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윤택 성폭력' 드러난 피해자만 11명이다

손가영 기자 입력 2018.02.20. 14:40 수정 2018.02.21. 17:33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고발자, 성폭행 2명·강제 안마 5명·추행 4명 등… “황토방에서 가슴이 다 벗겨지고 놀림도 받았다”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연출가 이윤택씨가 “법적 절차에 따라서 그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며 자신을 둘러싼 성폭력 가해 의혹을 일부 부인했으나 연극계 ‘미투(#MeToo)운동’ 참여자들의 진술은 일관되고 구체적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성폭행 피해 고발자만 2명, 성추행·성희롱 피해 고발자는 9명이다.

지난 19일 이윤택 연출의 사과 기자회견장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실명을 밝힌 배우 김지현씨는 13년 전 이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또한 ‘황토방 안마’로 알려진 이씨의 안마 요구를 받은 단원이다. 김씨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7년간 연희단거리패 단원으로 활동했다.

▲ 연출가 이윤택씨는 2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위치한 '30스튜디오'에서 공식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씨는 “황토방이란 곳에서 여자 단원들은 밤마다 돌아가며 안마를 했었고 나도 함께였다”며 “그 수위는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 혼자 안마를 할 때 성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2005년 임신을 했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친한 선배에게 임신 사실을 알린 뒤 임신중절 수술을 했다.

김씨는 “임신중절 사실을 아신 선생님은 내게 200만원인가를 건내며 미안하단 말을 했다. 이후 얼마 간은 날 건드리지 않았지만 그 사건이 점점 잊혀져 갈 때 쯤 선생님께서 또 다시 날 성폭행하기 시작했다”며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던 아이기에 난 자신의 사람이란 말을 하시면서”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9일 연극계 미투운동에 동참했다. 그는 “내가 나온 이후에도 분명 선생님과 피해자만이 아는,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후배가 분명 더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지금 용기를 내지 않아서 이 일이 흐지부지 된다면 지금까지 자신의 아픔을 힘겹게 꺼내준 피해자들이 또 한번 고통을 당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보다 2일 전인 지난 17일엔 ‘김보리’라는 필명을 쓴 한 전직 여성 연극인이 2001~2002년 동안 이씨로부터 두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김보리씨가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게시판에 게시한 고발글엔 김지현씨의 피해 사례가 적혀있었다.

김보리씨는 “(이씨가 말하길) 자신의 인생에 두 명의 여자가 있는데 한 명은 나고, 한 명은 여자 후배 K라고, K는 자기 씨를 뿌려 낙태까지 했다고 고백했다”고 밝혔다.

▲ 사진=김지현 전 연희단거리패 단원 페이스북 글 캡쳐.

이와 함께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강제 안마 및 강제 추행, 성희롱 피해자는 미투운동으로 드러난 수만 9명이다.

강제 안마는 연희단거리패 내 기수가 낮은 여성 단원을 중심으로 안마를 하도록 지시하고 그들에게 성기 주변이나 성기를 강제로 주무르게 한 가해 행위다.

이씨를 향한 미투운동 포문을 연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를 포함해 ‘김해나’(페이스북 필명), 전 단원 배우 이재령씨, 추아무개씨 등이 이씨의 안마 강요를 폭로했다.

김해나씨는 지난 19일 필명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 “몇 개월 지나 안마해드릴 때 처음으로 바지를 내리고 후배의 손과 내 손을 성기에 갔다 댔을때 나는 얼음이 됐다”면서 “우리 손을 잡고 성기 주변을 주무르며 너희 호흡 발성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10여 분 지나고 사정도 목격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24살이었다. 김씨 등이 안마를 할 동안 ‘10년차 이상된 선생님들’이나 극단 선배들은 회의를 하거나 다음 날 일정을 묻고 황토방을 나갔다.

