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문화명소 '계풍서원' 퇴장 뒤엔 시진핑 그림자?

조효석 기자 2018. 2.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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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 계풍서원(季風書園·지펑쑤웬)이 문을 연 건 개혁개방이 한창이던 1997년 4월이었다.

상하이를 대표하는 문화 명소로 꼽히던 계풍서원이 지난달 31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상하이에서 제일가는 민간 서점으로 불리던 계풍서원이 문을 닫던 순간을 19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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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중국 상하이 시내에 있던 계풍서원 본점이 영업하던 당시(위쪽 사진)와 이후 자금난으로 폐점한 뒤 의류 가게가 들어서 있는 모습. 계풍서원은 지난달 31일을 마지막으로 상하이에서 완전히 문을 닫았다. 신화뉴시스

‘문화 독립·자유로운 사상 표현’
기치로 시민들 사랑받던 책방

표면적 폐점이유는 임대료 문제
해외 언론들은 “사상 탄압 강화
시진핑 주석 시대의 단면” 지적

중국 상하이에 계풍서원(季風書園·지펑쑤웬)이 문을 연 건 개혁개방이 한창이던 1997년 4월이었다. 대륙에 쉴 새 없이 변화의 바람이 불던 시절, 계절풍을 뜻하는 ‘계풍’으로 이름 붙인 것도 그래서였다. 상하이 시민들에게 계풍서원은 단순한 책방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서 구하기 어려운 힘든 사회과학이나 철학 서적이 이곳에만 가면 넘쳐났다. 이름난 석학들이 수시로 모여 진리란, 자유란 무엇인지 토론하고 시민들과 의견을 나눴다.

상하이를 대표하는 문화 명소로 꼽히던 계풍서원이 지난달 31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해외 언론들은 계풍서점의 퇴장이 사상 탄압을 갈수록 강화해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시대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상하이에서 제일가는 민간 서점으로 불리던 계풍서원이 문을 닫던 순간을 19일 소개했다.

‘문화의 독립, 자유로운 사상의 표현’을 기치로 내건 계풍서원은 개점 이래 민주주의와 철학, 역사 등 민감한 문제뿐 아니라 중국의 빈곤과 노동 현실을 다룬 책들을 팔면서 명성을 쌓았다. 한창 전성기였던 2007년에는 상하이 시내에만 8개 점포를 차렸을 정도로 번창했다. 사람들은 이곳을 대만 타이베이의 성품(誠品)서점과 베이징의 만골서원과 견주어 상하이판 문화의 중심지라고 불렀다.

분위기가 바뀐 건 시 주석이 등장한 시기와 겹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임대료 급등과 전자책 등장 등으로 허덕이던 계풍서원에 ‘시진핑 시대’의 강화된 사상 통제는 결정타였다. 2012년 시 주석 집권 뒤 이듬해 봄 중국공산당은 여론 통제를 위한 ‘7조저선’(七條底線·7가지 마지노선)을 발표해 본격적으로 학계와 사상계를 옥죄기 시작했다. 공산당은 인터넷상에서 잘못된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지식인들을 강단에서 쫓아냈다. 지식인들의 발길이 줄면서 서점 운영이 어려워지자 지원금을 보내주던 상하이시 당국도 2014년부터 지원을 끊었다.

계풍서원이 마지막으로 자리잡은 상하이도서관은 지난달 초 계풍서원에 임대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국가소유 자산운영 방침이 강화됐다는 이유였다. 상하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임대장소를 알아봤지만 결국 새 장소를 찾는 데 실패했다. 임대업자들은 임대를 주겠다고 하다가도 얼마 가지 않아 정부에서 경고장이 날아왔다며 손을 내저었다.

단골손님이었다가 2012년 서점을 인수해 운영해 온 유미아오씨는 “계풍서원이 사라진 근본적인 이유는 임대료도, 장소의 문제도 아니다. 다양한 문화를 억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아사히에 토로했다. 헌법학자이자 인권변호사인 장쉐종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계풍서원의 폐점은 중국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사상 통제의 연장선상에 있다”면서 “정부는 더 이상의 자유로운 사회적, 문화적 행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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