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약속] 잘못된 다이어트, 폭력의 다른 형태일 수 있어

2018. 2. 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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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사람들의 최종목표는 오직 한가지 ‘체중감량’이다. 체중감량을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하고 체중계에 뜨는 숫자에 울고 웃는다. 체중계 위에서 목표한 숫자를 보게 되면 정말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일까? 임세찬 트레이너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나를 위해 선택한 다이어트가 오히려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다이어트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스스로 자신의 몸에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만의 확고한 목표 없이 단순히 숫자를 줄이기 위한 무리한 다이어트는 요요현상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신적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건강전도사 아놀드홍의 재능기부 다이어트 프로젝트 ‘100일간의 약속’ 의 멘토, 올해 서른한 살의 임세찬 트레이너는 생애 최고 몸무게 110kg에서 30kg 이상을 감량하며 마음의 건강까지 찾는데 20대 청춘을 바쳤다. 20대 중반 어릴 적 꿈이었던 모델의 목표까지 이뤘고 그 길로 승승장구 할 줄 알았던 패기 넘쳤던 그가 2년 전 20대의 끝자락에서 다시 100kg에 육박하는 몸무게로 아놀드홍과 처음 만났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잘 가꾸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 다이어트 성공 후 모델 데뷔, 왜 행복하지 않을까? 어릴 적 무척이나 활발했던 그는 교회 연극무대에 자원해서 오를 만큼 남들 앞에 서는걸 좋아했고, 모델이 꿈인 분위기 메이커이자 오락반장이었다. 하지만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었다. 감수성 풍부하고 생각이 많았던 그는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키도 크지 않고 100kg 가까이 살이 찌면서 반에서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힘든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채 대학교 입학을 하고 군대에 입대를 한다.

군 생활을 하는 중에도 계속 키가 크고 있었던 그는 문득 어릴 적 무대에서 행복하고 즐거웠던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 뚱뚱한 몸과 여드름이 많아 외모적인 콤플렉스가 심했기 때문에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었던 모델이라는 꿈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모델이 되기 위해 군대 제대하는 날부터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들게 모은 돈으로 연예인들이 많이 다니는 유명한 헬스클럽을 등록하고 독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노력한 만큼 살은 빠졌고 누가 봐도 대단할 정도로 체중감량도 하고 몸도 만들었지만 자기 스스로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거울을 볼 때마다 불만족스러워서 더 혹독하게 채찍질을 하면서 운동에 몰두했다. 트레이너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독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소위 ‘몸짱’이라고 불릴 만큼 멋진 몸을 만들고 바디프로필도 찍었다. 모델이 되기 위한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모델을 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했지만 내 스스로가 너무 밉고 싫어서 변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었어요. 그리고 나를 놀리고 괴롭혔던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도 한 켠에 있었어요. 정작 내가 나를 위해서 한 다이어트가 아니고 변화된 내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를 미워하는 마음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목표를 이루었어도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나를 소중히 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법을 몰랐던 거죠.”

무리한 다이어트와 스트레스가 문제였던 것인지 바디프로필을 찍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없는 피부병을 앓게 된다. 대학병원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원인도 모르고 정확한 진단명도 없었다. 얼굴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여드름과 수포가 생겨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모델로서의 활동이 당장은 불가능했다. 몸은 누가 봐도 부러울 만큼 멋있어 졌지만 정신과 마음은 더 약해졌다. 피부병과 함께 체중이 불어나는 요요현상보다 더 무서운 무기력함과 좌절감이 그에게 찾아온 첫 번째 슬럼프였다.

