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분양 쌓였는데 또 분양..헐값에 내놔도 안팔리는 지방 아파트

박민 2018. 2. 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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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 집값 초양극화 심화
올 들어 경남 아파트값 1.15% 뚝
잘나가던 부산·제주도 하향곡선
정부, 청약자격·전매제한 완화 검토
'위축지역' 꼬리표 붙을까 되레 걱정
조선업 침체로 주택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울산시 동구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민 기자] 지방 주택시장이 악화일로다. 경남과 충북은 연초부터 아파트값 낙폭이 커졌고 1만 가구 넘는 미분양 물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지방의 대장주로 꼽혔던 부산과 제주지역도 올 들어 줄곧 하향곡선을 그리며 매수 심리가 자취를 감췄다. 각종 주택 규제로 돈되는 ‘똘똘한’ 주택을 보유하려는 심리가 서울에 집중하면서 지방은 더 깊숙히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올해 지방의 분양 물량이 지난해보다 더 많은데다 하반기에는 다주택자 보유세 인상까지 예고돼 있어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정부는 뒤늦게 지방 주택시장 침체 해소를 위해 청약 자격 및 전매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청약위축지역’ 지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안 그래도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데 ‘낙인효과’를 가져와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잘 나가던 부산·제주마저 집값 하향곡선

그래픽= 이동훈 기자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하락한 지역은 경남이다. 주간 단위로 가격이 계속 내려 누적 기준 -1.15%를 기록했다. 이어 충북(-0.99%), 울산(-0.90%), 경북(-0.86%), 충남(-0.85%)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이 2.25% 오르며 수도권 전체 상승률을 견인한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초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경남과 울산은 몇 년 전부터 지역 기반산업인 조선업이 침체하면서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조선사 본청의 수주가 줄면서 협력업체 수백 곳이 문을 닫았고 주택 수요도 함께 사라진 것이다.

경남 창원에서 집값 비쌌던 의창구 T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2년 전 5억원까지 시세가 올랐으나 지금은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3억7000만~4억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면적의 성산구 성주동 U아파트도 최고가 4억5000만원을 찍었다가 현재 3억원 선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헐값에 매물을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2~3년 전 주택시장 활황기에 건설사들이 쏟아낸 공급 물량은 미분양으로 쌓이고 있다. 전국 17개 시·군 가운데 미분양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이 경남과 충남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만2088가구, 1만1283가구다. 이 중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급증하는 추세다. 충남이 2339가구인데, 전월 대비 60%(883가구)나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지방에서 분양하는 물량도 21만4457가구로 지난해(16만1024가구)보다 33% 많다.

경남에서 촉발된 지방 집값 하락은 제주도와 부산으로도 번지고 있다. 부산은 올 들어 아파트값이 0.38% 내렸다. 미분양 물량은 1920가구로 1년전보다 63.96%(749가구)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제주도 아파트값도 0.31% 하락했다. 미분양은 1271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369%(1000가구)나 늘었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제주시 한림읍 한 아파트는 전체 68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청약위축지역’ 지정 땐 낙인효과 우려

침체한 지방 주택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정부는 ‘청약위축지역’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위축지역으로 지정하면 청약통장 1순위 기간이 가입 6개월에서 1개월로 줄고, 청약 거주지 제한도 없어져 전국구 청약지가 된다. 주택 분양 및 거래와 관련한 금융 및 세제 지원 등의 조치도 이뤄진다.

위축지역은 ‘최근 6개월간 월평균 집값 상승률이 1.0% 이상 하락’한 지역 가운데 △주택 거래량이 3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 △직전 3개월 평균 미분양 주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시도별 주택 보급률 또는 자가 주택 비율이 전국 평균 이상 등 3가지 요건 중 하나에 해당하면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정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축지역 지정을 위한 정량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해서 무조건 지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요건 충족시 검토 여부를 할 수 있는 단계로 일대 주택시장의 하락 추이나 전체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투기수요를 엄단하겠다는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을 살리겠다는 것 자체가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격이어서 검토에만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지방은 공급을 받쳐줄 실수요자가 많지 않은데 청약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없던 실수요자가 생겨나긴 어렵다”며 “결국 전국의 투자수요를 끌어모아 시장을 살리겠다는 것인데, 이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반하는 것이어서 실제 지정까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설사 지정이 돼도 시장 침체를 입증하는 ‘낙인효과’를 가져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적인 대책으로 시장을 움직이려 하면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4월부터 시행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비롯해 하반기 예고된 보유세 개편 과정에서 지역별·주택 가격별 규제 예외 항목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박민 (park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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