌓이게 되기 때문에 고농도 미세먼지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은 셈입니다.

Q. 중국 영향도 크지 않을까요?

국립환경과학원은 서울시가 최초로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 올해 1월 15~18일 사이의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여도가 43~62%로 중국 등 국외 기여도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고 이달 6일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이 질산염으로 전환됐고, 대기가 정체된 상태에서 2차 생성 PM2.5가 발생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서울시가 최초로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 올해 1월 15~18일 사이의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중국 등 국외요인이 기저 농도를 높이긴 했지만 고농도에는 국내요인의 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중국발 미세먼지의 기여도도 겨울철에는 북서풍의 영향으로 봄철(20~40%)에 비해 50~70% 수준으로 높아진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중국에서 오는 기류에 어떤 미세먼지 원인물질이 얼마나 딸려 오는지, 어느 고도로 유입되고 얼마나 많이 지표면까지 내려오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기여도가 과도하게 추산되고 있으며, 우리가 숨쉬는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국내 발생 미세먼지가 인체에 더 직접적인 해를 끼친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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