임세찬은 지금까지 쉽게 걸어온 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도 않았다. 우연한 기회로 의류 1,2차 가공 시 옷을 입어보는 QC모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완성된 옷을 입고 대중에게 얼굴을 보이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게 무대 뒤에서 1년 가량 다양한 의류 브랜드의 QC모델을 하며 경력을 쌓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후 그는 스스로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에이전시에서 진행하는 3개월간의 모델 아카데미 참가를 결정한다. 아카데미에서는 노래, 춤, 연기 등 다양한 것들을 배우며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최종 오디션을 통해 4명이 선발했다. 최종 4인으로 뽑히면 전속모델 또는 1년간 소속 모델로 활동하게 되는 성공적인 모델 데뷔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포기를 모르는 노력으로 최종 4인에 선발되고 모델 계약서를 쓰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두번째 슬럼프가 찾아온다. 이번에도 역시 육체적인 요요현상이 아닌 마음의 병, 정신적 요요현상이 그를 힘들게 했다.

“2년반 동안 이 모델 계약서를 쓰기 위해 끔찍할 정도로 노력을 했어요. 정말 꿈을 이뤘다고 할 수 있는 그 순간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허무함이 느껴졌어요. 그럼 이 다음에는 뭘 하지? 이 전 같은 열정이 내게 남아있을까? 저 스스로도 너무 신기했고 이런 느낌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렇게 의욕 없이 회사에서 주는 모델 일을 간간히 하면서 지내다가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이 기회가 그렇게 간절히 바래서 이루어낸 모델이라는 직업을 놓게 되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지방에서 방송 녹화를 하던 중 무리한 진행으로 수영장 바닥에 얼굴을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수경이 부서질 정도의 충격으로 깨진 수경 파편이 얼굴에 박혀 피가 철철 흐를 정도였다.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도시가 아닌 시골 동네였고 가는 병원마다 처치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만 듣게 된다. 다행히도 성형외과 한곳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얼굴에 깊은 상처가 남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그는 대성통곡을 하며 수술을 받게 되었다.

다행히 수술은 큰 상처를 남기지 않고 잘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슬럼프를 이겨내는 좋은 계기가 될 줄 알았던 기회가 오히려 더 깊은 절망과 무기력함 빠지게 하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 인생 최악의 전환점이 되었다.

“사람이 아무리 노력을 하고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해도 결과는 똑같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결과가 똑같다면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나 이런 염세주의에 빠지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게 그렇게 대단하거나 어렵고 괴롭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 짧은 내 인생의 마지막 장면은 너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성공적인 다이어트의 첫 걸음, 마음과 정신을 먼저 다스리는 것 그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최악의 상태였지만 가족들과 신앙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델을 준비하면서 쉬었던 학업을 마치기 위해 복학을 했다. 졸업까지 2년이 남았었지만 졸업 전에 조기 취업을 할 수 있었다. 디자인 전공을 살려 관련 회사에서 1년 넘게 일을 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처음 하는 회사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생활패턴도 바뀌고 칼로리 높은 음식도 많이 먹다 보니 살이 찌기 시작했다. 건강도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일을 하며 모았던 돈을 다시 다이어트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투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살이 다시 찌는 육체적 요요현상이 왔다.

건강전도사 아놀드 홍과 임세찬 트레이너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우연히 잡지에서 아놀드홍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이 사람을 꼭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수소문 끝에 아놀드홍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고 자신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문자로 보냈다. 답장은 아주 간단했고 예상치도 못하게 며칠 뒤 직접 만나게 되었다.

당시 100일간의 약속 25기가 한달 반 정도의 기간만 남은 상태였다. 임세찬은 참가자로서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침마다 아놀드홍과 산책만 같이 하는 정도였다.

