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살인·토막살인 엽기범죄자들..모두 '동물학대' 경험자들

美 플로리다주 고교 총기 난사범 어렸을 때 부터 동물 죽여

중학생 딸 친구를 유인·추행해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망치로 키우던 개 6마리를 죽였다'고 실토했다©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최근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플로리다주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 니콜라스 크루스(19)는 이전에 다람쥐나 토끼 등 동물에 총격을 가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동물학대 범죄의 심각성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의 한 시골교회에 난입해 26명을 총으로 쏴죽인 데빈 켈리, 17명을 엽기적으로 살해한 세기의 살인마 제프리 라이오넬 다머, 연쇄 살인마 유영철과 강호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안산 토막살인 용의자 조성호, 인천 초등생 살인범 김양 등도 모두 범죄를 저지르기전 동물학대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물학대와 인간에 대한 범죄 연관성을 증명한 연구결과들은 적지 않다.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살인범의 45%, 가정 폭력범의 36%, 아동성추행범의 30%가 동물학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포포스(Four Paws)는 '동물학대와 인간의 폭력성과의 관계'(The Animal Abuse-Human Violence Connection) 자료에서 아동학대로 치료를 받고 있는 80%가 동물을 학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3분의 2는 폭력적인 부모들이 애완동물을 죽이거나 부상을 입혔다고 답했고, 3분의 1은 어린 희생자들이 애완동물을 학대함으로써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박기범 동아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경찰무도학과 교수가 2010년에 발표한 '폭력성 범죄의 예측가능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FBI 연구에서 절반이상의 연쇄살인범이 아동 또는 청소년기에 동물학대나 고문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 (자료사진) © AFP=뉴스1

이에 미국 연방수사국 FBI는 2016년부터 동물학대를 '반사회범죄'로 분류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동물을 죽이거나 괴롭히고 유기하는 행위, 동물을 보살피는데 태만한 행위도 동물학대로 규정했다.

대만도 동물학대범의 신상이 공개된다.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왕태미 수의사는 "대만에선 동물학대자의 이름과 사진, 저지른 범죄에 대해 공개한다"며 "때리고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저분한 환경에 방치하는 것도 학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동물학대에 대해 여전히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한 사례로 지난 2015년 부산·경남 일대에서 길고양이 600여마리를 잡아 산 채로 뜨거운 물에 담가 죽이고 건강원 등에 팔아넘긴 일명 '나비탕 사건' 피의자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하는데 그쳤다.

반면 BBC 등 언론은 지난 2015년부터 영국 런던 남부 크로이던 일대에서 고양이 400여마리를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 현지경찰과 동물보호단체가 협력해 범인 검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범인이 동물에서 만족하지 못하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생명을 죄책감없이 학대하는 사람은 생명체에 대한 감각이 둔해져서 점점 더 강한 존재에 대한 학대와 폭력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며 "우리도 '동물학대'를 동물에 대한 범죄로만 인식하기보다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다스리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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