미투 글에 따르면 이씨의 성적인 안마 강요는 1999년부터 확인됐고 이후로도 꾸준히 이어졌다. 최소 5명이 ‘강제 안마’ 목격자로 미투 운동에 참여했다. 2010년 경 연희단거리패와 연을 맺은 최아무개씨는 “6개월간 함께 지냈던 동기들로부터 안마에 대해 들었고 함께 대책을 세워보자고 하였으나, 당시 우리는 막내 연수 단원이었기에 우리끼리 대화로서 고충을 나누는 선에서 멈추었다”고 밝혔다. .

연극인 홍아무개씨도 페이스북에 “연극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렴풋이라도 보고 들었을 것이고 다들 알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수면 위로 끌어 올리진 못했던 사실들이었다”는 글을 올리며 미투운동에 동참했다.

강제 안마 피해자인 김해나씨는 성추행 및 성희롱 피해자기도 했다. 김해나씨는 “연기호흡이 안된다며 불려간 황토방에서 이쌤(이윤택 선생)에게 가슴을 다 까여지고(벗겨지고) 훈련이라는 명목 하에 나중엔 그 일로 사람들 앞에서 놀림도 당했다”고 밝혔다.

유사한 피해 고발자는 4명이 더 있다.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남긴 배우 박아무개씨는 이씨로부터 발성 훈련을 받으며 “(이씨가)‘섹스해봤어요? 해봤지요? 그거랑 똑같아요’라고 하며 몸을 밀착해 내 가슴 주위를 눌렀다”며 “나에게 소리를 내보라고 했던 기억은 너무 선명하다”고 폭로했다. 박씨는 공연을 준비하던 때인 2008년 이씨가 자신과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여성 단원을 남게 해 게릴라 소극장 분장실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이승비 극단 나비꿈 대표도 지난 19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당시 국립극장 예술감독이었던 이씨가 발성 연습을 하자며 자신을 따로 남게 했고 연습을 하는 동안 이씨가 자신의 온 몸을 만졌다고 밝혔다. 이승비씨는 “너무 무섭고 떨려서 내 몸은 굳어져 가고 수치스러움에 몸이 벌벌 떨렸다”며 “결국 내 사타구니로 손을 쑥 집어넣고 만지기 시작해, 난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쳐내고 도망쳐 나왔다”고 적었다.

2012년엔 배우 김수경씨가 유사한 방식으로 강제 추행을 당했다. 전직 연희단거리패 단원인 하아무개씨도 이씨가 연기 지도 명목으로 가슴 등 신체에 손을 댔다고 고발했다.

여성 연극인들은 이씨로부터 성적 폭력을 입은 반면, 남성 연극인들은 폭행 및 폭언에 시달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일 김태형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윤택 극단에서 폭력(손찌검, 인격모독)을 당하다 못 견디고 야반도주하는 배우들이 있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어디선가 들은 바 있다. 내가 들었으면 이 쪽의 대부분은 다 들은 거나 마찬가지”라며 “미투 운동이 확산된 것은 폭력(어떠한 형태든)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좌절된 남성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씨의 난폭한 행동은 성폭력 정황을 고발하는 여성 연극인들의 글에도 일부 드러나있다. 김수경씨는 “자신이 원하는 연기가 안된다며 갑자기 무대 위로 뛰어올라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 머리채를 잡고 쥐어 흔들고”라면서 “모두의 앞에서 머리채까지 잡혀 가며 연기하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공포와 수치였다”고 고백했다.

이윤택 연출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법적 절차가 강행된다면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 등의 발언을 내놓았다. 형법 상 강간 및 강제 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과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 ‘업무·고용 관계에서의 위계 또는 위력’ 등을 요건으로 둔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 및 사법부가 협박과 위계·위력의 범위를 좁게 해석해 성폭력 피해자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일부 예외 사례를 제외하면 성폭력 및 강제 추행 사건의 공소시효는 10년이 적용된다. 2008년 이전 사건의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