“보통 식단관리, 운동방법을 알려주고 일정기간 안에 체중을 감량하자라는 목표만 주는 트레이너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너무 이상하게도 아놀드 홍 선생님은 한달 반 동안 저한테 운동을 가르쳐 준 적이 없었어요. 그냥 매일 같이 남산을 걸으면서 제 이야기만 계속 들어 주셨어요. 그런데 너무 신기하게도 살이 빠지더라구요. 정말 운동은 따로 하지 않았고 산책만 하고 선생님이랑 똑같이 먹기만 했는데요. 지금까지 다이어트를 위해 썼던 돈이나 괴롭기까지 했던 노력들이 생각나면서 오히려 화가 나기도 했어요. 그리고 곧 시작되는 26기에 참가하기로 결정했고 선생님께서 운동은 필요 없고 마음만 잘 정리해서 오라고 얘기하셨어요”

운동을 가르치지 않는 아놀드 홍의 코칭방식이 신기했다. 그런데도 한달 반 동안 살이 점점 빠지니 더 신기하고 어리둥절했다. “제가 이전까지 했던 다이어트 방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얘기하셨어요. 다이어트 방식이나 태도가 스스로를 미워하고 불만족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 극단적으로 자신의 몸을 괴롭혔던 거죠. 다이어트라는 명목만 있었을 뿐 내 자신이 미워서 스스로 학대하는 또 다른 형태였던 거에요.”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열심히 운동을 해도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체중계에 나타나는 숫자가 줄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떤 부분에서 자신에게 만족하고 잘했다고 칭찬을 해줄지, 내가 다이어트를 하는 건강한 이유를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

100일간의 약속 26기 참가당시(좌)와 100일 후(우)

그렇게 2016년 100일간의 약속 26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임세찬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모델에 다시 도전하게 된다. 그리고 스승인 아놀드 홍과 함께 휘트니스 대회에도 참가했다. 여기서도 아놀드 홍의 독특한 트레이닝 방법에 놀랐다고 한다. 휘트니스 대회에 나가는 선수에게 기구를 쓰지 않고 맨손 운동만으로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그는 스승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령에 먼지가 쌓일 때까지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 대회를 참가했고 몇몇 대회에서는 입상까지 하는 값진 결과를 이루어냈다. 살을 빼고 몸을 만드는데 비싼 비용을 들이거나 좋은 기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100일간의 약속 30기 아침운동 지도중인 임세찬 트레이너

현재 아마추어 휘트니스 선수이자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100일간의 약속 참가자들의 운동을 지도하는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100일간의 약속 30기 참가자들에게 매일 아침 6시50분 아침운동을 지도하면서 건강한 다이어트를 알리고 있다. “제가 경험한 다이어트 노하우를 많이 알리고 싶고, 제가 겪었던 실수를 다른 누군가는 겪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이어트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극단적인 식단과 운동으로 살을 빼줄 수 있는 곳은 정말 많습니다. 100일간의 약속은 그런 곳이 아닙니다. 오래갈 수 있는 다이어트를 알려주는 곳이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잠시 행복한 결과를 주는 곳이 아닙니다. 진정한 다이어트의 성공은 몸의 건강보다 마음의 건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건강은 몸의 건강을 도모할 수 있고, 몸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이 모두 갖춰지면 이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임세찬 트레이너의 휘트니스 대회 참가 모습

그는 트레이너로 활동하면서 잠시 놓았던 자신의 꿈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휘트니스 모델과 평소 하고 싶었던 연기에도 도전하기 위해 연기학원도 다니고 있다. 미술 전공도 100% 살려 운동관련 웹툰, 캐릭터 제작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살이 예전보다 많이 빠졌거나 멋진 몸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가꾸고 아끼는 진짜 다이어트, 마음 다이어트 방법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현재 100일간의 약속 30기는 1차 중간점검(3월4일)을 앞두고 있다. 이번 30기는 100일간의 약속 10주년이 되는 해 첫 번째 기수로 많은 기업의 후원과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유전자 분석 기반 건강기능식품 리진스타일의 유전자 건강체크, 윈마이 스마트 체중계, 명품 발효홍삼 고삼인, 기능성 스포츠 웨어 포티움 등 기업이 후원하고 있다.

[ 매경헬스 서정윤 기자 ] [ sjy1318s@mkhealth.co.kr ] [ⓒ 매경헬스 & mkhealth.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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