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韓 자동차산업, 임금수준 높은데 생산성 '글쎄'

김현주 2018. 2.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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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갑작스러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발표의 후폭풍이 상당합니다. 준중형 크루즈와 다목적차량 올란도를 생산하는 군산공장은 2011년만 해도 한해 26만대를 생산해 전북지역 수출의 20%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최근 3년간 판매 부진으로 가동률이 20% 밑으로 떨어졌다지만, 노동자 1만2000여명의 생계가 달려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한국GM 경영 부실에는 GM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판매전략 실패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평균임금이 8700만원(2016년 기준)이라는 인건비 부담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GM은 지난 몇 년간 수조원의 누적 적자를 봤습니다. 그럼에도 임금은 경쟁업체와 큰 차이 없이 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각에선 GM 본사가 한국GM에 부품을 비싸게 공급하고, 완성차를 싸게 사간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GM 본사가 한국GM에 금융을 지원하고 높은 이자를 챙겼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이 한국GM을 실사한다고 하니 이같은 논란의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 통계자료를 보면 국내 완성차 5사의 평균임금은 2016년 기준 9213만원으로, 일본이나 독일 등 주요 수입차업체를 웃돌고 있습니다. 반면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국내 업체가 외국 경쟁업체보다 최대 26% 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금 수준은 높은데 생산성은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GM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한국지엠(GM)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가운데, 또다른 생산기지인 창원공장 직원들도 불안하고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설 연휴를 보냈다.

준중형 크루즈와 다목적차량 올란도를 생산하는 군산공장과 달리 창원공장은 스파크·라보·다마스 경차를 생산하며, 이곳에서 정규직·도급업체 비정규직 등을 포함해 총 32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가동률은 현재 70%대 수준으로 20%를 밑돌아 사측이 폐쇄를 결정한 군산공장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가동률 90% 수준을 유지했지만, 하반기부터 70%대로 급락했다. 주력제품인 스파크 수출과 내수가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곳에서는 재작년 20만3895대, 작년 14만9152대의 완성차를 생산했다.

지난 몇년간 생산량이 줄면서 완성차 생산라인은 야근이나 주말 특근 없이 하루 8시간씩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파워트레인·엔진 등 제조공장은 하루 10시간 가동된다.

매출액은 2015년 2조7000억원, 2016년 2조6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는 완성차 생산율 하락으로 매출액도 다소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일정 부분 수치가 하락했지만, 가동률만 놓고 보면 폐쇄 우려는 덜하다는 게 직원들의 중론이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방침에 창원공장 직원들도 '뒤숭숭'…불안한 노사관계가 변수

불안한 노사관계가 변수로 작용할 여지는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등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4개 공정을 다시 사내 정규직에게 맡기는 '인소싱'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이에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은 고용 보장을 요구하면서 부분파업에 돌입, 창원공장 안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부터 한국지엠은 창원공장을 비롯 국내 전 공장에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다음달 2일까지인 접수가 끝나면 최종 퇴직신청자 수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 본사의 의중을 국내 개별 공장 단위에서 파악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창원공장만 해도 희망퇴직자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정부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땐 본사가 전체 사업 철수 등 극약처방을 내놓을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따라 당장 군산공장 직원 2000여명이 실직 위기에 내몰렸고, 협력업체들도 줄도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GM 군산공장 1·2차 협력업체는 136곳에 종사자는 1만700여명에 달한다. 이 협력업체들은 지난해부터 군산공장 가동률이 20%로 떨어지면서 경영 악화에 신음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완성차 업체를 정점으로 1∼3차 협력업체, 정비업체가 긴밀히 연결된 사업 구조로 되어 있다. 완성차 공장이 문을 닫으면 이 회사에 납품해야 하는 협력·정비업체들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군산시는 공장 폐쇄로 인구 감소, 산업단지 침체, 자영업 붕괴 등 '경기 침체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GM 국내 전면 철수시 韓 자동차산업 종사자 40%이상 영향


만약 한국GM이 전면 철수하면, 국내 자동차산업 종사자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GM과 협력사의 총 고용 인원이 2016년 기준 15만6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국GM이 약 1만6000명을, 부품 협력사가 약 14만명을 각각 고용했다.

1차 협력사 301개사가 약 9만3000명을 고용했는데, 이 가운데 86개사(고용인원 1만1000명)는 한국GM에만 납품하는 전속 협력사다.

2차 협력사 1000개사가 약 3만명을, 3차 협력사 1700개사가 약 1만7000명을 고용한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통계청의 '광공업·제조업 조사'(2016년 기준)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와 부품 협력사를 포함한 전체 자동차산업의 직접 고용 인원은 약 35만명이다.

한국GM이 철수하거나 사업 규모를 대폭 줄이면, 국내 자동차산업 고용 인원의 약 44.6%(15만6000명/35만명)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협력사 중 한국GM 외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납품하는 곳이 있지만, 한국GM 주문이 줄면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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