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분양 대신 임대' 재계 16위 부영의 '영욕'

김사무엘 기자 2018. 2. 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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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발자전거는 두발자전거보다 느리지만 넘어지지 않는다."

이중근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세발자전거론'은 부영그룹을 재계 16위로 만든 밑바탕이 됐다.

부영은 매입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분양해 사세를 키운 다른 중견건설사들과 달리 임대주택을 주력으로 성장했다.

입주자들에게 받는 임대보증금은 사실상 '무이자 대출'이고, 고이율(프로젝트파이낸싱)·고위험(미분양) 분양사업보다 안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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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건설 '신3인방'②]이중근 회장 '세발자전거론' 밑거름..임대로 컸지만 임대료 인상, 분양가 폭리 원성도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세발자전거는 두발자전거보다 느리지만 넘어지지 않는다."

이중근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세발자전거론'은 부영그룹을 재계 16위로 만든 밑바탕이 됐다. 부영은 매입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분양해 사세를 키운 다른 중견건설사들과 달리 임대주택을 주력으로 성장했다. 수익성은 낮지만 미분양 위험이 거의 없는 '세발자전거' 사업인 셈이다.

임대주택을 지으면 공공기금인 주택도시기금을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었고, 이자는 매달 들어오는 임대료로 충당하고도 남았다. 입주자들에게 받는 임대보증금은 사실상 '무이자 대출'이고, 고이율(프로젝트파이낸싱)·고위험(미분양) 분양사업보다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임대주택 건설 규모보다 더 많은 공공기금을 받아 배를 불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부영은 건설자금 절반 이상을 주택도시기금 대출로 충당하고, 세입자들에게 받는 임대보증금을 합하면 임대주택 건설비용을 초과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화성시 향남2지구 '사랑으로 부영' 5개 임대단지(4858가구)의 건설원가는 총 7838억6900만원으로 추산되며, 주택도시기금 대출은 이중 55.8%인 4370억6400만원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세입자 임대보증금 6396억2700만원을 더하면 차입금이 약 1조767억원에 달해 건설원가보다 3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자기 자본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빌린 돈으로만 임대주택을 짓고 3000억원의 활용자금을 만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방식으로 확보한 현금 자산으로 △삼성생명 태평로 빌딩(5750억원) △삼성생명 을지로 사옥(4394억원)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타워(3209억원) 등 지역 랜드마크 빌딩을 '쇼핑'하며 자산을 불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부영은 모든 의사결정이 이 회장 1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지배구조는 안정적일지 몰라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긴 어렵다.

부영 기업집단 소속의 22개 계열사는 대부분 이 회장이 지분을 직접 소유하고 있거나, 지분 보유 회사들의 영향권에 있다. 이 회장이 지분 93.8%를 보유한 지주회사 ㈜부영이 지분 100%를 소유한 부영주택을 통해 부영유통, 부영환경산업 등 7개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다른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부영은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이 21조7000억원에 달하지만, 상장사는 한 곳도 없다. 기업공개로 이 회장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이 회장은 최근 분양가 폭리, 역외탈세,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다양한 비판 속에서도 임대주택 외길을 걸어온 부영의 뚝심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부영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선 회사 경영에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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